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이 '각시탈'의 시청률을 넘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

'소간지' 소지섭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유령'의 시청률 상승세가 주춤합니다. 수목드라마 1위 '각시탈'의 턱밑으로 바짝 따라 붙은 모양새는 갖추었지만 넘어설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조. 특히 방송 2회만에 가장 큰 승부처 였던 '페이스오프'라는 충격적 반전이 있고 난 다음주인 3회에서 역전의 실마리가 보이는듯 하였지만 '각시탈' 역시 1대 각시탈인 신현준의 열연에 힘입어 1위자리를 고수 할 수 있었습니다.

'유령' 은 정말 이연희가 문제일까?

필자는 이연희에 집중된 연기력 논란을 그다지 믿지 않는 편입니다. 잘되는 드라마에도 눈에 띄는 발연기 배우들은 늘 있었습니다. 9년전 성유리가 출연해 와제가 되었던 드라마 '천년지애'가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큰 인기를 얻었음에도 성유리의 발연기 논란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극심했었조. 물론 이연희의 경우 갓 데뷔한 시점이 아니라는게 가장 큰 논란의 이유라고 할 수 있지만 결정적이라고까지는 말할 수 없다는 생각인 것이조.

유령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게 필자의 판단입니다. 그저 각시탈이 조금 더 대중적이고 조금더 재미있을 뿐이조. 필자가 드라마를 구분하는 두가지 분류법을 말씀드리자면

첫째, 다음이 궁금해 지는가. 그렇다면 그 궁금함이 기다림과 시청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
둘째, 마음을 움직이는가 아니면 보이는 연기만 하는가.

 

가수가 열창을 해야 하고 고음을 잘내야 한다는 편견이 있는 것처럼 배우에게도 그런게 있는듯 합니다. 물론 연기자는 발성 발음이 정확해야 하는게 맞고, 그런 기본이 바로서야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다는게 기본개념인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가창력 좋다는 말이 스타성이 있는 것과는 다른 얘기인 것처럼 배우의 연기라는게 꼭 정확한 가이드는 없는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 상반기를 강타한 화제의 드라마 '내마음이 들리니' 전까지 황정음은 그간 발연기의 대명사로까지 불리웠으나 필자는 그런 황정음의 연기가 그리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내마들'에서 황정음은 그자체로 봉우리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흠뻑 빠져 연기했고 슬픈 장면에서 전 봉우리와 차동주(김재원)와 함께 눈물 흘릴 수 있었습니다. 결국은 시청자에게 몰입을 주고 감정선을 건드릴 줄 아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게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각시탈의 주인공인 이강토(주원)가 그렇습니다. 뛰어난 선배 연기자들에 비하면 표정부터 대사까지 뭐하나 나은점을 찾을 수 없조. 그런데도 주원의 오열하는 장면에서 같이 따라 울 수 있었던 것은 주원이 바로 '이강토' 그 자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왜 내게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조국 때문에 형과 어머니가 돌아가셔야 하느냐며 오열하는 주원의 연기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샘은 자극받았습니다. 그거면 된거라고 보는거조. 연기라는게 말이조.

  각시탈 방영초기에 과거 국민드라마로 불리울 수 있는 50%를 넘겼던 '제빵왕김탁구'에서의 주원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해서 주원과 각시탈을 매치시킬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표하던 분들이 있었지만 이제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주원이 곧 각시탈이 되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다른 부족한 점들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온통 집중해서 주인공만 바라보는데도 말이조.

명불허전 허영만 원작의 힘

대박은 완전히 새로운 소재를 찾는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어느정도는 익숙하지만 거기에 색다른 양념을 쳐서 맛깔나게 변신시켜 줄때 터질 수 있습니다. 세상일이라는게 그렇습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탄탄한 연출력을 갖춘 감독이 만났는데 어설픈 배우를 섭외하는 일이 있을까요? 인기배우란 대박이 보이는 스토리를 찾아 낼 줄 아니까 그 명성을 이어 가는 것이지 그냥 말그대로 우연히 어떤 대박 드라마의 중요 배역이 뜬금없이 제안됬기에 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간혹가다 예외가 없는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런 예외는 전성기를 누리다 감각이 떨어질때나 일어나지 한창 줏가를 올리고 있을때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신사의품격 방영 초기에 김은숙 작가의 감각이 떨어진것 아니냐는 비판이 슬그머니 일어나나려다가 몇회 지나지 않아 다시 잠잠해 지게 된 것은 스토리가 슬로우 스타르를 끊는다고 해도 결국은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노하우가 있는 작가라면 분명히 제대로 어필이 될 수 있게 이야기를 풀어 나갈 수 있고, 그런점이 결국에는 시청율에 반영이 되면서 뒷말은 수그러들 수 밖에 없게된 것입니다.

