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저격수 정봉주 유죄선고에 담긴 모순을 고발한다.

 

대한민국의 2011년 12월 22일, 과거 BBK저격수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던 정봉주 전의원은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가진 사람이나 기억하는 인물로 남을 뻔 했으나 2011년을 뜨겁게 달군 '나는 꼼수다'의 유례 없는 인기로 그가 BBK저격수로 활약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광범위하게 인식되게 되었고, 그때의 일로 고발당한 그가 상고심에서조차 유죄가 확정됨으로서 국민의 분노는 폭발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사람의 운명에 하늘의 때가 함께 해야 한다는 말을 나는 요즘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정봉주 전의원과 뜻을 함께 하는 작가 공지영이 집필한 '도가니'만 보아도 무려 6년전 있었던 실화가 당시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켰지만 결국 관련 당사자들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데 그치고 말았는데, 이를 공작가가 소설로 집필하고 배우 공유가 분노하여 영화제작에까지 이르게 되고 전국민의 관심을 받아 재조명되었으니 '천망회회소이불루(天網恢恢疏而不漏)' 즉, 하늘의 그물은 성긴듯 보여도 빠져나갈수 없다는 말이 생각나는 것이다.

부끄러움을 알고 분노할 줄 아는 것을 용기라 했다.
잘못된 일에 분노하지 못하는 자는 부끄러움을 모르는자이며 용기가 없는자이다. 도가니에서 변호사는 검사와 주인공에게 똑같은 유혹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검사는 출세의 욕구가 부끄러움을 물리쳤고, 주인공은 부끄러운 행위를 자식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떳떳함을 택했다.

 

옳은길에 대한 신념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제약이 강한 나라의 국민은 올바른 국가관과 정체성을 갖기 어렵다. 누군가 불의를 참지 못해서 잘못된 일을 고발하면, 높은 사회적 지위로 많은 인맥을 가진 범죄자들은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법망을 빠져나간다.

 대개 권력형 비리는 그 권력을 남용하여 관련된 다수에게 막대한 유무상의 피해를 입히기 마련이라 그 죄가 중할 수 밖에 없다. BBK 주가조작사건이 주목받는 것도, 론스타 먹튀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것도 그 피해가 개인 뿐만 아니라 나라를 뒤흔들 정도로 다수의 실제 피해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권력형 비리는 철저히 비밀리에 이루어지고 서로가 서로를 덮어주어야 살아 남는다는 생존의 절박함 때문에라도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게 된다. 그런데도 결국 드러나게 되는 것은 죄가 죄임을 알지 못하고 길게 꼬리를 늘여뜨리다가 부지불식간에 누군가에게 밟혀지기 때문이다.

얼마전 실체가 드러난 선관위 디도스공격사건의 전말 역시 그 꼬리가 드러나기 전에는 단지 의혹에 불과 했으나 '나는꼼수다' 4인방이 굳센 의지로 남아 있는 흔적을 포기하지 않고 뒤쫒은 끝에 몸통을 드러나게 한 경우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너무나 치밀한 면과 너무나 허술한 면이 공존해 있다는 것이고, 그중 허술한 면이 너무나 쉽게 드러난데 대해 나꼼수멤버 김어준총수는 이렇게 말한다.

"결론은 들킬 줄 몰랐다는 거지"

이렇게 누군가는 불편해할 진실을 누군가는 이야기 해야 세상에 그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비록 그러한 행동으로 자신의 무언가를 희생하게 된다 하더라도 굳은 각오로 용기를 발휘해 나선이들이 없었다면 진실은 뭍혀지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이 뿐만 아니라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불의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고, 불법적인 기만행위로 부당이익을 취하고 있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나꼼수의 인기열풍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상존해 있겠지만 필자가 여기서 언급하고 싶은것은 그 누군가의 역할을 나꼼수가 해주었고 그로인해 받아야할 압박을 꿋꿋히 견뎌내면서도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았다는 점이다. 팟캐스트 파일 속에서 들려오는 나꼼수 4인방의 목소리에는 드러나지 않는 비장함이 숨어 있다. 낄낄꺼리며 미친듯이 웃어제끼고 신랄한 풍자를 마다하지 않는 그들은 과거 보수진영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고소고발을 당하는 등 인생을 참 편치 않은 길을 걸으며 살아왔다. 내게 그렇게 하라고 한다면 비겁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그들 처럼 할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한낱 소시민에 불과한 나는 사회적 영향력 조차 없어 불의한 일을 접하였을 때 쉽게 좌절하고 만다. 그래서 더욱 나는 나꼼수를 응원할 수 밖에 없다.

말하면 다친다?
많이들 알다시피 정봉주 전의원의 혐의는 과거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당시 박근혜 전의원이 BBK 관련 의혹을 제기하자 이 사건를 파헤치기 위해 나선 정의원이 여러 증거를 찾아내 BBK저격수 역할을 하면서부터 비롯되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이 진실인 경우에도 명예훼손의 성립을 인정하기 때문에 진실이든 허위이든 어짜피 유죄이니 기소죄목에서는 '허위'가 위법성요건임에도 불구하고 진위여부를 판정하기도 전에 말한 사람이 얼마나 근거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따진다. 피고가 한말의 진위를 밝힐 생각은 안하고 '피고 너 그런 말할 자격 있냐'를 묻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장자연사건에서 불의함을 느끼고 분노한 것도 이러한 측면에 기인한다. 기업과 소비자간의 분쟁에서 소비자가 불리한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기업의 잘못을 입증해냐야 하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면 '확실한 증거 없이는 입을 다물고 잠자코 있어라. 아니면 다친다'라는 것이고, 세상을 살며 배운 불의와 타협하며 둥글게 둥글게 살라는 말의 또다른 표현이다.

