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사브르 금메달, 압도적 승리의 원인은?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이 나왔습니다. 이 경우는 이변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물결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메달을 따고 못따고를 반복해 온 종목이 아니라 사상 첫 금메달이기 때문이죠.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복싱 레슬링 유도 이런 투기종목이 가장 관심을 많이 받았었습니다. 태권도가 정식종목이 된 이후에는 태권도 그리고 지금도 각광받는 양궁 탁구 등도 있었죠.

 금메달을 획득하는건 모든 종목에서 다 똑같이 어렵고 힘들겠지만 아예 큰 장벽처럼 가로막혀서 가능할까 라는 절대적인 의문부호가 붙었던 게 수영과 육상쪽이었습니다. 그리고 펜싱은 아예 관심대상조차 되지 못하던 시절이었죠. 지난 올림픽에서도 펜싱은 남현희 선수 정도가 얼짱검객이라며 주목받았을 뿐 대한민국의 주력종목이라 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펜싱을 한국의 효자종목으로 불러도 좋을듯 합니다.

첫째, 어느 특별한 한 두 선수만이 튀는 경우가 아니어서
둘째, 특별한 전략을 세우고 그 전략이 통한 것으로 모든 한국 선수가 고르게 기량이 좋으므로

위 두가지 이유로 한국 펜싱의 미래는 밝아 보입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우연이 결코 아니며 제대로 된 훈련의 결과라는 점입니다. 아직도 펜싱에 대해 잘 모르거나 금메달을 따고 나서야 놀라는 분들이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우연이 아닌 필연이니 앞으로도 기대해 볼만 합니다"

가장 주목하고 싶었던 것은 해설위원이 여러번 강조한 빠른 발입니다. 사실 화면상으로 봐도 비슷한 체격이 간혹 보이긴 하나 대부분 유럽선수들의 체격이 훨씬 더 크더군요. 유럽 선수들 역시 경쟁을 통해 국가대표가 되었을 테니 경험과 기술이 모두 최상위에 속할텐데도 한국대표팀의 빠른발에 속수무책이었고 심지어 둔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펜싱은 특별한 종목입니다. 일반 격투기의 법칙을 벗어나고 있죠. 흥미로운건 사브르라는 이름 자체가 제가 알기로는 기병용 칼의 한 종류인데 그 생김새가 펜싱칼하고는 다른데 종목이름이 사브르더군요. 아무래도 펜싱용 칼이 뒤에 생긴것이니 이름만 같고 다른 칼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아참 왜 특별한지 말해야 겠군요. 보통 대결 상대가 있는 유도나 레스링 권투와 같은 맨손격투종목의 경우 체격과 체중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어떤분들은 아직도 이소룡이 발경이란 기술을 사용하면 백키로쯤 되는 큰 사람도 발차기 한번에 날려 보내고 우주최강인 것처럼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애초부터 가능하지 않은게 단련된 선수들 사이에서 체중이 5kg만 차이나도 타격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고 10kg이 차이나면 아예 경기 자체가 불가능하죠. 괜히 체급을 나눠서 경기를 하는게 아니라는 말이죠. 그런데 펜싱은 속도와 힘이 더해지는 타격이 필요한게 아니라 칼끝이 닿거나 손목을 때리면 되기 때문에 체중과 체격이 그리 크지 않아도 됩니다.

예로부터 검객의 가장 큰 조건이 긴 팔다리라 했는데 실은 그 보다는 빠른 발놀림이 모든 무술의 기본중의 기본이라 할 수 있죠. 권투 같은 격투기에서도 스텝은 기본중의 기본이면서 승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점에서 보았을 때 매우 짧은 시간에 공수를 주고 받는 펜싱이야 말로 스텝이 가장 중요한 종목임이 분명한데, 유럽 위주로 발달하다 보니 이 점이 간과 되고 있었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한국대표팀이 상대적으로 작은 체격을 극복하기 위해 짠 전략이겠지만 이건 틈새나 꼼수가 아니라 정공법이라 보는게 맞습니다. 빠른발을 이용한 다양한 공격법을 취한다는건 어찌 보면 결투종목에서는 가장 기본일 수 있으며 그 기본을 더욱 강화 하는 훈련이었다면 그건 정공법인 것이죠. 아마 유럽 각국은 이번에 크게 놀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아마 한국적 훈련법을 도입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대표팀이 몸의 양쪽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필라테스를 하고 빠른 스텝을 통해 공격과 수비모두에서 다양한 공격을 펼치는 연습을 했다고 하는데 이런 연습이 효과를 보았는지 유럽선수들을 압도적으로 제압하고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운이 아니라 실력이었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빠른발로 빠른 공격으로 호쾌한 경기를 펼쳐 보는 관객들도 만족시켜주어 더욱 빛이난 금메달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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