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그대, 시청률 고전의 진짜 이유는 문화소비의 중심축이 된 7080세대가 외면했기 때문

한국의 문화소비층은 젊은세대 취향과 나이든 세대의 취향이 크게 다릅니다. 그리고 그 중간의 급격한 변화기를 겪어 나간 세대가 있으니 바로 7080세대입니다.

아주 어릴때부터 맥가이버와 같은 미드를 보았고 스타워즈 타이타닉과 같은 걸작 영화들을 보며 눈높이를 키워나간 세대죠.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팝송이 주를 이루다가 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가요에 밀려 쓸쓸히 퇴장하게 되었고 전국에 멀티플렉스 극장이 등장하고 인터넷의 발달로 문화는 급속도로 빠르게 소비되고 발달되어 갔습니다. 이제 7080은 지금의 10대가 소비하는 대부분의 문화소비형태가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아는 젊은 감각에 더해 높은 눈높이까지 갖춘 전천후 세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이런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제작자들이 많습니다. 무한도전의 서해안가요제 음원이 돌풍을 일으키고, 아날로그적 감성이 짙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엄청난 광풍을 몰고 왔으며, 싸이가 대박을 넘어 초대박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데도 아직 그 원인조차 모르고 엉뚱한데서 문제를 찾고 있습니다.

10대에서 20대 초반이 가장 왕성한 문화소비를 하는것은 지금도 틀림이 없고 앞으로 그들이 자라나고 나이들어 가며 그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드라마와 같은 장르의 안방에서의 비중은 여전히 50대 이상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낀 7080세대들은 일에 치이고 육아에 치이며 제대로 문화생활을 즐길 심적 여유나 물리적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들도 문화소비의 욕구는 막아낼 수 없습니다. 결국 입맛에 맞는 음악, 드라마, 영화, 뮤지컬을 골라 선택적으로 소비하게 됩니다.

이야기의 중심을 드라마로 한정시켜 보겠습니다. '아그대'가 갖는 태생적 한계는 일본드라마가 갖는 태생적 한와 맥을 같이 합니다. 보다 앞선 문화에 대한 동경이 남아 있던 시절이 불과 몇해전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제 일본의 문화를 우리보다 앞선 문화라 생각지 않습니다. 순정만화를 보는듯한 설정이 통용되는 것도 이제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만화적 설정을 가미한 드라마나 영화가 붐을 이루고 있어서 신선함이라는 장점도 이제 갖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한국드라마에 남은 숙제는 많은 돈은 들여도 효율적으로 쓰이지 못하는 탓인지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의 떨어지는 볼거리 정도인데 실은 수백억이 들어가는 대작드라마가 흔히 제작되는 것도 아니어서 급한 문제는 아니며 쪽대본에 밤샘 촬영하는 열악한 환경 정도가 시급히 개선되어야할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요즘 호평받는 드라마의 특징을 살펴보면 왜 7080세대의 소비흐름이 중요한지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일단 추적자부터 보조. 드라마의 극본과 연출, 그리고 연기자들의 호연까지 3박자가 모두 이렇게 최상인 드라마는 그리 흔하지 않음에도 시청률은 25%정도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요즘 20%를 넘는 드라마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단한 수치로 보일지 모르지만 화제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이렇게 대단했던 드라마가 25%정도에 머물고 말았다는건 달리 말하면 50대 이상은 예나 지금이나 거의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고 10대들이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갖는것도 한계가 있으니 추적자의 주 시청자층은 7080 세대였다는 뜻입니다. 불과 얼마전까지 7080은 신구 세대간의 중간의 위치에서 끼인 정도에 머물러 있었습니다만 이제 그 역할이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만일 수년후에 다시 추적자나 뿌나같은 명작이 또 나와준다면 아마 30%도 넘길 수 있으리라 전망해봅니다.)

