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의 접속오류가 플레이욕구를 자극한다?

십여년전 디아블로2가 발매될 당시에 필자의 형님은 PC방을 운영했다. 군 생활의 드문 취미중에 후임들이 휴가 때마다 가지고 들어온 PC게임 잡지를 통해 디아블로1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던 나는 제대후 PC방일을 조금 돕고 있는 와중에 디아블로2가 나오자 대박을 예견하고 선주문을 단 2카피만 주문했다. 그리고 디아블로2가 배송되된 그날 단골 손님과 함께 플레이 해보고 몇시간 지나지 않아 바로 추가 주문을 하게 됐다.

디아블로1은 게임매니아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만큼의 명작이다. 단순히 게임의 완성도만 가지고는 비견할만한 명작이 다수 존재하나 게임계의 흐름을 바꾸어버린 역할까지 더하면 비교할 게임은 없다. 디아블로2는 아이템의 개념을 혁신적으로 확장시켰고 이후 등장하는 거의 모든 게임이 이를 넘어서지 못하였다. 물론 현재까지도 그러하고. 그럼 디아블로3는 2에 비해 더한 혁신이 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혁신은 없지만 2편을 충실히 잇고 있다는 정도로 평할 수 있겠다.

그 이유는 2편보다 더 아이템 시스템을 확장시킨다면 유저들을 혼란스럽게 할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최근까지 디아블로의 개발사인 블리자드가 주력게임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WOW)'의 핵심콘텐츠라 할 수 있는 특성화시스템을 복잡하게 발전시켜 나가다 오히려 최근에는 좀 더 단순하고 직관적인 형태로 돌아가는 방향성과 거의 흡사하다 하겠다. 복잡하면 좋을거 같지만 게임을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힘들고 고단해서 어디 게임하는 맛을 살릴 수 있겠느냐는 취지라고 보면 되겠다.


 

필자의 이웃블로거인 '주작'님의 아이디를 따와 지은 케릭터. 5월17일자 기준으로 악몽난이도 엑트3까지 진행했다. 클래스는 '부두술사'

 

접속오류는 접속욕구를 자극한다?

게임강국 한국에 수많은 인기 게임이 있었지만 단연 최고는 리니지1과 WOW 둘이 아닐까. 앞서의 이유처럼 흥행작이라는 위치도 그렇지만 흐름을 바꾸는 역할도 했던 게임이었다.

"사람이 있어야 게임을 한다"

이게 사람의 심리다. 그래서 같은 게임내에서도 사람 많은 서버에서 하고 싶어한다. 모든 게임의 불변의 법칙중 하나는 첫번째 서버에서 즐기면 후회하지 않는다 라는 점이다. 사람도 많고 게임매니아가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서버라는 인식이 강하다.

효율을 따지는 사람들은 좁더 원활히 플레이 가능한 서버에 접속해서 게임을 하면 되지 무엇하라 혼잡하고 접속도 어려워서 적게는 몇분 많게는 삼십분이상 대기해야 하는 서버에서 굳이 하려고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하지만 그건 게임을 하는 유저들의 근본적인 욕구를 파악하지 못한데서 출발하는 말이다. 사람이 많은건 그리 필요치 않다는 심리를 가진 이들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플레이 하고픈게 한국게이머들의 심리라는 것이다.

특히 게임내 버그로 인한 불만은 유저들이 가차 없다 싶을 정도로 용서가 없지만 사람이 몰려서 접속이 어려운건 참을줄 안다. 아주 신기할 정도로 참아내고 다시 접속을 시도한다. 왠만한 기대작일지라도 게임좀 해보려고 PC방에 갔는데 접속지연이 한시간째 되고 있으면 짜증내고 마우스를 던저 버릴 가능성이 높겠지만 오히려 디아블로3와 같은 경우는 기다리다 지쳐서 화가 나면서도 다음날 또 접속을 시도한다. 그리고 잘되면 잘 즐기고...

아무튼 이번3편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전통인 혁신성은 강하지 못하지만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놀라운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그리고 동접 추정치 20만이라는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인기스타들도 일부 즐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곳곳에 숨어 있던 올드게이머들이 합류하고 있다. 필자는 디아블로2 당시 하드코어를 했었다. ( 한번 케릭터가 죽으면 해당 케릭터는 영구적으로 게임에 접속할 수 없다.) 당시는 렉이 많고 컴퓨터 사양도 낮아서 애써 키운 케릭터가 렉으로 죽고 나면 엄청난 허탈감에 2일이상 패닉상태에 빠져야 했다. 그런데 몇일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듯이 또 다른 하드코어케릭터를 키웠다. 경쟁이란 말을 허락하지 않는 몰입도 최고의 게임시리즈 디아블로.

참고로 필자의 태틀태그는 "히로딘"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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