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치전을 보고 수목드라마의 시청률 향방을 가늠해 보려 했으나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하다. 전우치전의 1회는 사실 낙제점에 가깝다. 첫회의 임무는 짦은 시간안에 많은 설정을 보여주느냐가 아니라 이야기의 바탕이 되는 것들을 소개했을 때 시청자가 얼마나 받아 들일 수 있게 꾸미는가인데 전우치전 1화에서 건진건 오로지 전우치가 율도국을 망하게 한 사형제이자 배신자를 쫒으려 국가기관에 잠복해 있다는 점 정도 뿐이다.

그러니까 중구난방 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원작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보통 시나리오상의 전개는 이렇게 엉성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괜찮은 설정과 전개를 연출이 망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런데 두가지 때문에라도 기대를 완전히 저버릴 수는 없다. 바로 차태현이다. 차태현은 첫회부터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그정도로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드라마를 구해낼 수 없다. 조금더 능청스럽고 조금 더 깊이 있는 야누스적인 연기를 더 강렬하게 연기해야 한다.

무언가 하나라도 확실하면 총체적 난국이라 하지 않고 부족한 부분만을 짚게 되는데 차태현에 온통 시선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그의 액션과 CG가 엉성하니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 드라마는 차태현이 조금 더 능글맞게 상황을 코믹하게 끌어가고 뒤돌아 서서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원맨쇼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흥행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이 드라마는 대박은 어렵다는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러나 일정수준의 흥행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도술을 다루는 설정들이 무협소설을 많이 본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조금 어설픈 감이 적잖이 있으나 일반 시청자 입장에서는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음이다.

말하다 보니 새롭게 아쉬운 부분이 드러난다. 드라마 '신의'에서도 그러했지만 겉은 동양적 판타지인데 속은 서양의 그것을 차용하는게 눈에 보인다. 물 불 벼락 등을 다루는것게 서양적이라는 말이 아니다. 어느정도 겹치는 부분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서양처럼 원소개념으로 접근하는건 아니니까. 그러나 동양에서 다룰 판타지는 이런 정도가 아닌 다양함이 존재하는데 왜 굳이 여주인공은 얼음, 주인공은 바람, 적은 벼락을 사용하는 것일까. 서양에서 제작한 동양풍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런것과 다를 바 없어서 오리지널리티를 느낄 수가 없었다.

 

한국형 판타지만의 특징은 없고, 어디서 본 것들 만이 있다.

동양적 판타지에는 서양이 넘볼 수 없는 많은 도술의 설정들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게 전우치가 닭으로 둔갑하였는데 이정도에 그칠게 아니라 둔갑해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들이 있다. 둔갑술 외에도 축지법도 있는데 이 축지법는 중국의 경공과 같은 개념이 아니다. 예컨데 허공을 날라 다니는 전우치전의 주인공들은 중국무협을 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니 축지법 또한 비슷하게 다루지 않을 까 하는 염려도 든다. 정리하자면 전우치전은 가장 한국적인 도술과 판타지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그 기회를 저버리고 서양이나 중국에서 차용하는 그저 그런 흔한 설정을 단순 차용하고 있다는 말이다. 오히려 초반에 등장하는 화살이 수십갈래로 나눠지는 부분이 가장 신선했다고 말할 정도.

또한 바람을 다루는 차태현이 적과 무술과 도술을 겨루는 장면에서 마치 태극권을 연상시키는 동작을 한 것 또한 조금 보기 거슬렸다. 그 동작이 태극권 만의 그것은 아닐지언정 다수의 대중이 인식하는 대표적인 동작이나 마찬가지여서 마치 태극권의 그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적어도 홍콩무협을 본 세대들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또한 CG의 문제는 계속해서 불거 질 수 밖에 없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다는 첫회에서 문제가 되었던 것이 중간에 연기는 나이질 수 있어도 CG가 나아질거란 기대는 하기 힘들다. CG는 곧 얼마나 다양한 도술을 보여줄 수 있는가로도 연결되는데 이런 부분이 핵심소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이게 한다. 그러니 점점 흥미를 더하고 재밌어진다 해도 CG문제는 계속해서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다. 나는 드라마 '신의'도 비슷한 이유로 중도 하차 한바 있는데 그건 눈높이를 맞춰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족스럽게 보는 10%내외의 시청자층만을 만족시킬 뿐 그외의 시청자들은 실망하게 했다.

대박드라마는 어느하나 지적할걸 찾을래야 찾을 수 없고 오히려 한회 분량에서 어떤 점을 칭찬해야할지 고르는게 고민이 된다. 블로그 리뷰를 써본 분들은 아실 것이다. 정말 잘 만든 웰메이드 드라마는 어떤 부분을 조명을 해서 글을 쓸까를 고민하게 된다.

중국의 인기무협드라마 중 '천룡팔부'에는 흥미로운 설정이 등장한다. 대단한 무술의 소유자로 대강남북의 고수들이 벌벌 떠는 여고수가 있는데 사매와 더불어 사형을 함께 존경하고 사랑하나 사매지간의 다툼으로 인해 무공에 문제가 생겨 평생에 걸쳐 일정 주기가 되면 어린아이가 되고 다시 본래의 나이를 되찾는 동안은 어린아이의 능력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급속도로 회복하여 다시 무공을 쓸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가운데 위협을 받게 되면 위험해 지게 되는데 주인공 단예는 이런 과정속에 들어가 여고수를 위협하는 배반자들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활약을 벌이게 된다.

이렇게 독특한 아이디어가 도술과 맞물려 그런 설정 자체만으로도 이미 점수를 받아야 할 것인데 오히려 엉성한 CG와 중구난방 전개로 총체적 난국상을 보여주고 있으니 대박으로의 길은 일단 조금 멀어졌다고 보여진다. 하반기 최대 기대작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실망이 상당히 크다. 아마 경쟁작인 보고싶다의 제작진은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수목드라마는 크게 기울어지지 않는 3파전 양상으로 갈 것으로 전망하며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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