허영만 화백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치밀한 사전조사와 극적 구성을 잘 하기로 유명한 분이조. 만화책을 보면서도 눈물짓게 했던 작가가 허영만입니다. 필자 세대의 경우 각시탈 뿐 아니라 "무당거미 비트 미스터Q 아스팔트사나이 타짜 식객 사랑해 망치 슈퍼보드" 등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들이 정말 많았조. 물론 다작을 하는 작가는 아닙니다만 꽤 오랜 세월을 활동했기에 쌓인 결과물들은 적지 않습니다.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뛰어난 완성도를 갖추고 있었고 그중 다수가 영화화 되기도 했습니다. 어찌 보면 각시탈은 때를 만나 승천하기를 기다리던 잠룡이었던 셈이지요.

유령에게 부족한 점은

유령과 흡사한 소재로 더이상의 재미를 끌어낸 기존 작품은 없습니다. 그만큼 유령의 스토리와 배우의 연기 모두 훌륭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은 '마의 편집' 입니다. 그러니까 다음편이 미치도록 궁금하게 만드는 연출이 필요해 보입니다. 아 물론 지금도 훌륭하지만 각시탈을 넘어서려면 그래야 한다는 말입니다.

일부에서는 이연희의 비중을 줄이고 오로지 소지섭에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을 합니다. 그러나 그건 매니아적 판단이라고 전 봅니다. 미국 수사물에서도 매회 작은 사건이 중첩되고 그 하나하나가 독립적이지만 큰 그림에서는 전체사건과 연결되는 스타일이 많은데 이런 방식이 가능한 이유는 군더더기가 될만한 부분을 최대한 줄이고 사십분 정도에 불과한 방송시간동안 어느 한 사건이 시작되고 마무리 되는 과정을 무리 없이 표현해 낼 줄 알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한국드라마처럼 인물중심의 긴 호흡을 보여주는 스타일에서는 독립적 에피소드를 풀어내기가 그리 녹록치 않으며 차라리 가능한 부분에서만 시도하되 무리하게 넣으려고는 하지 않는게 더 낫습니다.

 그럼 결국 극의 흥미를 유지시켜줄 장치가 추가로 더 필요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멜로입니다. 설레임이 없는 작품은 한국에서 흥행하기 어렵조. 본격적으로 멜로를 다루지 않아도 됩니다. 각시탈에서 진세연이 어릴적 헤어진 도련님과의 인연의 상징인 '소도'를 손으로 어루만지는 장면만으로도 그 만남의 설레임이 궁금해지는 것처럼요.유령의 스토리 자체는 나무랄게 없습니다. 그랬다면 벌써 눈에 불을킨 리뷰어들의 집중 난타를 받았겠지요. 문제는 스토리와 배우의연기가 아니라 양념을 얼마나 잘치는가 여부라는 것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볼까요. 최근 김우현과 함께 모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일보' 여기자가 과거 애인이었다며 접근해 온 내용이 방영되었습니다. 이부분은 안그래도 이전에 김우현이 예상했던 부분이기도 했조. 누군가는 접급해 올 것으로 미리부터 짐작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필자라면 여기에 한가지를 더 추가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자 외에도 의심되는 인물이 가까운 사람 혹은 예기치 못한 사람에게서 의심되는 정확이 여러번 잡히고, 그 때문에 혼란스러운 가운데 또다시 다른 인물에게서 어떤 징후가 나타나는등 주인공의 판단을 흘릴 정도의 우연이 몇차례 이어지다가 어느한 사람에게 심증을 굳히고 알아 보려는순간 다른 사건이 터지면서 알고보니 제3의 다른 인물이 돌발 행동을 하게 되었고 그게 우연찮게 그게 김우현의 눈에 띄었을 뿐 정황이 의심되는 인물들이 제각기 얼굴에 가면을 쓴채 살아가며 좀처럼 흔적조차도 흘리지 않는다는 식의 전개입니다.

"유령에는 예상을 뒤엎는 전개가 매회 더 많이 필요하다. 다음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는 마음이 들게 해야 한다"

아무튼 소위 말하는 절단신공과 떡밥흘리기 등 흥미로운 연출과 광고라면 더 나은 시청율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한국PD들이 가장 잘하는 분류에 속하기도 하구요. 물론 애초에 속빈강정과 같은 드라마라면 이런 논의조차 불필요할 것이나 재미나 완성도에 비해 거침 없던 행보가 주춤한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하는 말입니다.

허영만 작의 '각시탈'은 기본이 워낙 튼튼하다보니 드라마가 흔들리질 않습니다. 그럼 더한 재미로 극복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점이 한가지 있습니다. 제빵왕김탁구나 각시탈과 같은 스타일의 드라마가 갖는 최대 장점은 바로 지속성이라는 점이고 이대로 1~2주만 더 지나면 각시탈의 시청하는 고정팬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그럼 점점 더 넘어서기 어렵게 되겠지요. 다시 말해서 유령에 남은 기회는 이제 2주안쪽이라는 말입니다. 유령이라는 드라마의 스토리를 잘만 풀어나가면 뒷심은 오히려 더 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건 아니지만 벌써부터 주춤하고 있는 시청률부터 걱정해야할 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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