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감독과 송지나작가가 다시 한번 힘을 합쳐 만든 드라마 '신의'의 출발이 순조로워 보입니다. 일단 재밌습니다. 기대한 것 이상으로 재밌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없는건 아니어서 필자의 눈으로 바라본 장점과 단점을 논해 보겠습니다.

이십대의 이민호, 진지해서 웃긴 케릭터

젊은나이의 연기자가 나이를 넘어선 연기력을 보이는 케이스가 참 드뭅니다. 그중의 한명이 이민호입니다. 물론 달인 수준에 이른 명연기자들을 즐비하기에 그들을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이십대중반의 나이대의 연기자 중에서는 가장 탁월한 편이고 외모 또한 뛰어납니다. 그런 그가 고려시대 최영장군역을 맡아 상처입은 왕비를 구하기 위해 타임슬립을 하여 현대로 오게 되고 김희선을 납치해 고려시대로 돌아가게 되는게 첫회 방영내용입니다.

이민호의 연기에 대해 먼저 말씀드리자면 여태 나온 타임슬립 물 중에서 가장 잘 표현해 내고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대사톤이 너무 일정하지 않느냐 하는데 그건 케릭터 설정에 따라 그런 것일 수도 있으니 조금더 지켜볼 문제이고 필자의 호평의 이유는 이민호가 제대로 몰입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데 있습니다. 배우의 몰입은 시청자의 몰입으로 이어지고 그러다 보니 케릭터에 집중하게 되고 사건사건마다 자연스럽게 빵빵 터지고 맙니다. 특히 이민호는 부드러운 이미지와 강한 이미지를 동시에 갖는 아주 드문 케이스여서 그가 진지하면 할수록 김희선이 푼수끼가 나오면 나올수록 시너지 효과를 받아 점점 더 폭발적인 재미를 주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민호의 진지함 + 김희선의 푼수끼 = 굉장한 시너지로 극의 말미까지 재미부분을 충족시켜줄 요소

김희선, 연기력 논란 깨끗히 벗었다.

김희선은 사실 연기력이 없는 배우라기보다는 있는 배우쪽에 속했죠. '춘향전'으로 본격 대박이 터지고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는 쉬지 않고 연달아 작품에 출연했기 때문인지 연기력 논란이 불거질 틈이 없었습니다. 

 대개 연기력 논란은 처음부터 아주 못하거나 아니면 시일이 어느정도 지났는데도 크게 변하는게 없을때 일어나게 되는데요. 김희선의 경우는 후자입니다. 데뷔이후 몇해가 지나도 달라진게 없는 느낌을 주었죠. 그러나 사실 잘 살펴보면 김희선은 해가 갈수록 많은 발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왜 티가 나지 않았는가 하면 다들 아시다시피 하이톤의 목소리가 주는 느낌이 워낙 강력해서 엑센트를 아무리주고 강약조절을 하고 감정을 실어 연기하려해도 톤 자체가 다른 요소를 눌러 버리고 맙니다. 이 부분이 언젠가는 좋아지겠지 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잘 되지 않자 마침내 연기력 논란은 반복해서 제기되곤 했습니다. 특히 방송활동이 뜸해지던 시절에 출연한 드라마에서는 나름 크게 발전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호평을 받지 못할 정도였죠.

잠깐!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같은 연기라도 20살에 하느냐와 30살에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게된다. 즉, 20살에 했던 연기 그대로 30살까지 한다면 지적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나이와 데뷔연수에 따른 대중의 기대치는 비례하기 때문

그러나 적어도 연기에 대한 열의가 있다는 것은 분명했고, 극복하려는 의지 또한 아주 분명히 보이는 여배우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신의로 등장한 그녀는 배우로서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배역을 맡아 스스로의 가장 큰 단점을 극복해 낸 모습입니다. 게다가 기존에도 잘하던 다양한 표정연기는 더욱 풍부해졌습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연기의 핵심은 바로 시청자의 마음이 연기를 따라 가는가 여부입니다. 마음이 따라가야 어느 대사에는 울고 어떤 장면에서는 웃게 됩니다. 어떤 배우는 분노하거나 우는 연기가 대단히 뛰어나 보이는데도 그저 연기 잘하는구나 싶지 같이 슬퍼지지는 않는데, 어떤 배우는 그냥 눈빛만 봐도 눈물이 나오게 합니다. 이런 기준 때문에 필자는 연기력 논란이 있는 배우 모두를 지적하지 않고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는 경우만을 다루는 편입니다.

