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칸남자, 송중기에 의지한 위험한 도박인 이유

KBS 수목드라마 <세상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 방영전부터 있던 제목에 대한 논란을 뒤로 하고 드디어 첫 방송을 탔다.

이 드라마는 커다란 스케일을 자랑하는 액션물도 아니고 단지 송중기가 맡은 강마루라는 케릭터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복수극이다. 그리 독특할 것도 없는 시작인데도 첫회를 시청한 후 필자는 <차칸남자>에 조금은 후한 점수를 주려 한다.

세상에 독특하고 참신한 주제만이 전부는 아니며, 이렇게 착하게 살아온 한 남자의 일생이 어떤 계기를 통해 변화해 가는 과정을 송중기만의 방식대로 숭중기만의 케릭터로 표현해 낼 수만 있다면 그것 또한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럼 내가 이런 비교적 후한 점수를 주게 된 이유가 무었일까?

케릭터의, 케릭터를 위한, 케릭터에 의한

본시 차칸남자와 같은 드라마는 자주 만들어 질 수가 없다. 애초에 강마루라는 역할을 소화할 배우 자체가 얼마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애초부터 송중기가 없었다면 가능성 자체를 논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송중기가 올해 스물일곱인데 이 또래에 이 정도 연기를 해내는 연기자가 사실상 전무하다시피하다. 일부 견줄만한 연기자가 전혀 없는건 아니나 야누스적인 밝고 어두운 연기까지 동시에 해낼 연기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십대 중후반에 그 나이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치명적인 매력에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강마루라는 케릭터가 탄생할 수 있었으니 당연히 이 드라마는 송중기를 위한 드라마라 할수 있다.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대기업 회장이 등장하면 일단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실은 어떤 작품인가가 중요하지 이런 설정이 중요하진 않기 마련이다. 재밌으면 그냥 보는것이고 재미 없으면 재벌얘기 때문이라고 할 테니까. 단지 주목해야 할 것은 흔한 소재를 흔한 연출로 표현해선 안된다는 것인데 <차칸남자>PD는그렇게 튀는 연출까지는 아니어도 극을 이끌어 가는 중심이 무엇인지 아는 연출가임이 틀림 없어 보인다. 그러니까 어떤 점에 포커스를 두어야 시청자의 몰입감이 최고조에 이르를 수 있는지를 잘 알고 곁가지로 눈길을 주지 않게 잘 이끌어 나가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가난한 현실에서 탈피하고자 노력하던 강마루와 한재희, 강마루는 의사가 되기 위해 병원에서 열심히 일하고 한재희는 방송국 기자로 일한다. 어느날 자신만을 바라보던 착한 강마루를 모종의 음모에 이용해 그의 인생을 망가뜨린 댓가로 한재희는 대기업회장 부인으로 들어선다. 그리고 6년후 다시 만나게 된 두사람...

<차칸남자>강마루(송중기분), 서은기(문채원분), 한재희(박시연분), 박재길(이광수분), 서회장(김영철분) 정도 외에 중요한 역을 맡은 조연은 몇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모든 스토리 전개와 사건은 인물중심으로 펼쳐지고 그에따라 각 케릭터에 할당되는 분량도 크다는 말이다. 자주 얼굴이 클로즈업 되고 대사 역시 많다. 케릭터와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많은 스타일이라는 뜻이다.

시청자들은 강마루의 얼굴 표정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이제 고작 스물일곱의 젊은 남자 배우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서은기역의 문채원도 그러하다. 그런데 이런 시도가 위험한 도박인 이유는 진정한 스타배우는 이렇게 한순간의 흡입력만으로 평가할 수 없고,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나가는 동안 시청자들이 시선을 돌리지 않게 집중하게 하면서도 지루하지 않도록 강약조절까지도 능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게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강약조절에는 연출자의 능력도 중요한데 애초에 이런 드라마가 기획이 되고 방송 한다는 것 자체가 이런 노림수를 가지고 있는것이니 크게 걱정할 부분은 아닌듯 싶다. 쉽게 말해 송중기가 짧고 긴 연기의 호흡조절도 가능하리라 믿고 제작진은 그에게 강마루 역을 맡겼다고 보는 것이고 실제로 첫회에서 송중기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수월히 해내고 있었다

 

연출과 스토리 모두 강마루를 위해 존재한다.
- 의존도가 높아서 위험한데, 높은 상태로 잘해내야 성공할 수 있다.

 강마루와 연관되어 있는 설정 중 모호한 상태여서 오히려 궁금하게 되고 상상하게 되는게 있다면 그대로 놔두고, 어떤 면은 지나치리만큼 깊이 파고들어 보여줄 수도 있다. 오로지 연출과 스토리의 포커스는 강마루란 인물을 표현해내는데 집중하고 있다.

필자의 짐작이지만 서회장이 앞서말한 모호한 역이지 않을까 싶다. 낱낱이 다 보여주는게 아니라 무언가는 알고 무언가는 숨기고 있는 그런 역할로...또한 서은기를 보좌 하는 법무팀 소속 변호사인 박준하도 심상치 않은 내력이 있느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인물 중심의 드라마에서 케릭터를 궁금하게 하는건 무척이나 중요한데 그 케릭터를 표현하고 보여주는데 있어서 카메라의 시선이 어느 각도를 취하고 있는가가 상당히 중요하다.

 앞으로 <차칸남자>의 성패여부는 이 카메라의 시선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는게 아니냐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니까 시청자는 카메라가 쫒아 가는 강마루의 시선을 따라 사건을 접하고 같이웃고 같이 울게 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시청자가 자신이 강마루가 된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는 연기를 송중기가 잘 해내야 한다. 첫회에서 이미 충분히 잘 해내고 있으니 서두에서 약간은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예를 들어 초반 사건 이후 6년후에 등장한 강마루는 친구가 꽃뱀에게 당해 뜯긴 재산을 찾아 주게 되는데 그 자리가 한 시야에 들어 오는 위치에는 서은기가 고질병으로 쓰러져 힘들어 하고 그녀의 곁에 다가간 한재희가 위로 하는 장면이 나온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또다른 엇갈림의 순간이 불같은 운명처럼 지나쳐 가는 것을 두 각도의 카메라는 냉정한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어떤 시선으로 처리하는지에 따라 묘한 긴장감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걸 보여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런 카메라의 시선이 이 드라마를 흥하게 할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필자는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연출이 송중기의 치명적 매력과 더해졌을 때 드라마 <차칸남자>의 시청률 성적을 좋게 나올 것을 예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게 필자의 의견이다. 어찌 보면 대박이 나긴 힘든 스타일의 드라마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나 연출과 배우 두가지가 만족스러운만큼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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