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최종회, 명작의 마무리는 남다르다는걸 보여준 좋은예

한해에도 수십편의 드라마가 제작됩니다. 그 많은 작품을 일일이 볼 순 없지만 대개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살면서 참 많은 드라마를 보게 되죠. 그런데 명작이라 일컬어 지는 드라마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짜임새 있는 구성과 연출, 명품 주-조연들의 활약 등이죠. 거기에 더해 필자가 오늘 말씀드리고 싶은건 바로 훌륭한 마무리입니다.

각시탈은 가장 이상적인 마무리를 보여주었습니다.
누가 살고 누가 죽고 하는 그런 내용상의 문제를 말하는게 아닙니다.

- 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마지막까지 임펙트 있게 전달하였는가.
- 인물간의 갈등과 대립은 해소 되었는가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 시나리오상의 한계를 인정하고 오픈할것과 아닌것을 구분해 보여주었는가.

세번째 이유부터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각시탈이 시대극인만큼 모두가 행복해지는 판타지적인 결말이 나올 수도 없는 것이고, 무장봉기한 이후까지 보여주기엔 끝도 없으니 작품이 보여줄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명확히 구분해 주어야 시청자들 역시 명작에 대한 감동을 가슴속에 담고 박수치며 떠나 보낼 수 있게 됩니다.


 

감동과 정리 모두에서 완벽했다.

각시탈은 내용전개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든 시원시원하게 보여줍니다. 결코 이리저리 잰 듯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물론 원작이 허영만이라는 큰 작가의 것인 덕분도 있겠지만 연출진의 각오가 그만큼 남달랐다는 뜻도 됩니다.

 명작의 전개는 막장드라마와 차이가 있습니다. 자극에 자극을 더해야만 시청률을 유지할 수 있는 막장은 내용상의 퀄리티로 승부볼 수 없기에 하는 선택입니다. 그래서 막장의 특징은 일은 잔뜩 벌려놓고 수습을 하지 못하곤 하는데 있습니다. 반면에 각시탈의 최종회는 보여주 스토리의 대부분을 수습해내는 완성도를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명작은 무리한 결말 보다는 모두가 수긍하고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추구합니다. 물론 독자나 시청자들의 약간의 기대치가 반영되지 않는건 아니지만 무리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강약조절에도 능숙합니다. 대개 용두사미로 끝나는 드라마들이 초반에 잔뜩 이일 저일 다 벌려놓고 무리수가 따르게 되면 나중가선 오히려 생략에 생략을 거듭하다 최종회에서는 갑자기 몇해후 남여주인공이 다시 만나 행복해졌다라는식으로 급 수습하고는 하는것과는 달랐습니다.

"천길 물속이라도 뜨거운 불구덩이라도 제가 항상 함께 갈거에요"

강토와 분이의 결혼식에 슌지는 난입하고 결국 여주인공이 죽고 맙니다. 무덤가에 기대 눈물짓는 강토가 분이를 회상하는 장면의 대사는 나름 의미심장합니다. 각시탈을 쓰고 무거운 짐을 지고 가야 했던 그에게 한가닥 희망과 위로가 되어준 그녀를 떠나보내며 흘리는 눈물은 제맘까지도 아프게 했습니다. 오랜세월 그리워하고 사랑했던 님을 보내는 강토의 마음이 제 마음속에 전해져 오는듯 했습니다.

이 작품이 시종일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왜! 도대체 왜!"

나만 잘살면 되는데 왜 독립운동을 한다고 그러냐며 따지던 예전의 이강토,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감당할 수 없을만큼 무거운 짐을 지고 가던 그의 형 강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속에서 나라의 근간을 잃지 않을 수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강토와 슌지가 나란히 앉아 서로의 심정을 이야기 하는 마지막 장면은 단순히 개인대 개인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슌지는 끝내 일본의 과오를 깨닫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강토와의 개인적 인연과 목단에 대한 사랑, 그리고 친형과 아버지에 대한 복수가 동기기 돠어 행동했을 뿐입니다. 대의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드라마 초반 선생님으로 재직했던 데서 엿볼 수 있다) 그의 가치관에 있어서 대의는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에겐 개인적인 욕망과 복수가 더욱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결코 거짓된 사람은 아니고 강토와 다른 편에 서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나 시대는 둘 사이의 공존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고문 당하는 내내 독립군가를 부르던 박동지부터 시작해서, 니 앞에서 혀를 깨물고 죽은 적파동지, 다이너마이터를 품고 산화한 장동지, 니 총에 죽은 윤동지....조단장님...그리고 담사리 대장까지..."

"뿐이야...누군가에겐 아들이고 남편이고 동생인 젊은이들이 나라를 되찾겠다고 모인 청춘들이 니들 손에 무참히 살육됐어. 그때 널 죽이지 않을걸 이렇게 후회할줄은 몰랐다"

"그맘 나도 알지. 니가 우리 아버지를 죽였을 때 너를 죽이지 않고 탈을 덥은걸 후회했으니까"

강토는 대의를 말하고 슌지는 개인사를 말합니다. 그리고 슌지는 권총을 들고 자기 머리를 쏴버립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그가 은원을 떠나 자신에게 소중한 이들(가족과 목단)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 대한 비관과 강토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등이 어우러져 그런 선택을 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강토역의 주원은 20회 이후부터 눈에 띄게 엄청난 연기 발전을 보여주었다. 그의 눈빛과 대사 하나까지 모두! 초반에는 단지 역에 맞는 연기는 할 줄 아는 구나 싶은 정도였지만 마지막에 가까워지면서 주원의 연기력은 정말 너무나도 훌륭해졌다. 아마 모든 시청자들이 공감할 것이라 믿는다.>

각시탈은 무장봉기를 하는 장면에서 마무리 됩니다. (바로 윗장면이 마지막 장면)

드라마 방영 내내 보여준 스토리 속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음에도 희망의 꽃은 지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많은 여운을 남겼고 그렇게 종영을 맞았습니다. 각시탈을 쓴 수많은 사람들이 태극기를 흔드는 장면에서는 벅찬 기분이 들더군요.

아직도 일본은 침략의 역사를 미화 하는데 급급하고 있습니다. 야스쿠니신사를 단지 조상을 모시는 전통이라고만 말하며 전범을 모시는 행위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류바람을 타고 각시탈이 어디까지 수출될지는 모르지만 많은 나라에서 방영되어 일본이 더이상 추잡한 변명을 하지 못하게 되는데 일조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이런 필자의 심정은 국민 모두의 마음과 같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더 많은 나라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말입니다.

보는 재미도 있으면서 나라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명작의 마무리는 이렇게 훌륭했습니다. 앞으로 한류가 확산되면서 문화적 영향력을 확보해 나가는것도 애국의 일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보며 남들은 다 사양했다는 강토역을 선뜻 맞아 마지막까지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 주원에게 다시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아직 젊은 연기자지만 그에게 밝은 미래가 있었드면 좋겠다는 말을 더하며 글 마칩니다.

공감하신다면 추천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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