괜찮은 CG, 특별할 것 없고 점수깎는 액션

이민호의 전작 '시티헌터'가 그랬듯이 이번에도 특별하고 신선한 액션 장면은 없었습니다. 그저 극의 분위기에 맞는 옷을 입는 정도로만 나와주었죠. '아 이건 특별하다' 싶은 액션이 있어야 액션활극의 묘미가 사는데 이부분이 아쉽습니다. 특히 시청자들의 반응 중에는 타임슬립의 장치인 '천혈'을 통해 현대로 간 이민호가 여의사 은수를 납치하는 과정이 다소 어설프고 산만해 보인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부분도 실은 액션이라는 큰 틀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시티헌터'때부터 이민호와 함께 움직인다는 액션전담팀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기도 합니다.(액션 아이디어가 부족해 보입니다) 이미 '추노'나 '뿌나' 등에서 등장한 스타일의 액션이 가장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 이미 여러차례 증명되고 있는데도 너무 평이하고 눈에 보이는 액션장면으로 몰입도도 떨어지고 산만해 보이게 됩니다.

은수의 과거를 보여주는 장면이 지나치게 길었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는 곧 마무리가 아쉬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점을 보러 가는 장면이 다소 길게 느껴졌다고 하더라도 끝 부분에서 다음의 뭔가를 추측하게 하는 요소가 있었다던가 하면 문제가 없는데 끝까지 그러다 말았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전개상의 아쉬움은 예고편으로 다 해결이 되더군요. 이미 첫화 에서 만족할만한 웃음과 재미를 주었는데 뒷부분 조금 아쉬운것 정도는 그리 문제될게 없어 보입니다.

'신의'의 남은 관전포인트

지금까지 한국에서 방영한 드라마 중에서 타임슬립 물로는 '인현왕후의 남자'가 가장 으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적'하나로 시공간을 오가는 설정이야 판타지라지만 나머지 부분이 마치 추리소설을 보듯 너무나 절묘한 구성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쉽사리 단정하거나 쉽사리 추측하기 어려운 전개를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인현왕후의 남자'에서는 남주인 지현우가 인현왕후의 암살계획을 막거나 현대로 와서 자신의 어떻게 죽임을 당하게 되는지 알게 되고 역사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게 되는등 과거와 현대가 너무나 유기적으로 변화해갔기에 흥미도와 긴장감이 아주 좋았죠. 물론 메인은 러브스토리입니다만 이런 역사와의 접목이 너무나 절묘했습니다.

잘된 드라마는 이렇게 빠지는것 하나 없이 온전한 재미를 준다는데 있죠. 첫화 분위기만 보아서는 일단 필자는 합격점에 지속 시청할 의사가 분명하게 생겼습니다. 역시 김종학 역시 이민호라는 생각이 들었죠.

특히 이런 판타지 드라마에서 사소하지만 쉽게 놓치는 부분이 바로 메인스토리가 의학부분인데도 핵심인 의학을 심도 있게 그려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 그런데 특별할 정도는 아니어도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는 나와주면 좋은데 김희선이 의료시술을 하는 장면은 나름 어색함 없이 잘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이민호와 김희선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시청자의 눈길이 표정과 대사에 집중되는 장면에서도 어색함 없이 충분한 몰입가과 재미를 주었다는 점이며, 이런 점 때문에라도 '신의'의 시작이 기대한 것 이상의 성적을 내고 끝까지 볼만한 좋은 작품이 될 것이란 예감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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