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보다 막말파문이 표심 가른 중요변수가 된 이유

수년전이었다. 당시 하고 있던 일에 사람이 더 필요해서 디자이너 한명을 채용했고 일을 이키는데 너무 답답한 면이 있었다. 도무지 머리를 쓸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시키는대로만 하면서 난 디자인만 하면 되는데 왜 더 많은걸 요구하느냐는 식이었다.

과거에 비해 더 많은 지식을 효율적으로 배우고 체계적으로 정립하여 활용할 수 있게 된 세상에서 자기가 주력으로 삼은 일이 아니라면 어느정도 간편화된 접근방식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단편화된 관점에서 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정치를 삶의 중요요소로 생각지 않고 선거철이 되어도 그저 단순하게 접근하는 이들이 많다는 말이다. 사실 정치에의 접근이 어려운것은 아니다. 작은 관심이라도 갖는다면 그리 복잡하지 않은 패턴이 있는게 보이니 말이다.

 

 

 

중앙일보-SBS-EAI-한국리서치 패널조사 (12~15일)을 보니 얼마전 실시된 19대총선에서 김용민막말파문(17%)이 민간인 불법사찰(14%)를 넘어서는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김용민막말파문은 깅용민이 국회의원 출마를 했으므로 문제가 되는게 맞고 사과함이 옳으니 그는 즉시 사과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이런 사과조차 부족하다 여길 것이고, 그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도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막말에 정치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리 깊은 연관은 없다 하겠다.

반면에 민간인 불법사찰은 엄연힌 범죄행위이며 국가의 혈세로 범죄를 주로 행한 기관을 만들어 정권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무차별 사찰한 일이기에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사안이다. 결코 김용민파문과 같은 수준에 놓고 볼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왜 이런 조사결과가 나왔을까.

첫째, 사회적 선보다 자기이익 중심적으로 본다.

당장 내가 사는 지역이 어려워져도 나에게 오는 혜택만 있으면 그것을 쫒는다. 결국 이런 선택은 부메랑이 되어 다시 내 목을 조여 온다는 것을 간과했다. 예를 들어 보자. 대기업에 치중된 현 정부의 정책은 수많은 혜택을 집중시켜주고 있지만 그들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지 않고 혜택을 발판삼아 전방위적인 문어발 확장을 하며 동네상권을 잠식해 들어갔다. 당장 피자 한판을 사도 더 싸게 사 먹을 수 있어서 좋은것 같지만 차츰 줄어드는 상권은 지역내에서 도는 돈의 총량을 줄어들게 하고 점차 대기업으로 돈이 집중되면서 양극화는 극에 이르게 된다. 지난 수년간 대기업에 집중된 엄청난 돈의 흐름은 결코 서민들에게까지 내려와 삶의 질을 향상 시켜주지 않았다.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부자감세는 철회되지 않고 있으며 대신해서 서민들이 짊어져야할 간접세의 무게는 늘어나고 있다.

둘째, 이성보다 감정이 앞섰다.

교육이 중요한 이유중에는 이성을 통해 사고하여 감정을 컨트롤 하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당장 나를 화나게 하는 타인이 있을 경우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 보다 주먹을 먼저 사용하고자 한다면 감정이 앞선 경우라 할 수 있다. 또한 자존심이라는건 지켜야 할 때와 그렇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인데 앞뒤 안가리고 자존심만 내세워 손해를 자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앞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당장 지금의 내 화를 푸는게 우선이다."

현명한 홍길동씨는 초등학생 3학년 아들이 친구와 다투었을 때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아보고 알아듣게 설득하고 어떻게 시시비비를 가리고 어떤 대응을 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지 가르쳐 준다. 다른 홍길동씨는 다툰 아들이 괘씸해서 그 격앙된 감정을 푸는게 우선이기에 일단 화부터 내고 본다. 화가 우선이라는건 말에 담긴 감정상태를 보면 누구나 한눈에 파악할 수있고 어린 아들이라고 모를리가 없다. 이 경우 교육의 효과는 떨어지고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된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아들이 어떤 생각으로 싸움을 하게 되었는지 헤아릴 수 있었을 것인데 그러지 아니하고 그저 화나는데로 성만 내고 만다면 얻는것 없이 놓치는것만 생기게 된다.

첫째, 아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문제를 헤아려 고칠점을 찾는 교육의 기회를 놓친다.
둘째, 감정이 앞섬으로 자기 화를 참지 못하여 반감을 사게 된다.

이렇게 감정이 앞서게 되면 옳은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된다. 김용민의 막말이란 것도 실은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은 거의 없는 사안이다. 있다고 해도 감정적인 문제에 국한된다. 그러나 민간인불법사찰은 실제로 많은 피해자가 있었고 얼마나 더 있었을지는 증거인멸로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다. 다시는 반복되서는 아니됨은 물론이고 더욱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일이다.

이 때문에 야당은 민간인불법사찰을 포함 여러 정치적 이슈에 대한 비판을 하며 정권심판론을 총선의 주요 이슈로 삼았던 것이다. 물론 정치적 성향이 다른 부류에게 민간인불법사찰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패널조사에서 나온 결과는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너무나 치우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상식이 바로선 사회라면 나올 수 없는 패널조사에 허탈감마저 느껴진다.

잘못을 한 친구를 선생님에게 고자질하면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고 욕을 먹을 순 있다. 그러나 이런정도의 문제가 여러친구들이 한 친구를 집단 괴롬힘을 한 사안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일로 시비가 발생해 일대일로 말싸움을 하고 다수의 친구들 앞에서 인격적인 비방을 한다해도 다수가 한사람을 폭행하는 일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필자는 이번 SBS패널조사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감정을 우선하여 그 감정을 해소하는 작은 이익을 큰 잘못을 저지르는 행위를 바로잡아 건강한 사회가 되는 일보다 우선시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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