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파워, '미드'따라 '한드'의 중심코드로 자리잡다.

요즘 한류가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한류의 실체가 과대포장 되었다고 하는 분들도 적잖이 있지만 꼭 그렇게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필자가 한류의 실체를 확신하는 이유는 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동방신기 콘서트에 오십만의 팬이 몰리고 에프엑스의 신곡의 유튜브 클릭수는 단 몇일만에 천오백만을 달성하고 있는게 오늘날의 한류의 실체조. 미국-유럽 및 남미의 핫한 반응은 매니아층에 국한되어 있는것도 현실이긴 하지만 아시아에서의 확고한 지지기반은 시간이 문제일 뿐 한류의 큰 흐름은 언제고 더 큰 파고를 그리며 세계 문화를 강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류의 두 기둥인 드라마와 음악 중에서 한드의 흐름은 미드의 영향을 뿌리깊게 받고 있습니다. 재벌가 회장과 본부장 출생의 비밀이 꼭 등장하는걸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음에도 반복적으로 그런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는게 한드의 현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늘 그렇게 정체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돌이켜 보면 '여명의눈동자' '모래시계' '서울의달' '첫사랑' '아들과딸' '사랑과야망' '뿌리깊은나무' '허준' '대장금' '선덕여왕' 등 많은 명작들이 있어왔고 그중에서도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이후의 드라마 제작 흐름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적잖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대장금'이 그러했조.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스토리가 있고 매회 새로운 문제가 생기고 해결하는 에피소드 위주의 전개를 선보였조. '주몽'도 왕조와 궁 위주의 전개가 아닌 한 인물의 영웅적 서사를 다루는 흐름을 만들어 냈고 선덕여왕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추노'에서는 할리우드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액션씬을 영화도 아닌 TV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과학수사 드라마 CSI의 중심 길 그리섬. 미드 중년파워의 대표격이다.


 

미드는 이미 중년파워가 점령한지 오래

미드은 오래전부터 중년파워가 일부의 흐름이 아닌 대세가 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10년간 가장 오래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로는 CSI, 위기의주부들, 그레이아나토미, NCIS, 닥터하우스 등이 있조. CSI는 10년여간의 방송기간동안 중년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과학수사팀의 길반장이 중심이고 NCIS는 해군수사드라마인데 백발의 매력적인 중년 남성 깁슨요원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미드 역사상 가장 강렬하고 독특한 케릭터로 인정받는 '하우스' 역시 중년의 남성이 주인공이조. 위기의 주부들은 중년여성들의 일탈을 다루고 있고 국내 미드 평점중 최상위를 차지하는 명작 '소프라노스' 역시 중년의 마피아보스가 주인공입니다.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주인공인 경우는 시청률 TOP10안에 들어가기도 어렵고 거의 찾아 볼 수도 없조. 이렇게 중년파워가 미드시장을 장악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드 역사상 최고의 케릭터. 의학에 대한 미친열정의 미친매력을 지닌 중년 '하우스' 정말 둘도 없는 불후의 케릭터라 할 수 있다.

문화수준에 따라가는 눈높이를 맞춰줄 깊이 있는 연기

TV가 대중화 된지 불과 수십년입니다.  대중문화는 그 시절의 문화수준에 맞춰 이해해야 하는데 세월따라 다양한 영상물을 접하게 되면서 대중들의 점점 눈높이는 높아져 가게 됩니다. 결국 중심스토리와 중심인물은 중년에 초점이 맞춰지고 젊은 연기자는 재미를 더하거나 매력을 더하는 케릭터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조.

점점 대중의 눈높이를 맞춰줄 젊은 연기자의 수는 줄어갑니다. 아이돌 출신이 아닌 전문연기자라 할지라도 노력이 보이지 않으면 아주 냉정하게 반응하는것이 요즘의 한국 대중이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젊은 연기자가 일정 부분 속도를 맞추어 주기만 해준다면 소위 대박은 어렵지 않게 날 수도 있습니다. 김수현이 그런 케이스조. 눈높이에 맞는 연기자가 줄어드니 그런 조건에 해당하는 20대 남여 주인공의 몸값은 더욱 올라가게 됩니다.

NCIS 해군수사드라마의 메인 '리로이 제쓰로 깁스'. 팀원들에게 때론 아버지 같고 때론 형같이 보살펴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무섭도록 냉혹한 손속을 자랑한다.

타고난 재능 중년에 빛이 난다.

할리우드 배우들의 특징은 세월이 더할 수록 멋있어지는 외모와 목소리입니다. 명배우들의 특징적인 목소리는 정말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갖고 있조. 닥터하우스의 주인공 '하우스'를 연기하는 '휴 로리'는 젊었을때와는 천지차이라 할 만큼 엄청난 카리스마를 보여주었고 올랜도블룸(반지의제왕, 킹덤오브헤븐)은 20대일때보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짙은 매력을 발산하고 있으며, 조니뎁은 가위손에 출연 할때보다 캐리비언의해적에서 더욱 개성강한 연기를 선보인바 있습니다.

한국드라마, 중년파워에 접수되다.

얼마전에는 뿌리깊은나무의 한석규, 선덕여왕의 '미실' 역의 고현정, 아이리스의 '이병헌'이 명연기를 선보인바 있고 근래에는 '신사의 품격'과 '추적자'가 있습니다.

특히 잘생긴 재벌2세나 본부장이 아닌 억울한 일을 당한 형사역을 맡고 있는 손현주의 연기는 정말 명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가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드라마를 책임지는 중심역할을 맡을 줄은 몰랐고 그런 파격에 어울리게 명품연기를 보여주며 중년의 파워를 입증해 내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연말 연기대상을 거론하는 팬들이 생길정도) 그의 너무나 멋진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김상중에게 총을 겨누며 한번이라도 진실을 말한적이 있느냐고 말하던 순간의 그 눈빛을 오랬동안 잊지 못할거 같습니다.

장동건의 TV복귀작 '신사의품격'은 네명의 남자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인데 친구로 등장하는 김민종 이종혁 김수로 모두 무게감이 적잖조. 특히 김민종의 경우 불과 십년전까지만해도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을 도맡아 했던 흥행배우였습니다. 이렇게 멋진 남자 넷을 한꺼번에 내세운다는 것은 중년파워를 직접적으로 어필하겠다는 의도인데, 이미 그 진한 매력에 대한민국은 홀리고 있는 중입니다. 두드러지지 않았던 시청률은 점점 상승하더니 이제는 주말극 부동의1위를 꿰 찼고 '~~하는 걸로' 라는 장동건의 대사는 요 근래 최고의 유행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추세는 점점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중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어 줄만한 연기력은 젊을 때 갖추기 어려우니 '임메아리'처럼 그 나이대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게 좋아 보입니다. 멋진 중년 배우와 함께 하면 또 배울것도 많아지조. 가장 아쉬운건 아무래도 서른이 넘어가며 슬슬 인생을 알고 연기를 알아가고 있는데 기회는 점점 줄어가는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더욱 중년의 배우들은 기회가 오면 과거에는 시켜도 제대로 태우지 못한 열정을 스스로 자발적으로 불살라가며 연기에 몰두 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