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한가인 연기력 논란은 김수현과의 미스매치가 원인

해를품은달에 드디어 한가인이 본격 등장했다. 그런데 나름 재미있게 보면서도 무언가 찜찜한 구석이 있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우선 한가인의 나이가 문제였다. 김수현 보다 연하여야 하는 연우이기 때문에 말투가 너무 어른스러울 경우 어색할 수 밖에 없다. 김수현이야 딱 제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김수현의 연기마저 지적하는 분들이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 김수현은 맡은 배역의 나이대에 정확히 어울리는 연기를 펼치고 있으며 이보다 더 잘하길 바란다는 것은 더욱 어른스럽길 바라는것과 같아서 오히려 맞지 않는 요구라 할 수 있다. 반면에 한가인은 김수현과 남여주인공을 맡고 있기에 한가인이 김수현에 맞춰야 하는 입장인데 그럴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등장부터 알려주고 있다.

김수현을 상대역으로 생각지 않고 그냥 한가인만 따로 놓고 본다면 나름 캐릭터를 잘 잡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일부는 한가인의 연기력이 지나치게 국어책 읽는거 같다고 하지만 나름 아직 순진한 처녀를 연기하려 하는 모습이 과하게 느껴진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나름 크게 부족해 보이진 않았다. 다만 그것이 아역을 연기 했던 아역 연기자들의 느낌의 연장선에서 보았을 때는 그리 흡족하지 않았고 앞서 이야기 한 바처럼 앳된 처녀의 연기를 해야 하므로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을 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문제는 또 있다. 극이 진행되면서 김수현도 나이를 먹고 한가인도 제 나이대의 연기를 한다고 해도 여전히 한가인과 김수현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기묘한 괴리감은 좁힐 수 있는 방법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애초에 나이차가 존재 하더라도 어느정도 어울리는 느낌만 있으면 연기력으로 커버가 되는데 둘의 그림은 조화가 부족하여 개선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는게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할 수 있다.

정리해보자면 김수현의 연기는 적절한 느낌이며, 과장된 표정과 어투가 거슬린다는 분도 있지만 아역에 비해 보다 뚜렷한 개성을 표현하려는 시도로 해석해 줄 수 있을 정도이며, 한가인의 경우 김수현과 따로 놓고 보았을 때는 나름 배역에 어울리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지만 둘이 함께 눈을 마주치며 대사를 하는 와중에도 과거 아역 배우 둘이 보여 준 애틋한 그 느낌을 내주지 못하고 있다.

내용을 조금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진행해보자. 연우는 부작용으로 과거의 일을 잊고 지내다 임금의 행차를 보다 우연찮게 과거를 회상할 수 있는 노란나비를 보게 되고 지워진듯 했던 과거의 단편들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대사톤과 감정이입의 부족등을 굳이 지적하자면 지적하겠지만 그렇다고 낙제점으로 말하기는 어려웠다. 나름 괜찮았다는 평가도 내려 볼만 하다. 다만 김수현이 행차를 마치고 목욕물을 받아 쉬다 몰래 행궁을 빠져나가 길을 해메는 와중에 우연처럼 연우와 재회하게 되는 장면에서 김수현과 한가인 둘 모두 시청자들에게 애절한 그 느낌을 전달하는데 실패했다.

 

 

이 부분은 한가인의 연기력 논란으로 충분하지 못하며 김수현에게도 부족함이 보인다. 김수현의 임금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자꾸 지적하는 분들이 보이지만 해당 역을 그 나이또래에 그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배우를 찾기란 아마 어려울 것이고,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내고 있으며 그러한 연기에 더해 매력까지 어필할 수 있는 배우는 더더욱 없을 것이다. 다만 연우를 그리워하며 중전을 차갑게 대하는 한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을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모습과 달리 한가인과의 만남에서 보여준것처럼 남여주인공간의 미스매치의 갭을 메꿀 정도의 역량은 보이지 못하고 있는게 문제이다. 혹자는 너무 과한 요구가 아니냐는 반문도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극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의 몫인 것이므로 예외를 두는 것이 오히려 맞지 않다.

김수현은 평소에는 개성강한 임금으로 충분히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상대 여배우와의 연기조화와 가슴깊이 묻어놓은 애절함의 표현에서는 아쉽다.

한눈에 봐도 한가인이 누나이고 김수현이 동생으로 보이는 이 괴리감을 도데체 어쩌란 말인가. 죽었다고 알고 있으면서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느낌까지는 어느정도 전달하고 있으면서 그 이상의 몰입감을 주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건 김수현 뿐 아니라 정일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과적으로 극 전반에서 강한 흡입력을 가진 연기는 한가인이 등장하는 이번회에서는 아무도 보여주지 못했다.

한가지만 더해보자. 김수현이 길을 잃은 자신을 집에서 쉬게 해준 한가인에게 짧은 인연에 대한 보답으로 '월이' 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장면은 작품의 마지막까지 두고두고 남을 명장면이 될수 있는 그런 설정으로 충분했는데, 결과는 어느정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그치고 말았다. 이 장면은 제대로 연기하였다면 심히 가슴이 두근두근 거릴만한 아주 인상깊은 포인트가 될 수 있었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런 연기력 논란이 일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오로지 배역에 깊이 몰입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나이차이 쯤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배역과 자신을 온전히 동일시 할 정도의 깊이 빠져들어 연기하는 수 밖에 없다. 시청율 30% 돌파를 노린다는 드라마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아직 무리였던 것일까. 아역들이 연가할 때 이훤은 깊이가 있고 연우는 당차면서도 슬기로우며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을 되살리려면 김수현은 조금 더, 한가인은 많은 분발이 필요해 보인다.

덧1) 김수현이 보다 더 진중한 느낌으로 가는것도 괜찮을듯 싶다. 이렇게 하면 놓치는 매력도 있을 수 있겠지만 주인공간의 괴리가 줄어들어 전체적으로는 극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덧2) 흠뻑~빠져들었다는 느낌만이라도 이번회보다 나아진다면 다른 모든 것을 덮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주아주 흠뻑 배역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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