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당시 이회창 대선후보는 tv토론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tv에서 다자토론을 했을 때 그리 신통찮은 성적을 내고 지지율이 다소 하락하자 나중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려 했지만 tv토론에서만큼은 밀린다는 인상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16대는 여러 네거티브한 이슈들이 있었지만 뭐니뭐니헤도 그의 발목을 잡은건 아들들의 병역문제 였다. 아무튼 이래저래 tv토론에서 무언가 얻어내고 지지율 상승을 꾀하기보다는 수성만 해도 다행인 그런 상황이었다. 토론이라도 잘하면 좋은데 그렇지도 못해서 해봐야 이득될게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이후보의 지지율은 당시 새천년민주당에 비해 못할게 없고 오히려 나은 판이었으니 잘해봐야 본전이고 못하면 잃을게 많은 후보토론회에 정해진 횟수 외에 추가적으로 나서는것은 손해라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문회 스타가 된 문제의 그장면

 

1997년 이후 한국인들은 양자토론이나 다자토론이나 tv토론이 있고 나면 여론의 흐름이 달라지는걸 여러차례 목격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이회창 후보를 확연히 앞섰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비단 한국에서 뿐이 아니라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같은 나라들도 tv토론을 통해 변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후보간 지지율 추이변화가 있었을 정도로 매체로서의 TV토론은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이런 부분 때문에 TV의 공정성이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할 수 있다. 아무튼 이회창 당시 후보가 1차 대선후보 토론에서 자신의 지난 오년간 마치 박해를 받은 것처럼 온갖 조사를 다 받았지만 나온게 없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당시 노무현 후보는 측근인 서상목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과 재판받고 있는 사실등 몇몇을 나열하여 반박하며 기선을 제압하였다. 이렇게 이회창 당시 후보는 토론에서 약세를 보이면서 대세론마저 흔들리게 되었다.

두차례나 tv토론에 강한 후보를 내지 못한 새누리당(당시 한나라당) 입장에서 tv토론을 해봐야 얻을게 거의 없다는 인식을 한 것인지 이후 2007년 대선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최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공보단 핵심관계는 "우리는 한국 시리즈에 이미 진출해 있는데 야권은 아직 페넌트레이스를 하고 있는것 아니냐" 며 단일화 이후에 응하겠다고 해놓고 막상 단일화 되고 나자 유세일정을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터넷 여론이 매우 뜨겁다. 보통 인터넷 여론은 오프라인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이슈가 있고 아닌 경우가 있는데 대개 이런 정치적 이슈는 곧바로 민심의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를 새누리당에서 모를리 없다고 보면 이것저것 다 따져봐도 미루거나 최소화 하며 잃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tv토론에 나서면서 잃는게 더 크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2007년 대선당시 이회창 후보는 두번의 경험 때문인지 한층 정리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는 "지식 기반 사회에 땅 파가지고 건설공사 하고 국부를 올리겠다. 저는 이거 아주 시대착오적이다. 경제성 없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지만은 환경 문제..." 라며 당시 대운하로 거론되는 사업에 대해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즉, 12월4일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주최하는 세 차례의 법정TV토론 외에는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먼저 제안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방향전환을 하며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려면 지금이 적기일 것이다. 조금 더 늦으면 과거 2002년 이회창 후보가 그랬듯이 뒷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한번 거부했다는 인상을 심어준 이상 앞으로 대선판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몰라도 이번 이슈는 박근혜 후보측에게 결코 유리할 것 같지는 않다.

1997년 54회, 2002년 27회, 2007년 11회 였는데 18대 대선에서는 단 4차례만 열릴지도 모른다.

여론조사에서 미세하나마 앞서고 있고, 그 양상이 꽤 여러날 계속 되고 있으며 뒤집혀 진 적이 없다는 점에서 박근혜 후보는 야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응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도 있지만, 오히려 이럴 때 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지지율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유세장에 가지 못하거나 기회가 없는 국민들은 TV앞에 앉아 대선후보의 토론을 보다 자주 볼 권리가 있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대선후보로서 아쉬운 모습임이 분명하다. 2007년에는 MBC, KBS 공동주최 TV합동토론회 토론참여 기준을 여론조사 지지율 10%로 설정해서 권영길, 문국현 후보의 참여가 어렵게 되자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다시 말해 참여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후보들이 있는 반면에 현재 지지율 1위인 후보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은 왠지 그리 썩 좋아 보이는 모습은 아니다.

박근혜 후보는 과거 이회창 vs 노무현 토론 때의 교훈을 되도록 참여하지 않는게 유리할 것이란 해석으로 받아 들이지 말고 더 적극적이었어야 했다는 해석으로 받아 들여야 한다. 질문을 받고도 답변을 하지 못해 십여초를 머뭇거리거나 너무 간단히 대답해서 질문자를 당황시키거나 하는 모습이 방송을 통해 노출되면서 이회창은 국민들의 점수를 많이 잃어 버린 토론의 악몽이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민들의 알권리보다 토론의 악몽이 더 크다고 말할 수는 없다. 토론을 잘한다고 해서 리더가 되는건 아니나 리더는 정치적 견해가 다른 국민 혹은 정치인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국정운영이 원활히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가진 소신과 정치적 견해를 상대가 있는 토론을 통해 검증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 기회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 하는 제한된 토론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며 이런 태도를 유지한다면 결코 대선국면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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