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MBC, 잃어버린 신뢰 10년내 회복 어렵다

문자가 발명되고 쓰이기 시작한 이래 인간은 기록을 바탕으로 같은 실수를 안해야 맞을듯 싶지만 수도 없이 반복해 왔습니다. 그건 아마도 인간이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결정적으로는 태어나고 자라고 죽어가는 삶의 유한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도 기존의 것을 지키고자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데, 이 두 가치는 서로 공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를 견제하면서 오히려 지탱해 주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전통이라 말하는 것들이 실은 이런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이 부딛혀 가면서 느리지만 조금식 변화해가며 전통이란 이름으로 결과물을 남기는 것이겠지요.

MBC의 역사는 그 오래됨 만큼이나 신뢰로 통하던게 일반적이었습니다. MBC뉴스데스크는 KBS 뉴스9와 경쟁하며 조금은 더 젊은뉴스로 인기를 얻었고 세월따라 축적된 역량은 KBS에 못지 않았을 뿐 아니라 참신함이라는 측면에서는 늘 앞서 왔습니다. 실제 수년전까지만해도 MBC의 시청률은 13%내외로(KBS는 20%대초반) 현재 방송시간대를 옮기 전의 5%내외였던 것과는 아주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런 차이가 벌어진 이유는 뉴스 컨텐츠의 부실화와 더불어 방송사 자체의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한데 기인한다는게 일반적인 중론입니다.

인터넷에서 논란이 된다하여 오프라인까지 실제 그런 여론이 반영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인데 이번일은 인터넷과 국민의 여론이 시청률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중대한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안그래도 금이간 MBC의 신뢰도가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내려가는 일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이를 사람과 사람의 경우로 풀어 보자면, 여러분이 만일 어떤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다시는 얼굴 안보겠다고 생각했는데 몇해 후 다시 만난 상대가 억지 웃음 지으며 다가와 화해 하자고 할때 진심으로 다시 손을 맞잡아 줄 수 있을까요? 신뢰는 한번 금이 가면 되돌리기가 너무나 힘듭니다. 부부간 연인간 그리고 사업적 상대 등 어떤 관계도 신뢰에 금이 가면 정말 새로 누군가를 만나 신뢰를 쌓는 것보다 더욱 어렵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 이성이 시킨다고 해서 그대로 마음이 따라가지는 않습니다.

"엎친데 덮친격" 이라고 하죠. 시스템이 정상작동하지 않으니 곳곳에서 아프다고 신음하는 소리가 들려 오며, 곳곳마다 금이가고 녹이 슬어 가고 있습니다.

배현진 아나운서가 앵커를 맞고 있는 뉴스데스트에선 연일 방송사고 소식이 들려 옵니다. "경제 불황이다 침체다 기운빠지는..." 이어서 말을 못하던 배현진은 침묵후에 "이성일 기자가 다음 소식 전해드립니다" 라며 실수를 넘겨버려 다시 한번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보통 9시 시간대 뉴스앵커는 그 방송사의 신뢰도와 직결된다고 해서 적어도 3년이상 길게는 5~7년 사이도 맡아 왔던게 상례입니다. 가장 우수한 신입 아나운서 중에서 수년간의 경력이 쌓이며 실력을 인정받게 되면 그제서여 엄격한 선발을 거쳐 국민 앞에 메인뉴스의 앵커로 선보여지게 됩니다. 그래서 사고가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능란하게 처리할 줄 아는게 일반적이죠. 이번 배현진의 실수는 방송 사고 대응 메뉴얼 조차 숙지하지 못했다는 걸 반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배현진은 공개사과 했으니 엎지러진 물을 주어담기는 쉽지 않다.

 

TV란 편해야 하고 만족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과제를 늘 안고 있는 매체입니다. 누군가는 무언가를 더 알고 싶은 마음에 교약 프로나 시사프로를 보고 누군가는 그저 아무생각 없이 웃고 싶어서 예능프로를 봅니다. 저마다 바라는 바가 다르지만 적어도 방송사의 콘텐츠가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정도가 되어선 아니되고, 신뢰를 잃어서는 더더욱 아니됩니다. 지금 MBC는 이 두가지 모두를 놓치고 있습니다.

