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손가락, 명품배우 채시라도 살리기 힘든 진부한 설정 3가지

티아라 은정이 나오는 드라마로 화제가 되고 있지만 필자의 눈에는 은정은 둘째치고 채시라가 먼저 보였습니다. 이십대에 연기대상을 여러차례 탔던 그녀가 역할만 잘 만나면 아주 좋은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죠.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디서 본듯한, 너무나 흔하고 진부한 설정"

 - 제부도 섬에서 자라던 아이를 데려다 키우고 / 유지호 (주지훈분)
 - 키우던 아이와의 갈등 / 유인하 (지창욱분)
 - 예쁜 소녀는 유지호하고 놀며 / 홍다미 (은정 분)
 - 독선적 성격의 부모인 유만세는 재벌 (조민기분)
 - 피아니스트 출신에 독기를 품게 되는 재벌부인 / 채영랑 (채시라)

 등장인물 설정만 봐도 "안봐도 비디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합니다. 이럴 때 하는 말이 '한국형' 이란 건데 참 좋지 못한 한국형입니다.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청춘드라마를 필자가 재밌게 보았고 아직도 의미있게 기억하는 것은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비슷한 드라마를 접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만일 또다시 비슷한 성격의 드라마가 기획되고 더 유명하고 더 인기 있는 배우가 출연한다해도 어떤 의미를 부여해 주긴 어렵지 않을까요.

요즘 눈에 크게 띄진 않지만 한국드라마의 분위기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뿌리깊은나무><추적자><인현와후의남자>와 같은 명품드라마가 제작되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켜주면서 늘상 반복되는 흔한 설정에 질려하는 경향이 이전보다 뚜렷하게 강해지게 된 것이죠.

진부한 설정 첫째, 재벌 없으면 드라마도 없다?

피아니스트를 다뤄도 재벌가가 나오고 (추적자에서의 재벌 박근형은 의미가 좀 다릅니다), 음식공장을 해도 재벌가가 나오고 화장품이나 패션 등 전문분야를 다뤄도 무조건 등장하는 이 재벌이야기는 뭐랄까. 식상함과 진부함을 넘어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버리는 경우라고 할까요. 물론 전에도 그러했지만 간간히 등장하는 잘만든 드라마에도 재벌이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성공의 법칙처럼 여겨져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부한 설정 둘째, 밖에서 낳은 아이

 밖에서 낳은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내용은 '제빵왕김탁구'가 원조는 아닙니다. 예전에도 얼마든지 있던 설정이죠. 그런데 전에는 다룬적이 없던 새로운 소재인 '제빵'을 내세우면서 내부설정의 상당부분은 기존의 치정극의 요소가 반 이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신선한 소재에 신선한 전개방식이 삼분지 일 정도라면 나머지 2/3 정도는 기존에 보아왔던 내용을 버무려 놓았다는 말입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익숙함 때문이죠. 작가는 갈등구조를 만들어 내기 편하니 겉포장(피아노)으로 내세울 소재만 바꿔가며 만들기 좋고, 치정극을 좋아 하는 시청자들은 쉽게 따라가며 볼 수 있으니 좋은 것이죠. 이는 마치 여자들끼리 만나면 단골소재로 이성을 이야기 하거나 남편 뒷담화를 하는 것과 비슷한 일입니다. 알고 있어도 늘 하게 되는 것들이죠. 그러나 소재와 익숙함의 조합이라는 것도 적정선이라는게 있는데 내용의 거의 전부를 식상함으로만 채우는건 해도 너무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욕망 불꽃도 보이고 제빵왕김탁구도 보이고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보일게 있을까?"

진부한 설정 세번째, 틀에 갖혀버린 인물들

드라마 '다섯손가락'은 형제사이인 주지훈과 지창욱이 피아노 대결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런 흔한 틀을 필자가 좋지 않게 보는건 재벌가를 배경으로 그렸을때의 문제점과 비슷한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재벌가의 후계자가 보이게 될 정말 뻔한 성격, 그리고 그와 대립각을 세우게 될 인물 역시 너무나 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작가들이 재벌가를 꼭 다루고 싶다면 차별화된 주인공의 성격이나 진행방식을 택해야 하는데, 거의 예외 없이 늘 하던 대로 갈등구조를 쉽게 만들기 위해서 활용할 뿐입니다. 그리고 이런 지적을 한 이후 드라마가 방영되는걸 보면 예외는 없었습니다.

 

위안부로 첫 등장 후 스파이로도 활약하게 되는 여옥역을 맡은 채시라. 그녀의 눈부신 연기에 홀딱 반했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역할이 주어지고 그 역할에 자신의 고유의 매력을 더했을 때 대체불가의 케릭터가 나올 수 있다.

제아무리 연기력 좋은 배우라고 해도 틀에박힌 인물 설정내에서 보여줄게 무엇이 있을까요. 꿈을 버린 피아니스트 채영랑은 마치 '욕망의불꽃'에서의 신은경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과거 팬이었던 채시라라 할지라도 신은경과 차별화된 무엇을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그다지 없어 보입니다. 왜냐면 다른 어떤 개성을 드러낼 여지가 없는 그런 꽉 막힌 틀안에 있는 인물이 채영랑이기 때문입니다. '김탁구'때는 전인화가 조금 색다른 연기를 펼친 바 있긴 하지만 그 역시 말투와 패션 등에서 드러날 뿐 어떤 인물의특별한 성격의 창조로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시청율도 높고 의미도 있는 드라마의 주인공은 대개 이렇게 주어진 케릭터에 배우의 색을 아주 강하게 입혀 냅니다. 우리는 그걸 '대체불가'라고 표현하조. 대체불가한 케릭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드라마 성공의 관건이 아니라 그런 케릭터가 만들어 질 수 있는 설정의 드라마여야 성공도 하고 호평도 받을 수 있다고 보는게 맞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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