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엔딩' 내마음 설레이게 한 버스커버스커의 청춘연가

오래간만에 앨범 리뷰를 하려 합니다. 감사한 마음 가득 담아 적는 본 리뷰의 주인공은 바로 슈퍼스타K 시즌3에 밴드로 출전하여 준우승을 거머쥔 '버스커버스커'입니다.

 

 

버스커버스커를 칭찬하고픈 이유는 그들이 오디션프로 출연 당시 보여주었던 특유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내어 (일부 공동) 전곡을 작사작곡하여 완성도 높은 앨범을 내놓으면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 봄바람
2. 첫사랑
3. 여수 밤바다
4. 벚꽃 엔딩
5. 이상형
6. 외로움 증폭장치
7. 골목길
8. 골목길 어귀에서
9. 전활 거네
10. 꽃송이가
11. 향수

오래전 레디오헤드의 "OK Computer"라는 앨범을 구매해서 밤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앨범 수록곡 전체를 관통하는 장인의 정신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후일 명반중의 명반으로 손꼽히게 된 이 앨범은 타이틀곡 한곡만을 위해 만들어진게 아니라 전곡에 밴드의 모든것이 담겨 있었고 두고두고 구매한 것을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이런 최고의 명반을 손에 쥐게 해준 레디오헤드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혹시나 몰라서 놓치고 말았다면 억울해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었던 것입니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은 그들의 데뷔앨범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곡입니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벚꽃으로 상징되는 봄의 아련한 향기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을 타고 우리들 마음에 살며시 간지르고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몰랐던 그대와 단둘이 손잡고 알 수 없는 이 떨림과 둘이 걸어요"
"봄바람이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우리 둘이 걸어요"

마치 80년대 후반 제가 그렇게 즐겨 듣던 통기타 음악을 다시 듣는 기분이 듭니다. 가사에 담긴 청춘의 설레임이 고스란히 전해 오는 곡을 얼마만에 만나보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기분이 듭니다. 더군다나 누군가 이런 정서를 담아 작곡하여 전해준것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 냈다는것에 100점 만점에 200점을 줘도 모자랄 듯 합니다. 그만큼 귀한 행복을 되찾게 해주는 노래였습니다.

음반이 매진됐다. 놀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브래드
 

버스커 버스커의 미래가 밝은 이유

제가 보는 버스커버스커의 미래가 밝은 이유를 몇가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첫째, 창작 능력

명곡중의 명곡으로 손꼽아도 절대 모자람이 없는 노래 중에 필자가 굉장히 좋아 하는 곡이 있는데 바로 이상은의 '언젠가는' 입니다. 음악에 관심있는 분들은 대부분 알고 있을 이 노래는 발매 당시 뿐만 아니라 지금 들어도 최고중의 최고라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만치 좋은 곡입니다. 그리고 이곡은 이상은이 만들었습니다.

"젊은날엔 젊음을 모르고사랑할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지만 이제 뒤돌아보니 우린 젋고 사랑을 했구나"
"눈물같은 시간의 강위에 떠내려가는건 한 다발의 추억 그렇게 이제 뒤돌아보니 젊음도 사랑도 모주 소중했구나"

이상은의 '언젠가는' 외에 또다른 명곡이 있습니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입니다.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가슴을 후벼파는 인생이 담긴 노래들입니다. 세월을 함께 할수록 더욱 와닿는 노래들이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장범준이 만든 노래는 풋풋함과 낭만이 물씬 풍겨 납니다. 아마도 버스커버스커가 멤버들이 수년이 지나 서른이 넘게 되면 '언젠가는'이나 '서른즈음에' 같은 명곡을 내놓을지도 모른다는 예감도 듭니다. 그렇게 된다면 너무나 행복할거 같습니다.

 

엠카에서 핫 데뷔한 버스커버스커. 음원 올킬을 달성했다.

 

둘째, 젊은 청춘

아무래도 젊은 세대에 비해 나이든 세대의 반응은 조금 느립니다. 왠만한 곡은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하기도 전에 젊은층에서 빠르게 소비하고 열기가 식으면 그런 곡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적잖습니다. 소녀시대 정도의 인지도가 있고 일부 노래가 홈쇼핑이든 라디오건 안가리고 두고두고 많이 나오는 식의 아주 드문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아예 한번도 아이돌음악을 들어 본 적도 없는 어른들이 수두룩 합니다. 그나마 서른에서 마흔정도까지 어필할 수 있었던 2011년 최고판매 히트곡인 '롤리폴리' 정도가 되면 어느정도 다양한 연령층에 의한 뒷심이 음원판매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알려주지만 왠만해서는 1위 몇번 한곡도 일반 대중은 전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인 것이 현실입니다.

아이돌 문화가 더 일찍 그리고 깊이 퍼져 있는 일본에도 '벚꽃 엔딩'과 같은 느낌의 노래가 히트한 적이 있다. 바로 벚꽃의 일본명인 '사쿠라'. [ 링크 ] 여성보컬이 부른다. 

장범준과 같은 젊은 청춘이 자신의 나이에 맞는 설레임 안은 청춘연가를 부르는 이토록 당연한 상황이 오히려 귀한 상황이 되어버린 한국 가요계에서 '벚꽃 엔딩'이 음원돌풍을 일으키게 된 것은 시의적절 했으며, 또한 좁아진 시장의 한자리를 그들이 먼저 덥썩 차지함으로서 선점효과를 확실히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청춘연가를 소비하는 팬층은 오랜기간 숨어 있었기 때문에 버스커버스커에 관심을 집중하되 다시 청춘연가가 젊은 문화를 상징하던 시대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테니 두번째 버스커버스커를 기대하는 것보다는 버스커버스커의 다음 앨범을 계속 해서 듣는게 더 나은 선택이라 생각할 것입니다. 혹시 또다른 누군가가 다시 7080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면서도 현대의 세련함을 놓치지 않을 수 있는 노래를 직접쓰고 노래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도 현재의 버스커버스커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가장 적절한 대안으로 등장한 행운도 함께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셋째, 여심을 사로 잡는다.

"흩날리는 벚꽃처럼 살며시 소녀의 감성을 자극한다"

참 좋은 밴드를 만난거 같습니다. 나이 40~50대도 만족할 수 있고  10대에도 어필할 수 있는 감성을 지닌 밴드인 버스커버스커이니까요.

또한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여심을 사로 잡기 좋다는 것입니다. 장범준 같은 목소리면 가수가 아니더라도 무얼해도 여심에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노래 특성도 그렇고 팬층도 그렇고 아주 오래 숙성해 갈 수 있는 조건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제 아무리 인기곡이라고 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금새 식상해 지는 것과는 달리 쉽기 인기를 끌기는 힘들지만 일단 뜨고 나면 묵으면 묵을수록 더 맛깔나는 그런 류라는 장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올렛뮤직(어제기준)을 싹쓸이 했다. 멜론 역시 몇일간 1위를 독차지 하는 등 조금식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유 있는 돌풍은 쉽사리 잠잠해 지지 않습니다. 버스커버스커의 성공은 허각에 이어 의미심장하다 할 수 있으며 마찬가지 이유로 울랄라세션이 하루속히 음악팬들 곁으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램도 함께 가져봅니다. 너무나 마음에 든 버스커버스커의 데뷔앨범이 한국가요계를 풍성하게 해줄 것임을 기대하며 글 마칩니다.

p.s 벚꽃엔딩에 이어 '외로움증폭장치'를 강력추천합니다. 너무 좋아요.

본리뷰에 공감하시면 추천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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