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주니어의 굴욕은 어찌보면 예고된 것일지도 모른다. 2012년 7월1일 정규 6집을 내고 일주일여가 지난 지금 여러 음악차트에서 TOP20권밖으로 밀려나 있다. 지난 미스터싱글때도 오래 가지 못하고 너무 쉽게 상위권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그래도 단기간은 머물러 있는 저력을 보여주었는데 이번에는 짧은 1위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일주일여만에 10위권도 아니고 20권으로 밀려나 있다.

필자는 아이돌그룹의 성장과정에 진화와 쉬어감이 번갈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에 필자가 가장 자주 언급하는 그룹이 씨스타인데 '마보이'와 '나홀로'에 이어 최근 'Loving U'로 활동중이다. 신곡은 여름시즌에 맞춰 씨스타만의 상큼발랄한 컨셉을 취하고 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좋은 결과를 얻으면 좋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파격적 변신을 거듭하던 흐름에 휴식과 같은 의미를 갖는 것 같다.

최근 티아라도 같은 맥락의 곡을 내놨다. 'DAY BY DAY'에 앞서 롤리폴리와 러비더비 라는 신나는 곡 두개를 연이어 빅히트 시킨 그녀들에게 이미지 재충전은 꼭 필요한 과정이다. 다음에 또다시 파격적이고 새로우며 신나는 곡을 들고 나올때를 대비한 이미지관리 및 음악활동 전반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슈퍼주니어는 그런 과정을 이미 모두 거쳤다. 그러면서도 각종 예능 프로 및 불후의 명곡 출연, 라디어자키를 하는 등의 개인 활동도 이어오고 있다. 아직도 부르는데는 많고 몸은 그걸 허용해주기 어렵다. 음악활동도 아직 활발하다.

문제는 음악적인 변신을 시도하지 않는데 있다. 특히 근래 슈주 멤버 여럿이 불후의명곡에 돌아 가며 출연하게 되면서 그간 대중에게 노출될 기회가 적었던 개개인의 보컬능력이 재조명 받고 있는 중이라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소속사인 SM은 이제 슈주를 정상에 올라선 그룹으로 더이상 갈길은 없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곤란하다. HOT 시절에는 어김 없이 아이돌 그룹이 5년 내외로 활동을 접는 경우가 많았고 아이돌문화가 더 먼저 활발했던 일본의 선례를 보아도 아이돌그룹의 생명시한은 그리 길지 못했지만 이제 신한류의 붐을 탄 슈주가 갈길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과거 신화가 겪었던 경험을 왜 소홀히하고 있는 것일까.

슈주는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서 치고 올라오는 신인그룹들에 비해 앞서는 저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틀에 갇힌듯한 음악스타일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음악팬들이 가장 흔히 쓰는 말이면서 가장 들어선 안되는 말이 바로 '자기복제'라는 말이다. 어떤 아이돌그룹이 이 말을 듣게 되는 순간부터 그 그룹의 전성기는 지나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음악스타일에 변화가 없으면 듣게 되는 이말은 앞으로 같은 스타일로 공연활동과 예능활동 정도만 반복하고 음악활동은 하던대로 하자는 식으로 비쳐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슈주의 신곡 'sexy, free & single'은 평작이다. 미스터심플에 비해서도 많이 못미친다. 그 이유는 미스터심플의 경우 자기복제라는 말을 일부 듣긴 하였으나 들으면 들을 수록 귀에 들어 오는 가사내용이 인상적이고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는 등 자기 컬러가 확실한데 반해 신곡은 색깔이 너무나 흐릿하다.

필자가 여러 음악관련 게시판 및 댓글 등 케이팝 관련 글을 쓰기 위해 지난 2주가량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와중에도 슈주의 신보 발매를 몰랐다. 실제 가요관련 댓글을 보면 슈주의 정규6집이 나왔는지도 모르는 가요팬들이 수두룩 했다. 필자의 체감으로는 슈주의 열성팬들 외엔 관심을 두지 않는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 정도였다. 슈주 정도의 벨류에이션을 갖는 그룹이 음원 1위를 일주일은 해줘야 어느정도 체면은 차리는 것일 텐데 20위권 정도에서 헤매고 있다. 여러 멤버들의 가창력이 대중에 많이 노출되면서 확실히 이전보다 많은 인정을 받고 있는 와중에어서 더욱 안타까이 여겨지는 일이다.

 "방송무대를 보고서야 컴백하는줄 알았다는 음악팬들이 많을 정도로 음악 자체로는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에서의 슈주정도의 인기라면 한류의 틀을 벗어날 정도인데 예를 들어 아시아권의 어느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되었을 때 그나라 내에서의 팬층이 자생력을 갖추게 되었음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뿌리가 되는 한국내에서의 위상과 해외의 위상이 100%일치하진 않을 수 있고 오히려 해외에서의 인기가 한국의 인기를 유지시켜주는 정도까지 이른 몇안되는 그룹중 하나가 슈주라는 말이다.

그런데 가장 무서운 복병이 하나 더 있다. 이 역시 필자가 가장 강조 하는 부분 중에 하나인데 팬층은 신규와 이탈이 연속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이뤄지고 있으며 신한류는 세월의 마법을 연장시켜준다. 새로운 팬층이 계속해서 유입되고 기존의 팬층의 이탈이 보이지 않는 선순환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그 어떤 외부적 활동보다 음악의 힘이 간절하다. 슈주가 데뷔한 이래로 가장 가창력을 인정받고 가장 예능에서의 활약이 빛나고 있는 지금, 음악은 왜 갈길 다 가고 더이상 갈길이 없어서 주춤대는 사람처럼 만들어 내놓는 것인지 의아스럽기만 하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컴백한 2NE1가 일주일이 넘도록 계속해서 음원1위를 독차지하고 씨스타, 버스커버스커, 처진달팽이(유재석,이적),허각, f(x), 원더걸스, 빅뱅, 버벌진트등이 상위권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고 좋은 성적을 잇고 있는 모습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앨범차트에서는 좋은 모습인데 이부분이 필자가 비판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오로지 음악차트의 틈새를 노린 기형적인 형태로 음원과 일정 부분의 조화롭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음원에서는 5~6위이나 앨범은 1위여서 방송차트 1위를 한다면 수긍할만 할 것이나 음원에선 멜론기준 24위인데 앨범몰아주기 꼼수로 만일 방송차트1위를 하는 식을 반복한다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SM가수들에게 두드러지고 있는 특징이다) 보기에 썩 좋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지 않은가.

간단하게 말해서 20위권 밖이라는 것은 슈주의 두터운 팬층을 감안하면 일반 대중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심지어 팬층마저 열심히 듣지 않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위험한 신호다. 다음에는 보다 파격적이고 보다 완성도 있는 곡으로 슈주팬층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다시 한번 슈주의 위상이 헛된것이 아님을 증명해주길 바라며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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