물론 아직까지 7080이 늘 앞에 나서서 주도 하진 못합니다. 평상시엔 응집력이 약하죠. 다시 말하지만 일하기 바쁘고 육아에 바쁘며 이래저래 세상에서 가장 바쁜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높은 눈높이를 맞춰줄 드라마 영화 음악을 만나면 길게 고민하지 않고 선택하게 됩니다. 이럴 때 응집력이 생기는 것이고 그 응집력은 엄청난 폭발력을 갖게 됩니다.

 

방성재역 외에는 모두 연기신인들인데도 연기력 지적이 없는 호평받고 있는 드라마다. 멀지 않은 90년대부터 이야기는 시작하지만 마치 오래전 일처럼 느껴지는 건 아마도 급격한 사회문화적 변화를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당사자들인 7080은 이 드라마에 환호하고 있다.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그 추억속에 주인공들의 살아가는 삶이 너무나 리얼하기 때문.

추적자에 이어 '응답하라1997'의 경우도 살펴보겠습니다. 일단 이 드라마 역시 10대가 많이 봅니다. 그러나 그정도로 화제가 될 것이라면 '아그대'도 다를바 없겠죠. 그러나 7080세대는 '응답하라1997'은 봐도 '아그대'는 외면하게 됩니다. 왜 그럴까요?

한국의 7080세대는 눈높이가 상당합니다. 필자의 생각엔 세계 최고수준이라 보고 있습니다. 필자가 말하는 눈높이는 지나치게 작품성만을 따지는 그런게 아닙니다. 종합적인 면을 고르게 따진다는 것이죠.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도 강하고 충분한 금전적 여력도 있는 세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일단 소재가 신선해야 합니다. 만일 익숙한 소재라면 그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면 됩니다. 앞선 예로는 '응답하라1997' 이 있겠고 뒤의 예로는 '허준' '대장금' '이산' '동이' 등으로 유명한 이병훈감독의 작품들이 있겠습니다. 작영 큰 화제가 된 '싸인' 이나 올초의 '브레인' 등에서 7080은 환호 했습니다. 가장 크게 환호한건 '추적자'와 '뿌리깊은 나무'겠지만요.

신선함을 무기로 내세웠지만 실패한 드라마의 전형적인 예는 '타임슬립' 드라마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완성도. 따로 설명치는 않겠으나 크게 떨어지는 완성도 만으로도 외면당할 수 밖에 없다. 오로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건 '인현왕후의남자' 정도인데 치밀한 구성과 균형잡힌 완성도로 호평받았다.

반면 10대들이 선호 하는 드라마는 홀로 독립적으로 성공하지 못합니다. '드림하이'가 비교적 괜찮은 반응이 있었던 것은 신선함이라는 무기에 나름 대중성을 갖췄기 때문이지 또다시 그런 드라마가 나올 때 같은 반응을 얻기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반면 50대 이상이 선호하는 드라마는 아직까지 성공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해를품은달'이 가장 좋은 케이스입니다. 10대도 보고 7080(주로 여성)도 보고 50대 이상도 보는 그런 드라마였던 것이죠. 한마디로 '해를품은달'과 같은 스타일 자체를 거부하는 층이 아니라면 전 연령대가 시청자층이었다는 말입니다.

정리하자면 7080세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신선한 소재 혹은 완성도를 갖추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는 시대가 되었음을 방송국이나 제작사들은 알아야 합니다. 7080을 만족시키는 컨텐츠라는 것은 선택적 옵션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아직 막장드라마가 설자리가 남아 있기는하나 이 역시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주말에 방영중인 '다섯손가락'이 좋은 예입니다. 채시라의 호연으로 3회에 기록한 15%를 정점으로 지난주는 11%대까지 급락했죠. 완성도가 급격히 떨어진 탓입니다.

'아그대'는 신선하지 않은 일본원작 드라마에 7080이 공감해줄 수 있는 10대드라마가 아니라 10들 전용 드라마라는 인식을 탈피하지 못함으로서 현 시청률에 머물고 있는 것이라는 주장을 끝으로 글 마무리 할까 합니다.

다음 기회에 조금더 상세한 이야기를 다뤄 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글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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