MBC뉴스데스크는 컨텐츠가 부실하고 신뢰도가 무너진 상태라 볼 수 있으며 킬러컨텐츠라 할 수 있는 드라마에선 그나마 간간히 제작되는 수작들이 있어서 겨우 위기를 넘기고는 있지만 그렇게 형편이 좋은 상황은 아니며, 주말 예능 역시 무한도전을 제외하고는 그리 좋은 호성적을 내고 있진 못한 상황입니다.

솔직한 말로 표현하자면 별로 볼게 없습니다. KBS뉴스보다 나은게 있어야 채널을 돌릴 것이고 8시로 옮긴 지금은 오히려 민영방송이면서 후발주자인 SBS보다 못한 평가를 받는 굴욕을 당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SBS는 뉴스 뿐 아니라 여러 컨텐츠들이 KBS,MBC와 어느정도 차별화에 성공하면서도 개국이후 지속된 후발주자 꼬리표를 끝내 떼어내지 못하고 시청률 상승에 벽을 느끼고 있다가 MBC가 침체되던 시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양질의 컨텐츠를 쏟아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SBS가 현재 '드라마왕국'이라 불리워도 크게 손색이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한해를 통털어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뿌리깊은나무'나 '추적자'와 같은 명품 중에 명품드라마를 탄생 시킬 정도로 달라지고 레렙업된 SBS는 몇해전만 해도 일시적인 거 아니냐는 시선이 남아 있었지만 이젠 MBC를 이미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전통은 쉽게 꺽이지 않으므로 MBC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생기기 힘든 상대적 위상의 변화이나 MBC에 문제가 생김으로서 SBS는 오랜 숙원을 풀고 있는 셈입니다. 그리고 어부지리가 아닌 실력으로 얻어낸 성과이니 만큼 한번 얻어낸 상대적 우위를 쉽게 내줄리는 없어 보입니다.

이제 SBS가 첫 개국했을 때 만만하게 보던 그런 시각은 40대 이상에게도 점점 옅어져 가고 있고, 아직 젊은 세대는 거의 그런 생각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는 편입니다. 한번 뒤집힌 구도는 시간이 오래되면 될 수록 고착화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MBC의 오랜 이미지가 깨어진 지금 다시 되실라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은 고생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MBC는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이미지는 SBS에 내줬고, 정통성과 신뢰성 있는 모습은 KBS에 완전해 내어줬으니 이제 가지고 있는 상대적 우위의 이미지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조만간 MBC의 위기는 매출로도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각 부문별로 매출하락에 대한 뉴스는 이제 꼬리를 물고 터져나올 듯 합니다. 실제로 이미 뉴스데스크 매출은 2008년과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시간대도 옮기고 중간광고도 없애고 말았지만 2008년에는 그해의 가장 많은 광고매출을 올린 TV프로그램이었습니다. 2008년 언론기사에 의하면 뉴스데스크는 그해 8월까지 4566억원의 광고수입을 얻었고 SBS 8시뉴스는 266억원을 올려 두배 가까이 되는 엄청난 격차가 있었습니다. 벌써부터 매출감소가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는 뉴스데스크 외에도 MBC의 실적이 좋지 못할 것임은 눈 감고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아직은 부분별로 드러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도 예상과 크게 다르진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현재 MBC드라마 중에서 핵심광고가 몰리는 드라마 시간대에 월화에는 '마의'가 선전하고 있지만 큰 격차의 차이도 아닌 상태이고 나머지 요일에는 두드러진 선전을 보이는 작품이 없으며, 한국의 대표예능 '무한도전' 있다지만 그 한 프로가 전체 매출을 끌어 올릴 수는 없는 것이니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MBC의 실적은 그렇게 좋지 못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한류 바람을 타고 모든 방송사의 실적이 전체적인 상승흐름에 있다고는 하지만 균형있게 보려면 타 방송사와의 상대적인 실적변화를 보아야 하는데 KBS와 SBS보다 나은 프로그램을 눈 씻고 찾아봐도 한두 프로 외엔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기대를 갖는 다는 것은 오히려 우스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잃어버린 경쟁력과 신뢰도를 되찾기 위해서는 필자가 보기엔 10년도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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