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이슈의 선점과 지지 않는 승부를 말해왔다. 그런데 이번 '새정치 공동선언문'에 포함되어 있는 '공수처' 설치는 때를 가리는 편인데 마침 검찰간부의 비리혐의가 드러나 수사중인 상황이므로 시기가 너무나 좋다고 말할 수 있다. 국민여론이 아무리 좋지 않아도 검찰의 중수부폐지가 쉽지 않은 것은 그 만큼 검찰의 갖고 있는 무기가 다양하여 공수처가 필요하다는 말도 꺼내기 전에 여러 사건들이 터지면 그 이슈로 인해 뭍혀 버리고 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당장 근래 들어 가장 크게 터진 비리 사건이면서 엄청난 피해자를 양산한 바 있는 저축은행 비리만 보아도 중수부의 존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를 강하게 뒷받침해 주는 역할도 하게 되면서 공수처에 대한 이야기는 쏙 들어 가고 말았지 않은가.

 

새정치 공동선언문은 일종의 공약과도 같아서 쐐기를 박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서 어느 누구로 단일화가 되어도 변경하거나 뒤집을 수 없고, 만일 그러한 시도를 한다면 거대한 역풍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즉, 단일화 후보가 정권창출을 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실천해야할 내용이다.

때가 좋다고 말한 이유는 한가지 더 있다. 대개 이렇게 공약으로 묶어 대선에서 만일 승리하게 된다면 그것은 국민의 선택이 표로 드러난 것이 되기 때문에 공약안에 포함된 내용을 추진함에 있어서 강력한 탄력을 받게 되어 있다. 하나하나 분리해서 국회에서 논의 하게 되면 정기국회가 마비될 정도로 강력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한데 묶어놓고 표로 공인받으면 저항이 상대적으로 작을 수 밖에 없는데 그게 바로 한표 한표가 모인 표심의 무서움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할 지라도 항상 대선정국이 오면 다른 것은 몰라도 주요공약만큼은 보아야 한다. 실제 집권후 가능성을 열어두고 할 수도 있다거나 하려고 노력해보겠다 라는 선언보다는 주요공약을 바탕으로 의회에서 정책을 추진하는게 훨씬 더 믿을만하며, 이런 공약실천의 강력한 배경으로 작용하는게 바로 "표심=공약" 이라는 명분이다.

안철수 후보는 참여정부가 과거 시도한 개혁을 존중하면서도 순서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즉 해야할 것들을 다 하려고 하기 보다 할 수 있는 부분들부터 확실히 처리해 나가며 순서대로 해나가는게 맞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의견에 공감한다. 참여 정부 당시의 사학법, 행정수도이전, 중수부 폐지 및 공수처, 집값안정 등의 개혁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대부분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오히려 겉으로는 덜 드러나는 여러 정책들이 효과를 보면서 보수언론들이 대거 '위기다' 라고 외치는 것과 반대로 경제는 안정되고 발전했다.

이중 공수처 설치는 과거의 안건 중에서도 현재 가장 크게 지지받을 수 있는 내용이다. 아직 구체적인 민심으로 드러나기 전이지만 잠재되어 있는 여론을 끌어내기에 가장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여러번 언급되어서 식상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상당히 긴 시간동안 이슈화 되지 않으면서 논란에 대한 피로감도 사실상 거의 없어진 상태이기도 하다. 결국 검찰간부의 비리 혐의가 드러난 지금이 결정적인 기회라는 말인데 마침 새정치 공동선언문에 혹여라도 빠지면 어떡하나 했는데 포함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노회찬은 이번 '새정치 공동선언문'을 앙꼬 없는 찐빵이라 비유했다. 나는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그의 말을 이해한다. 대개 자신의 입장이라는게 있고 그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앙꼬없는 찐빵'이라는 말을 하는게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의 입장에서는 괜찮게 보인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개혁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는 없다. 그리고 선언문에 방대한 개혁안들을 모두 담아내서도 아니된다. 그럴 수록 포함되어 있는 개혁안들 하나하나의 무게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드시 처리 가능하고 처리할 수 있는 안건 중에서도 핵심만 담아내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새정치 공동선언문'은 정책공약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는 중대한 선언이다. 단일화 후보가 만일 대통령이 된다면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공약이기도 하며 또한 공약이 표심으로 공인 받은 셈이므로 강력한 추진이 가능하다. 노회찬에 이어 심상정 역시 필요한 부분이 빠졌다며 아쉬워하지만 그건 욕심이다. 할 수 있는 부분부터 확실히 해나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새정치 공동선언문'엔 선결해야할 필요한 내용들이 빠지지 않고 담겨 있다.

또한 정당혁신안 중에 중앙당 권한 축소 및 국고보조금 축소 등은 정말 단 두줄의 내용이지만 보이는 것 이상의 아주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는 부분이다. 정당정치의 근본부터 뒤바꾸는 일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의원 연금제도 폐지및 영리 목적 겸직 금지등 현역 및 앞으로 정치를 해나갈 분들이 가혹하다고 느낄만한 내용들이 다수 담겨 있다. 또한 대통령의 인사권-사면권 남용 및 비리 전력자 고위직 임용 금지 등의 내용도 담고 있는데 단어 혹은 한 문장이 국회에 가면 몇달을 공전시킬만한 내용들이다.

필자가 이 중에서도 '공수처'설치를 환영하는 이유는 서두에 밝힌 것처럼 이슈의 선점을 위해서인데, 다른 부분들은 쟁점화된 이슈의 뒤에서 국민의 표를 바탕으로 진행하면 될 일이고 전면에 타이틀이 될 만한 내용은 이렇게 근래 고위공직자의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으므로 이런 '타이밍'이 가르키고 있는게 공수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글에 공감하신다면 추천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