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1997, 여심 녹이는 서인국의 절절한 노래방 고백

응답하라1997은 HOT 토니안을 좋아 하는 성시원과 그녀의 곁에 늘 함께 있어 주는 윤윤제가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9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입니다.

얼굴없는 가수로 데뷔한 조성모를 두고 친구들끼리 잘생겼네 아니네 하며 의견대립을 하는 장면이나 이효리가 핑클로 활동하던 당시 모습에서 추억은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당시로부터 불과 십여년이 흘렀을 뿐인데 세상은 정말 많이 변해 있고 그렇기에 학찬이 들고 있는 스타텍만 봐도 반가운 마음이 생기는것 같습니다. 이건 아마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온 7080세대라면 공통적으로 느끼는 아련함이 아닐런지요.

응답하라1997의 11화는 졸업을 앞두고 서울로 떠나야 하는 시원과 가족의 이야기, 유학을 떠나게 된 학찬이 유정에게 미처 말하지 못하고 힘들어 하다 결국 말하게 되면서 서로 힘들어 하는 얘기, 그리고 윤태웅으로부터 고백을 받은 후 자상하게 챙겨주는 그가 고마워서 선물 마련을 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치한으로 의심되는 자에게 위기감을 느끼고 급히 윤제에게 연락하자 미친듯이 달려와 보호해 주는 그에게서 남자를 느낀 시원의 혼란한 마음 등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원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혼란 스럽기만 합니다. 분명 좋아 하는 오빠인 태웅으로부터 고백을 받아 기분이 너무 좋은 시원입니다. 그런데 막상 그녀 자신은 태웅과 같은 의미로 좋아하고 연애를 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시원도 분명 어릴때부터 함께 있던 윤제가 자신과 거리를 두려 하는게 이상하게 느껴졌을 텐데도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고 의식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원의 태도가 윤제에게는 너무나 힘들게 느껴지기만 합니다. 고1때 안경을 벗고 렌즈를 낀 시원에게 여자를 느낀 윤제는 먼저 남자가 되서 시원이 여자로 자신을 바라봐 주길 기다렸지만 뒤늦게 자신에게 다가오는 변화에 혼란해 할 뿐이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감탄해마지 않는 정은지의 연기는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는 시원의 모습을 너무나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연기자의 재능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는것 같습니다. 성시원이 곧 정은지로 느껴지니 이미 그녀는 배우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재능을 가진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발랄한 학창시절의 많은 우여곡절이 지나가고 어른의 삶의 기다리고 있는 시기에 접어들게 되니 이제 점점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는 줄어들고 시원과 윤제 사이의 이야기로 점점 포커스가 좁혀져 갑니다. 

 

수상한 사람이 쫒아오는 상황에서 미친듯이 달려 온 윤제에게선 비옷듯 땀이 흐르고 있었고, 시원은 그런 윤제에게서 처음으로 남자를 느끼게 되었다.


 

서인국의 노래방 고백이 최고의 명장면인 이유

이 노래방 장면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노래방에서 성시원과 방성제 강준희는 신나게 노래를 하며 놀지만 남친의 유학행을 알게된 모유정과 도학찬 사이에는 복잡함 감정들이 오가고 있었고, 시원의 생일을 앞두고 윤제는 모진 결심을 한채 들끓는 감정의 격한 흐름을 애써 마음속에 가둬두려 애쓰고 있었습니다.

학찬과 유정이 노래방에서 나가고, 성제마저 자리를 뜨자 시원은 윤제에게 1년전에 말한 반지 선물을 달라고 했고, 윤제는 그런 시원에게 "형한테 받으라" 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돌직구 고백을 합니다.

"니 정말 잔인하다. 내게 그런 말이 나오나"
"난 머리가 나빠 왜 그런지 모른다. 설명해줘라"

"나 니 억수로 좋아하거든. 태어나는 순간부터 옆에 있었고 하루도 안보는날 없었고 니 생리 터지는 날까지 기억하는데 그래도 니가 여자로 보이더라" 라며 서인국이 말하는 장면에서 전 그의 연기자로서의 그리고 스타로서의 미래가 짐작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달라 보인다고나 할까요. 이 드라마 이전까지 필자가 알고 있던 그 서인국의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베테랑 연기자도 할 수 없는 오로지 그 나이에 그 때만 할 수 있는 그런 연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얼마전 신원호PD가 아다치미츠루의 만화를 좋아 한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시절을 같이 보낸 소꿉친구간의 아련하고 풋풋한 감정에 대해서도 말하더군요. 아마 아다치미츠루를 아는 분들이라면 이게 어떤 의미인지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가장 많이 기억하는 소나기나 앞서의 아다치미츠루의 작품 '터치'도  비슷한 맥락에 있습니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이며 영화로까지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던 정우성 고소영 주연의 '비트'도 어찌보면 '응답하라1997'의 연장선상에 있는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윤제는 고1때 시원을 여자로 느끼고 좋아하게된 경유를 말하면서 "니 주변에서 계속 티 냈다. 니 좋아 한다고. 내 좀 좋아해 달라고. 근데 니 모르데" 라며 고백하려 했던 일까지 털어놓습니다. 수능을 본 그날 8시에 만나자고 했던 D-DAY에 태웅이 10분먼저 자신에게 시원에 대한 마음을 털어놓은 일까지 가감없이 다 이야기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솔직하게 다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윤제는 남자답게 속시원하게 고백합니다. 그 모습에 둘 사이가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무언가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시원의 마음속은 너무나 많은 혼란이 급격하게 차 올라 감당할 수 없는 감정상태에 빠져듭니다. 그러면서도 애써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행동하고 말하려 합니다. 자긴 머리가 나빠서 잘 모르지만 그래도 윤제가 소중한 친구라는 건 안다고 하며 소중한 친구를 잃을 수 없으니 예전처럼 친구로 지내자고 합니다.

"편한 친구로 다시 지내면 안될까?"
"사내 새끼가 짝사랑하는 가시나한테 구질구질하게 가슴에 있는 거를 다 털어놨다는 것은 다신 안볼 생각인기다"

노래방을 나가는 시원은 반지를 건네며 "이건 니가 버리라" 라고 말하는데, 이 장면에서 나온 그 반지를 동창회에서 끼고 있었던 것은 둘의 관계가 후일 이어질 것임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운명은 그렇게 풋풋한 첫사랑을 다시 어른의 만남으로 이끌어 갔습니다.

응답하라1997 최고의 명장면이 여기서 나옵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두사람 중 한 사람에게 앞으로 다신 안보겠다는 심정으로 하는 말 속에는 형을 사랑하는 마음과 시원에 대한 가슴 절절한 순정이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윤제와 시원의 만남은 누가 시켜서 한것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관계였지만 남여로서의 감정은 서로가 시간차를 두고 느끼게 되면서 운명을 엇갈리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커피숍안에서 멋진 양복을 빼 입은 윤제와 다시 만난 시원! 둘의 운명적 이야기가 너무나 흥미롭고 너무나 기다려집니다. 이상으로 윤제의 노래방 고백이 왜 절절한 명장면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아래 추천 버튼클릭 잊지 마시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