MMORPG, 즉 다중접속 역할분담 게임안에는 사회적 이슈를 빗대 말할 것들이 다분지 존재하고 있다. 필자는 2004년경부터 2011년까지 대략 7년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를 플레이 한바 있는데, 게임내 여러 현상들을 통해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들을 짚어 보고자 한다.

역할분담에 대해
필자는 어제 글에서 종교문제를 다룬 바 있다. 성도들과 목사가 함께 노력하여 교회 부흥을 한다 해도 그것을 목사의 개인적인 성과라고 생각하게 되면 부흥을 하면 할수록 개인적 치부를 하려 하게 되고, 이를 견제 하려는 움직임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이 밖에도 여러 사회적 현상들을 말하려 하는데 여기에 앞서 게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먼저 해본다.

와우에는 엔드컨텐츠 즉, 모든 게임내의 컨텐츠를 즐긴 유저들이 그 과정에서 얻는 장비와 기술의 숙련을 총 발휘 하게 되는 마지막 컨텐츠가 다수 존재 하는데 그 중심에는 레이드와 PVP가 있다. 물론 케릭터가 타고 다니는 탈것(하늘을 나는 새, 타고 다니는 말 등등)의 종류를 모으거나 게임내 업적에 주력하는 유저들도 적지 않지만 가장 많은 유저들이 즐기는 것은 역시 위의 두가지를 들 수 있는 것이다.

레이드에서의 역할 분담은 크게 탱커, 딜러, 힐러로 나눌 수 있다. 세부적으로는 보조탱커, 저주해제, 버프를 담당하기도 하지만 게임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 이런 부분은 생략학도록 하겠다. 아무튼 탱커는 보스몬스터의 강력한 타격을 받아내고 공략의 선두에 서는 역할을 담당하고, 딜러는 몬스터를 타격하여 체력을 줄이는 역할, 힐러는 탱커와 딜러의 체력을 두루 보충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런데 이런 역할분담에 참여 하는 사람의 수가 25명에 이르다 보니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지게 된다. 성공적으로 퀘스트와 던전을 클리어 하게 하는데 기여하는 리더는 여러 유형이 있다. 레이드에 참가 하는 유저들이 가장 선호 하는 유형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해결책을 찾아 내는 능력을 가진 리더다. 때로는 강하게 채찍질을 해서 레이드멤버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하고, 문제 발생시 자신을 보조하는 핵심멤버들과 함께 미리 여러 경우의 수에 맞는 아이템을 준비해두며 빠른 해결을 도모한다. 그런데 이런 리더라고 해서 늘 성공적인 레이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실력있는 유저들이 모이는 레이드는 대개 던전을 클리어 한 후 바르게 그 몫을 분배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다시 말해 리더가 자신의 리더쉽과 준비로 인해 던전을 클리어 했다는 자만심을 보일 경우 그 레이드팀은 오래 갈 수 없게 된다. 자신의 역할이 크다고 자랑하고 참가한 유저들을 도구로 취급하는 언행을 일삼다 보면 즐기러 게임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알아주는 더 나은 리더를 찾아 떠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을 빗대 이야기 해보자. 과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문어발 확장을 하다 대우그룹은 몰락하게 했다. 현재까지 한국을 대표 하는 대기업들은 대개 리더 자신의 몫을 지나치게 크게 잡아놓고 기업을 이끈 공로를 자신에게 가장 크게 돌리고 있다. 그런 심리는 곧 소유욕으로 이어지고 회장이 곧 기업이 되는 이상한 논리로 이어지게 된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한국은 분명 민주주의 사회인데 대통령을 곧 국가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적지 않다. 그런 생각을 돌려 말하면 왕처럼 여긴다는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인데, 이런 점은 생각지 않고, 알려하지도 않는다.

제아무리 훌륭한 리더도 구성원들이 함께 노력해 주지 않으면 어떤 일도 도모할 수 없다. 다시 게임의 예를 들어 보자. 어느날 공대장(레이드팀장) A가 던전을 클리어 하기 위해 모은 25명이 4시간을 애써 노력했지만 끝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런데 같은 A가 다음 주에는 성공적으로 클리어 했다. 같은 리더인데 왜 다른 결과가 나왔을까. 그건 바로 레이드팀에 참가한 사람들이 공략에 대한 사전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공략에 필요한 아이템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보스가 화염속성의 필살기를 쓰는데 준비 없이 임한 전주의 멤버들은 감당해내지 못한 반면 저항 아이템을 준비한 다음주 멤버들은 같은 리더의 지휘 하에 쉬이 클리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분배의 문제

던전을 클리어 하게 된다 해서 공대장이 따로 챙기는건 없다. 다만 분배를 관장하게 되는데, 이때 리더의 역할을 존중하여 구성원들이 약간의 배려를 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예를 들어 공대장이 탱커일 경우 다음 레이드의 장비세팅을 위해 다른 탱커들이 한번정도 양보를 해주는 식이다. 물론 양보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받는 일은 없다. 즉, 보이지 않는 유무형의 잇점은 있어도 공식적으로는 아무런 혜택이 없는 고단한 위치가 리더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성공적인 레이드를 진행한 리더는 게임내에서 여러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일반 사회로 치면 명예를 얻게 되니 많은 사람들이 알아봐 주게 되고, 그러면서 게임플레이가 훨씬 원활하게 되며, 다음 레이드 팀원들을 모집할 때 훨씬 수월하게 된다. 또한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등의 부가적인 헤택이 다수 존재하게 된다.

