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현대로 돌아온 만화방 시절 최고의 수작

만화가 허영만은 과거 만화방을 채웠던 만화들이 공장만화로 폄하되던 시절에도 자신의 작품세계에 뚝심을 지키던 인물입니다.

드라마 '각시탈'을 보면서 문득 과거 한국의 명품 만화들은 왜 일본처럼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특히 이현세와 박봉성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될만한 소재가 많습니다. 물론 검증된 허영만 작품이 당시에 도 가장 구성상의 특징이 다른 포맷으로 옮기기 좋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고 실제 그렇게 되었긴 합니다만 다작을 쏟아내던 박봉성의 작품 역시 '새벽을 여는 사람들' 이라던지 좋은 작품이 참 많이 있습니다. 특히 서민들의 삶을 잘 조명하고 액션까지 갖춘 작품이 많았더랬조.

필자가 만화방을 자주 다니던 시절은 대략 80년대 후반부터 21세기를 맞이하기 전까지였습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빨리빨리 찍어내기 바쁜 탓인지 작화의 퀄리티가 일본만화에 비해 많이 부족한 점과 같은 케릭터와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여러작품에 등장하는 것 등 아쉬운점이 많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만큼은 뛰어난 작품이 적잖이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 중에 하나가 바로 '외인구단' 과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였조. '신불사'는 드라마화 되긴 했습니다만 어설픈 CG와 캐스팅으로 명작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사례로 남고 말았습니다. 만일 이 작품이 성공했다면 박봉성의 여러 작품들과 이현세의'국경의 갈가마귀'와 같은 다른 작품들도 영화나 드라마로 더 많이 소개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허영만의 각시탈에 대한 추억

7080 중에서도 초기에 해당하는 연령대만이 각시탈의 출간되던 시기에 직접 본 세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1970년 이전세대가 직접 각시탈을 보았고, 필자는 약간의 시일이 지난후에 접하게된 케이스 입니다. 80년대 후반 만화방 한구석에 있던 허영만 만화코너에는 만화 '각시탈'이 상당히 헐어 있는채로 있었던게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즐겨 본 것인지 그 어떤 다른 만화책보다 눈에띄게 너덜너덜해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허영만의 작품중 작화가 아직은 좀 거친면이 있었던 시기의 또다른 명작으로는 무당거미가 있습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초기 2대 작품이 바로 각시탈과 무당거미라 할 수 있조. 원작 만화를 보면 90년대 '비트'를 잡지에 연재하던 시기 이후 보여지는 말끔하면서도 개성강한 그림체와는 아주 크게 다르다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뛰어난 작가의 작품들은 초기부터 세월따라 다른 매력이 담겨 있기 마련입니다. 허영만 화백의 작품은 믿고 볼만 합니다. 고집이 있고 스토리 구성이 극히 뛰어납니다. 그래서 그의 만화책을 손에 잡고 나서는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신뢰가 바로 드라마의 신뢰로 이어지는게 아닐까 합니다.

물론 과거의 세대가 드라마 시청을 얼마나 하는지는 알 수 없기에 통계를 낼 수는 없는 일이지만 분명 필자는 영향이 일정부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허영만의 이름가치도 그렇지만 그의 작품 중에서도 각시탈은 남다른 작품이니까요. 필자는 허영만의 작품 세가지를 꼽으라면 각시탈을 빼놓을 수 없고 하나만 뽑아라고 해도 각시탈이라고 할정도로 가장 인상깊은 그런 작품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제와 드라마화 되었다는게 신기할 정도의 명작이조.

주인공 이강토 역을 맡은 주원에 대한 좋은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필자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주인공역을 소화 해내는 주원이 마음에 듭니다. 일단 가장 마음에 드는게 딱히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없다는 점입니다. 만화 원작의 경우 과한 욕심을 부리면서 눈쌀을 찌푸리는 장치들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액션 부분에서 그렇습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액션을 대하는 자세부터가 아주 흡족합니다. 물론 액션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니지만 각시탈의 액션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작품의 주제와도 연관이 깊습니다. 필자가 드라마의 전체적인 완성도와 인기와는 별개로 액션 부분이 크게 부족함을 지적했던 드라마가 바로 '시티헌터' 였습니다. 액션이 드라마의 전부가 아님에도 거액을 쏟아 부어 만들었다는 광고와는 달리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너무나 많아서 극에 대한 흥미마저 잃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이후 좋은 스토리라인으로 인기는 끌었습니다만 한번 안 좋게 박힌 인상으로 인해서 인지 필자는 시청을 하지 않았더랬조.

액션장면은 여성시청자들에게는 양념에 불과해 보이거나 혹은 싫어 하는 분도 적잖지만 남자들에게는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차라리 아예 없다면 모를까 어설피 했다가는 오히려 손해 보는게 액션이기도 합니다. 각시탈의 액션은 지금의 청소년들이나 어른세대 모두에게 어필할 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줍니다. 아주 아주 크게 화려한 스킬이 들어 갔다던가 하는 그런 칭찬을 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그냥 각시탈이라는 드라마에 맞는 정도에 어색함 없는 자연스러운 액션으로 어필할 정도면 충분한데 스피디한 초기 액션 장면은 수년내 보는 어떤 드라마에서 찾아 볼 수 없는 호쾌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명작으로 이름을 남긴  '추노'의 인기 한편에도 역시 액션장면의 힘이 숨어 있습니다. 그런데 각시탈의 액션은 추노와도 다른 느낌의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절제된 듯 하면서도 시원스런 느낌이랄까요. 1화 시작할때 보여준 그런 액션이 담긴 드라마는 언제든지 환영하며 나아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해봅니다.

"호쾌함"

식민시 시대의 답답함을 호쾌한 액션으로 시원스레 뚫어주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그 핵심을 제대로 표현해 냈다는것 자체가 이 작품을 드라마화 하고자 했던 제작진이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불현듯 나타나 시민들과 일본순사들을 헤치며 종횡무진 헤집고 목적을 달성하는 그 호쾌한 액션 자체가 바로 주제의식과 연관된 '각시탈'의 상징이조.

두어달전 방송3사의 수목드라마 중 '더킹 투하츠'가 두배의 시청률로 시작했음에도 필자는 결국은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큰 차이를 벌리거나 압도적인 차이가 아니라 엇비슷한 시청률로 마무리 짓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떤 드라마 하나가 대박이 나서 다른 드라마는 완전히 뭍히는 그런 경우는 없을것이란 말이었습니다. 이번 전망은 '각시탈'이 최소 끝까지 시청율 1위를 지킬 것이며 아마도 그 이상으로 차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봅니다. 매력있는 작품은 시청자들이 알아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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