'정치판결'대법원...정봉주, 닥치고 수감?

위 기사를 보자. 정봉주 전의원의 변호인이었떤 이재화변호사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기고문이다.

"공직선거법에는 선거범에 대한 판결의 선고는 제1심에서는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이내에, 제2심, 제3심은 전심의 선고가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재화변호사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법관 시절 주심을 맡아놓고 판결을 미루었으며, 이어 이상훈 대법관 역시 10개월동안 이유없이 공직선거법에서 정하는 기한을 지키지 않고 있다가 2심 이후 3년이 지나 나꼼수가 국민적 인기를 얻고, 제19대 총선이 불과 몇개월 남지 않았으며, BBK가 다시 미국법정에 서게된 이때 갑작스레 판결을 선고한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거의 같은 사건과 다름아닌 김현미 의원의 경우는 무죄를 선고 받았음에도 굳이 BBK저격수로 널리 알려진 정봉주에 대해서만큼은 3년이 지난 오늘날 유죄선고를 한 것은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유죄와 무죄가 갈리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음이니 이 얼마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냐는 것이다.

의혹의 당사자가 한말을 더 믿어야 할 이유는 없다.대법원의 판결은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위법이 없다는 형식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나꼼수 호외편에서 다룬 내용을 보면 한나라당과 당시 이명박 후보자가 해명한 내용, 그리고 검찰의 수사발표가 진실이라는 것을 전제로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다시 말해서 의혹을 받는 당사자의 말은 신빙성이 있고 의혹을 제기한 측은 명백한 근거가 부족하니 허위사실유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합리적 의문제기를 막아서는 민주주의가 바로설 수 없다.
근래 BBK관련하여 박근혜 전대표와 이명박 대통령이 과거 직접 언급했던 영상이 급속도로 인터넷에서 확산되자 여당 지지자들은 이 영상의 내용보다는 주가조작사건과의 연관성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주가조작이 일어난 때에는 BBK와 이미 결별한 상태로 무죄판결을 받은 바 있는데 왜 다시 이 문제를 꺼내어 국론을 분열시키느냐는 것이다.

지금껏 한국의 정치판을 들여다 보면서 정봉주 전의원만큼의 의혹제기는 사실 숱하게 이뤄져 왔음을 보아왔지만 그 결과는 참으로 제각각이었다. 이번의 경우 허위사실유포라는 죄명으로 이미 정치인의 생명인 출마조차 하지 못했고, 얼마 후 있을 총선마저 다시 막히는 2중 3중고를 겪게 되었다.

만일 이글을 보는 당신이 BBK의혹을 접하고 심층 조사를 해보았더니 여러 증거가 나왔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았을 때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면 어떻게 행동하였을까. 정봉주 전의원은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이 문제를 국민을 대신해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였을 뿐이다. 이런 기본적인 의문제기조차 하지 못한다면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바로 선단 말인가. 국회의원이 확보한 자료를 바탕으로 제기한 의문조차 이렇게 비합리적인 프로세스를 거쳐 매장당하고 만다면 그 누가 비리에 대해 입을 열 수 있단 말인가. 재판부는 민주주의 사회에 사는 한국인이 모두 입을 다물기를 바란다는 말인가?

뿌리깊은 나무

뿌리깊은 나무에서 정기준은 세종대왕에게 "당신의 글자는 위정자와 지배층에 그렇게 이용될지도 모른다" 라고 경고 하며 "무릇 백성은 어리석어 보이나 지혜로서 속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한글을 배워 지혜를 가지면서 오히려 속임을 당할 것이라고 한다. 정기준의 말처럼 오늘날의 세상은 거짓으로 진실을 호도하는 자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세종대왕은 "그들은 그들의 지혜로 지혜를 모색해 갈 것이다. 그리고 매번 싸우고 또 싸우려 할 것이다. 어떤 때는 이기고 어떨 때는 속기도 하고. 지더라도 괜찮다. 백성들은 이땅에서 수만년 동안 살아왔으니까. 또 싸우면 되니까" 라며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응수한다.

무휼은 세종을 암살하려하는 카르페이 테무칸을 막아서다 중상을 입고 쓰려졌음에도 세종에게 글자반포를 계속할 것을 종용하며 "무휼에겐 무사의 길이 있고, 전하에게는 전하의 길이 있사옵니다" 라고 말한다. 

정봉주는 무휼처럼 국회의원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렇게 행동했다. 국민들의 이번 유죄확정판결에 분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할일을 하였고 그 근거가 되는 자료들이 있는데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아니하며 의혹당사자들의 해명과 검찰의 주장을 진실로 전제하고 정의원에게 유죄를 판결하니 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백성은 늘 고통으로 책임진다 하지 않았습니까"

강채윤이 죽기직전 하는 말인데, 되새겨 생각해 볼 수록 너무나 가슴 아프게 기억된다. 늘 높으신 양반들의 정치놀음이 민초들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항변하던 그의 말이기에 더욱 그렇다.

기득권에 의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그 고통 자체로 끝이 나는게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고자 했을 때 더 큰 고통이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비리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들은 입을 열었을 때 혹여라도 자신에게 가해질 유무형의 피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글을 보는 여러분들도 아무쪼록 내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되는 문제가 있다면 두려워 말고 행하길 바란다.

'달려라 정봉주' 가 그러했듯이.

 

이글에 공감하시면 추천버튼클릭!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