그런데 리더가 분배를 총괄할 때 실수하거나 혹은 꼼수를 부리는 경우 문제가 생긴다.

와우에는 도적이라는 가까이서 타격을 가하는 딜러가 있는데, 보통 2~3명 정도의 자리를 배정하게 되는데 티오를 지인들만 배정하여 나오는 아이템을 이 두사람이 알아서 분배하게 되는 상황을 만든다. 이런 식으로 리더의 특권을 누리는 것이다. 마법사가 5명이 필요한데 그중 지인 2명을 데리고 가는 경우라면 그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이미 보유한 마법사 3명을 추가 모집하여 해당 아이템이 드롭되었을 때 그 몫은 지인 둘이 챙기게 한다. 이렇게 꼼수를 부리는것을 초짜가 아닌 이상 대개 팀원들은 알아 채게 되는데, 그 선이 지나치지 않으면 어느정도 묵인하게 된다. 하지만 너무 심할 경우라면 문제가 수면위로 부각되면서 공대장의 명예는 추락하고 만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이런식의 리더에게 주는 잇점들이 어느정도 묵인되어 온 부분이 여러 분야에 걸쳐 상당히 많이 존재하고 있는데, 근래에는 그 정도가 과한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견제를 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속수무책인 경우도 많다.

애초에 문제제기를 하면 나오는 말이 주로 다른 곳 알아보라는 식이다. 공대장이 실력있는 지인들로 25인 중 7~8명을 배치하고 이권을 챙겨왔다고 하더라도, 더럽고 아니꼽지만 던전 클리어가 잘 되는 그 공대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줄을 잇게 되는데 이러니 공대장과 지인들은 갑의 위치에서 그 위상을 실컷 누리는 것이다.결국 그 공대는 리더가 부재하게 될 경우 산산히 흩어지게 되는데, 흥미로운 점 한가지를 더하자면 해당 리더와 함께 했던 지인중에 다시 같은 방식으로 공대를 운영하게 되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배운데로 써먹는다고나 할까.

또 다른 예...
리니지라는 게임에는 혈(길드)이 공성전은 벌여 성을 차지하고 세금을 걷는 개념이 있다. 최상위 장비와 실력을 가진 이들이 특권층이 되는 것이다. 성만 차지하면 온갖 특혜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된다. 또한 특정 최상위 던전을 길드가 차지하고 타인들은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 경우도 있었다.

중소 길드들은 연합하여 가장 강력한 길드를 몰아내는데 성공하기도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왜 그럴까. 그건 중소길드가 단일거대길드에 비해 결속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길드가 아니므로 성을 차지 했을 경우 얻게 되는 이권에 대한 의견이 갈리게 되는 것이다. 성을 차지하지도 못한 상황에서 계산부터 먼저 하는 것이다. 목표인 공성전략에 의견이 갈리는 경우 방법적 차이임을 서로 인정하고 목표는 같다는 인식하에 힘을 모아야 하는데 그 과정상에 이미 속으로는 딴생각을 하며, 상대방을 낮추고 내가 조금 더 우위에 있으려 하다 보니 잡음이 생기게 되고 공성은 실패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이미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가장 강력한 혈은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게 되고, 그것을 다시 자신들을 지지하는 세력에게 적절히 분배해주며, 얻는 이득이 많을 수록 강한 결속력으로 뭉치게 된다. 그리고 그 이권에 대한 도전은 철저하게 응징한다.

목적지향에 대해...
게임의 목적은 즐기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유저들은 불의한 일을 봐도 그게 불의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좋은게 좋은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즐기는 것 외에는 신경쓰지 않고 외려 타협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은다. 하지만 그런식으로 가게 되다 보면 부작용은 속출하게 되고 좋은 품성의 유저는 떠나가면서 게임의 분위기가 삭막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현실 정치와 경제 문화 등 모든 방면에는 이런 정치적 요소가 모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필자가 최근 19대 총선결과를 보며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지역이슈인데, 이는 마치 고의적으로 지인들에게 혜택을 주며 특혜를 누리는 공대장팀에 다시 들어가는 것과 같다. 뉴타운사업의 경우만 봐도 처음 입안하고 진행하던 당시 서울 시장인 MB, 그리고 새누리당은 이런 시행사와 관련 업자들을 주요 지지층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도 18대에서 잘 추진하겠다고 나섰던 후보가 이번에 다시 나오자 또 뽑아주고 마는 심리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은 되풀이 되고 있다. 정치의 목적을 사실상 개인주의에 치중하여 해석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균형을 잃어 버린 표심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리하며
못다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위에서 다룬 여러가지 예시들 외에도 더 많은 이야기는 앞으로도 꾸준히 글로 옮길 생각이니 많은 추천과 후원버튼 클릭으로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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