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 20주년 기념, 역사 왜곡은 왜 말하지 못하나

한중수교 20주년입니다. 실은 수교 이전에 오랜 역사적 관계가 있었으니 우리나라에 있어서 중국은 가장 남다른 나라임에 틀림 없습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지요.

때로는 적대적 관계였고, 때로는 협력의 대상이었지만 한가지 측면으로만 바라볼 단순한 나라가 아닌것만은 분명합니다.

 지난 수십년간 중국은 일본과 마찬가지로 역사왜곡을 멈추지 않으면서 주변의 많은 나라들을 불편케 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정부든 정치인이든 아니면 시민사회단체든 언론이든 어느 누구라도 꾸준히 문제제기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나라 대 나라의 외교관계에서 좋은면만 보려 하거나 혹은 반대로 나쁜면만 부각되어서는 아니되겠조. 복합적 문제라는 것을 인정하고 복합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한국정부는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이 역사왜곡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부 스스로가 균형을 크게 무너뜨린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조. 일본정부가 전쟁범죄자들을 신으로 모시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는 것처럼 내부의 문제가 외부적 시선보다 중요하다 여겨 생기는 문제는 중국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나의 중국을 외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그것이 역사왜곡으로 번졌을 때 과연 한국정부의 대응이 충분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렵습니다.

생각보다 문제는 매우 심각합니다. 중국인들의 자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긍심이 매우 높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입니다. 이런 기본적 토대위에 왜곡된 역사관이 뿌리깊게 심어지게 된다면 앞으로 중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더욱 왜곡될 소지가 아주 높습니다. 중국인들은 학교에서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선을 넘어 아예 애초부터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쯤의 자국에 속해 있는 영토이며 개념자체를 지방자치정부 쯤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그게 아니고 대만은 독립국이라 말을 해주면 처음 들어보는 소리라는 듯이 무슨 소릴 하느냐고 되묻습니다.  

특히 중국의 개혁개방에 속도가 붙고 경제부흥기가 오는 시기에 학교에서 공부를 한 세대들은 불과 수십년전의 역사학자들이 취했던 입장을 완전히 덮어버리고 하나의중국이라는 깃발아래 똘똘 뭉쳐 동북공정과 같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작업의 결과물을 그대로 배우고 있습니다. 과거 중국의 유명한 역사학자들과 지도자들이 고구려와 발해에 대해 이야기했던 말이 버젓이 필름에 남아 있는데도 지금의 중국인들은 아무도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으며, 수백년을 이어온 역사책들에 남아 있는 기록들을 종합적으로 짜맞추어내서 새로운 큰 틀안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만리장성을 현재 북한땅까지 확대시키고, 고구려와 발해를 그들의 역사에 포함시키면서 지방정권의 일부로 규정짓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엄청난 사안입니다. 한국의 역사를 통째로 뒤집는 이 어마어마한 상황을 일부 언론이 고발하면 잠시 여론이 분분한 수준에 그치고 만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찌 보면 독도문제 이상의 큰 문제인 것을 두고 중국의 파워에 밀려 아무도 제대로 말을 하고 있지 못합니다.

TV를 켜보니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으로 중국 CCTV와 공동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송하고 있더군요. 과거 안재형과 자오즈민이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도 나오고 한국문화를 주로 드라마를 통해 이해한다는 분도 보이며, 남자와 여자의 주도권 싸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도 오갑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프로그램에서까지 역사왜곡 문제를 꺼내 이야기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그저 20년의 수교기간이 부끄럽지 않도록 균형잡힌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이고 어느 형태로든지 지금처럼 미약한 대응만 있어서는 곤란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중국 내외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입장의 나라가 적잖이 있을 것이나 한국처럼 대외경쟁력을 갖춘 나라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중국내의 소수민족 중에서도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민족 혹은 중국과 국경을 접한 나라들 대부분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한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세계사가 곳곳에서 얽힌 대 역사를 뜯어 고치고자 나선 중국이라지만 우리도 못지 않은 역량을 갖춘 만큼 역사문제에 있어 물러서지 않는 혁신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중국은 각종 공정 이후 두둑한 시간을 벌어 드리고 있습니다. 세월 다 지나서 나중에 따지게 된다면 우리만 우습게 되는 꼴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 과거의 기억에 얽매여 살 필요는 없지만 완전히 잊고 쿨해진다해서 어설피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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