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의 신곡이 나온다고 했을 때 기대 어린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그 뒤를 이어 우려가 뒤따라 찾아왔다. 왜 그럴까? 그건 바로 2012년 한해 아이돌그룹에 식상해진 대중이 꽤나 준수한 곡이 간간히 나와도 그리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침체기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돌 신인들의 홍수다 보니 옥석을 가릴 기회 자체가 사라지면서 나름 괜찮다 싶은 곡들마저 묻히는 안타까운 일도 적지 않았다.

2013년이 밝아 오고 해를 넘기기전부터 컴백을 알린 소녀시대의 신곡이 공개 되었다. 'I Got A Boy'라는 제목하에 공개된 신곡에 대한 칭찬과 비판이 섞인 기사가 쏟아지고, 관련된 트위터 트윗도 쏟아지고 댓글은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의 곡이기도 하지만 전문가의 평가마저 극과극으로 갈라질 정도여서 소녀시대의 위상이 어느정도인지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위해 태어난 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럼 필자는 이곡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한류의 대표주자이면서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소녀시대이기 때문에 해외에 어필도 해야하고 트랜드를 이끄는 역할도 함께 해야 하니 적잖은 부담감이 타이틀곡에 고스란히 뭍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운점
타이틀곡의 가장 아쉬운점은 좀 더 쉬운 접근을 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부 비판적 기사들은 음악성 자체를 폄훼 하는 평을 남기고 있기도 하지만 사실 음악적 퀄리티를 논하기에는 음악 자체가 워낙 주관적 요소가 강해서 그리 신뢰할 만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근래 음원차트를 주름잡고 있는 무한도전 '어떤가요'의 '강북멋쟁이'를 듣고 흥겹다는 사람을 두고 음악의 퀄리티를 말해서야 실례가 아닐 수 없지 않은가. 아무튼 소녀시대의 위상이 갖는 위력은 바로 새로운 트랜드를 제시했을 때 대중이 들어봐 준다는 점이다. 들어 보고 맘에 안들 수도 있지만 일단 들어봐 준다는건 바로 대표주자들에게나 가능한 영역이다. 소녀시대는 'Gee'의 대히트 이후 이런 전략에서 늘 성공해 왔다. <I Got A Boy>에 대해 전문가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어려운 용어는 생략하고 아쉬운점을 설명하자면 여러 곡을 섞으려면 '주'가 되는 부분과 '부'가 되는 부분에 대한 교통정리를 먼저 했어야 했다. 어떤 네티즌의 댓글에 "한곡을 들었는데 피로감이 든다" 라는 표현을 했는데 이 부분이 핵심이다. 곡의 주가 되는 두 부분이 너무 자주 반복해서 번갈아 등장하며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걸 두고 필자는 "각각의 여러 매력적인 멜로디나 파트를 붙여넣는 파격을 시도 했다면 그걸 조금 더 쉽게 들을 수 있도록 곡의 구성을 잘 안배해야 하는데, 오히려 분량마저 손해보지 않으려는 무리수를 두었다" 라고 표현하고 싶다.

"30초 이상 분량을 줄이며 생략할 부분을 과감히 생략하고 강조할 부분은 더 세심히 신경써야 했다."

긍정적인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들을 수록 피로감은 줄고 귀에 익숙해 질수록 좋아진다. 다만 그 적응과정이 조금 길다. 이런 과정이 길수록 나중에도 좋은 평으로 남는 경우는 별로 없다는점이 가장 치명적이다. 2NE1의 작년 타이틀인 'I Love You'가 보인 파격에 비해 복잡함은 더하니 아무래도 긍정적인 면보다 그렇지 못한 면이 대중의 기억속에 더욱 오래 남지 않을까 싶다.

앨범에 대한 짤막평
소녀시대의 지난 3집에 이어 4집 역시 아이돌의 최첨단에 있는 대표주자답게 뛰어난 완성도를 갖고 있다. 또한 1~3집안에 들어 있던 여러 스타일을 계승하는 듯한 느낌의 곡들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충분히 구매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곡들로 가득하다. 요즘 '타이틀 곡 빼고 다 좋다' 라는 말이 나오는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타이틀곡이 논란이 있으면서 앨범에 대한 신뢰가 조금 흠집이 난 것인지 다른 곡들은 음원차트의 순위권에 들지 못하고 있다. SM의 전략중 가장 아쉬운 점이 이런 세밀한 홍보전략의 아쉬움이다. 소녀시대의 코어팬층이야 두말할 나위없이 앨범내의 음악을 모두 들어 보겠지만 일반 대중에 널리 알려도 좋을 곡들이 많다. 특히 다른 아이돌그룹이라면 한곡한곡이 타이틀로도 부족하지 않을만큼이어서 더욱 그렇다. 경쟁사인 YG가 최근들어 2NE1과 빅뱅의 신곡을 홍보하는 전략으로 "전곡의 타이틀"화 하는 승부를 거는 것에 비하면 많이 부족해 보이는 모습이랄까.

마무리
트랜드세터라는 단어는 새로운 유행을 정착시키는 사람을 뜻하는데, 소녀시대의 시도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세밀한 부분에서 조금 다른 구성으로 만들어 내놓았더라면 훨씬 나은 평가가 주를 이루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은 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 글에 비유해 보자면 어떤 주장을 글로 설득 하려 하기 위해 열문장을 써야 하는 경우보다 쉬우면서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해 낼 수 있다면 그 글을 보는 사람의 이해도와 만족감은 더 클 것이다. 요는 대중을 조금 더 배려했어야 했다는 말이다.

박명수가 만든 '강북멋쟁이'가 소녀시대의 타이틀곡보다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건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대중의 취향이 맞게 트랜드의 속도조절이 맞았고, 쉽게 듣고 쉽게 소비하는 이유 때문이 아닌 더 많은 공감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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