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 탈락한 이미쉘에게 없다는 그 특별함이란건 뭘까?

조금 고루한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나 '진인사 대천명'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의미는 다르나 필자가 하고자 하는말에 적절한 한자 성어는 더 있다. 바로 '화룡점정' 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떤 한 사람에게 어떤 일이 만나는 어떤 '시기'가 있고 그 시기에 자신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를 말하기 위함이다.

관우가 유비를 만나기 전에 조조를 만났다면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졌을 것이고, 만일 유비와 제갈량을 찾아 갔을때 제갈량이 준비가 덜 된 사람이었다면 천하삼분지계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어떤 때에 어떤 운을 만나는가는 어떤 한 사람에게 굉장히 중요한 인생의 분기점을 가져다 준다고 할 수 있다.

케이팝스타는 케이팝이 크게 흥하고 있는 이상적인 시기에 케이팝의 3대 축인 3대기획사가 참여한 오디션 프로이니 그야말로 가장 한국적인 오디션프로라 해도 틀린말은 아닐듯 싶다. 그리고 그간 여러 오디션프로에서 남성들만 우승을 독차지 하고 있던 와중에 박지민과 이하이 이미쉘 백아연 이라는 걸출한 여성들이 나와 쟁쟁한 실력파들을 제치고 당당히 톱5안에 네명의 여성이 남았으니 나름 평가할만한 프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인기가 중요한까? VS 그날의 무대가 중요할까?

과거 김나윤이 상식적이지 않은 평가와 점수를 얻어가며 생방송까지 진출하자 상당히 많은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막상 생방송 첫날은 엉망이더니 그 다음주엔 한결 좋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결국은 얼마 못가 탈락하게 되었지만 탈락한 그날 보여준 좋았던 무대를 통해 나름 최악의 이미지는 피할 수 있었다. 이 작은 차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만일 김나윤이 한결 더 레벨업된 모습으로 돌아와 가수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면 (물론 좋은 노래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나름 성공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하기 위함이다. 분명 매력적인 면이 있고 금새 금새 발전하고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는 적응력도 보였다. 만일 최악의 이미지로 떠났다면 아무리 YG에서 좋게 본다 하더라도 미래는 심히 암울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김나윤에게 했던 이런 지적이 이승훈에게도 통할까? 이승훈은 높은 문자참여를 통해 심사위원 점수는 꼴지더라도 바로 위와 왠만히 큰 점수차이가 아니면 탈락하지 않는다. 그만큼 문자투표의 비중차이가 아주 많이 나는게 이승훈이다. 그런 이승훈이 금일은 심사위원들에게 좋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나름 신나게 보고 즐길 수 있는 무대이긴 하지만 시선이 분산되고 정신 없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반면 나는 그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문득 이승훈에 대한 악플이 걱정이 되었다.

이승훈은 실력이나 창의성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노래의 완성도가 빠진 상황에서의 이승훈은 당연히 매우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YG에서는 싸이의 곡을 추천했다. 언뜻 보면 싸이와 가장 매치가 잘 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같은소속사의 타블로와 더 어울린다고 본다. 싸이는 그냥 봐도 색깔이 강한 스타이며 특별한 노래를 직접 만들어 음반을 내는 싱어송라이터다. 하지만 워낙 색이 진한 곡 때문에 이승훈이 아무리 잘해도 싸이안에 갇힐 수 밖에 없다. 필자의 생각에 타블로의 작사스타일이 이승훈과 어울려 보인다. 아무래도 같은 렙을 하더라도 신나게 방방뛰는 싸이스타일보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거나 풍자를 표현함에 있어서는 에픽하이의 곡들이 더 유사하게 보인다.

아무튼 이승훈은 붙었고 이미쉘은 탈락했다. 게다가 이미쉘은 잘 불렀고 이승훈은 조금 아쉬웠다. 실제 심사위원점수도 이미쉘이 높고 이승훈이 낮았다. 그런데 문자투표로 역전됐다. 나 역시 이승훈이 잘되길 바랬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몰표를 줘서 그날의 성적과는 무관한 결과가 나와도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머리속에 맴돈다. 


 

이미쉘에게 없다는 그 특별함은?

이미쉘과 이승훈 이하이 셋의 무대에서 한계가 보였다. 최종적인 한계가 아니라 K팝스타에 참여하는 동안 이루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레벨업을 이미 달성한 것이다. 성장은 치고 올라가는 시기가 있는 반면 세월과 함께 담금질이 필요한 시기가 있는 법이다. 위대한탄생 시즌2의 우승자인 구자명이 이선희 밑에서 시원스레 뚫고 올라가는 음을 얻어낸 것과 같은 일은 자주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다. 이미쉘의 감정표현은 좋아졌을지언정 구자명이나 박지민이 보여준 2~3초간의 그 짧은 클라이막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건 여전했다. 한순간에 이뤄낼 수 없는 부분이다. 이하이의 무대 역시 생방송내내 잘하는 것은 여전히 잘하고 다른 장르 및 고음에의 도전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였지만 가장 큰 관건인 잘하는걸 더욱 잘해서 이전보다 강한 임펙트를 주는건 이뤄내지 못했다. 이승훈도 마찬가지로 어떤 틀을 깨는 단계를 두어차례 넘었지만 한계에 부딪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작은 차이지만 박지민과 백아연은 조금은 더 나아갈 길이 보였다. 이 차이를 말하는 이유는 생방송 TOP5 모두가 기대한 이상을 보여주었다는 만족감과 그러면서도 단한명의 온전한 무대가 없다는 아쉬움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생방송 처음 시작할때 그 부자연스럽고 실망어린 모습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훌륭한 무대가 연이어 나오고 있지만 프로그램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그 무엇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가장 관심을 가지고 본 이하이 역시 한계를 보이며 세월의 담금질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했고 오히려 조금은 기대치가 낮았던 박지민이 틀을 깨고 나오는 모습을 보이며 아직은 더 기대할 부분이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심사위원들이 자주 지적하듯 남은 참가자들은 다들 정말 노래를 잘 부른다. 아쉽다는 것은 그 레벨에서 아쉬움이 있다는 것이지 전체적으로 정말 잘 부른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와중에 양현석은 이승훈이 무대에 서기전 설사 떨어지더라도 즐기는 모습을 보이며 떨어지길 바란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맞는 말이다. 이승훈이 최하위점수를 받았지만 문자투표로 상위로 올라가는건 이해의 수준을 넘는 임계점에 달해 있다. 김나윤과 다른 점은 심사위원이 아닌 시청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탈락을 모면하고 있다는 점이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 라는 말이 있듯이 실력에 비해 지나치게 과하지 않은 성적을 내는게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양현석이 말속에는 이승훈이 케이팝스타의 전략적인 승부수의 한명이며 그 전략의 헤택을 받아 항상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이유가 엿보인다. 그런 양현석조차 탈락을 각오하자는 말을 했다는 것은 그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승훈은 이미 모든면에서 케이팝스타라는 프로그램의 혜택을 가장 크게 받았다. 지지난주에 억지 합격했는데 지난주 좋은 모습으로 부활했다면 이번주는 좋은 마무리를 해야 했다. 이미 만들어지고 있는 이승훈의 팬덤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한계점이 있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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