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토론, 사회자를 부끄럽게 만든 패널들에게 하고 싶은 말

 2011년 12월 둘째주 MBC 100분토론에서는 <나꼼수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청래 전의원,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등의 패널과 함께하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였고 시청하게 되었다. 그런데 중간중간 생산적인 토론내용도 일부 있었지만 그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자르고 자기말만 하려 하는 패널들로 인해 보는내내 너무나 불편하였다. 사회자의 말을 인용해 표현하자면 '부끄러운' 토론이었다.

 일부가 아닌 다수의 지지와 호응을 얻으려면 토론의 때와 장소를 잘 구분해야 할 것인데, 100분토론은 수 많은 스펙트럼을 가진 국민들이 공유하는 지상파 방송국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김진 위원의 말처럼 예의를 지킬 필요가 있다. 물론 김진 위원이 격식을 차리는척 하면서 실은 자기방어에 치중하고 상대를 폄하 하려는 시도를 계속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눈쌀을 찌푸리게 하였지만, 그와 상대하는 정청래 전의원 역시 아쉬운 부분이 보였다.

상대방 말 자르기가 용인되는 경우는 토론의 흐름을 해치지 않기 위함일뿐 옳은 행위는 아니다. 토론이라면 어느정도 열기가 있어 토론답게 느껴지는 법이기에 패널들은 사회자와 시청자들이 용인하는 선 안에서 교묘하게 경계를 오가며 자기주장을 쳘치려 한다. 그러나 선에 걸치는 것과 넘어가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이번 토론의 패널들은 공적 공간에서 사적공간에서 하듯 안하무인으로 비춰질 정도의 추태를 보여주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흑백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 전형적인 보수'
김진 위원은 전형적인 보수언론의 논설위원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필자는 이런 유형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말하는 인간형으로 구분한다. 토론할때 상대방의 이야기의 맥을 이해하려는 생각은 없고 오로지 조중동으로 묶여 비난받는 것에 대한 방어적 발언으로 일관하고 있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김진위원과 같은 유형을 보면 떠오르는 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남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 라는 말이다. 상대측이 미디어악법'이라는 표현을 쓰자 이를 문제 삼지만 실은 조중동이 가장 흔하게 써먹는 수법이 바로 이런 유형이다. 사학법 개정에 대해서는 악법이라 규정짓고 신문 1면과 사설에서 융단폭격을 가하던 자신의 모습은 로맨스고, 남이 악법이라 규정짓고 말하면 그것은 불륜이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양측을 대하는 생각의 차이가 '나꼼수'의 시작과 연관이 있다. 즉, 기존의 주류언론이라 불리은 매체들이 한쪽의 이념적 편향성을 갖고 여론형성을 늘 주도해 왔다면 그에 대한 견제도 있어야 할 것인데, 그것이 부족했던게 우리나라의 언론의 현실이었고 나꼼수가 나타나 치우침에 따른 폐단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인기를 얻고 대안적 역할을 자처하게 되자, 청취자들은 열광적인 지지로 화답해주면서 나꼼수열풍은 커져갈 수 있었던 것이다.


 

나꼼수에 대한 오해
나는꼼수다에 대한 오해일수도 있고 의도를 담은 공격일 수도 있는데, 많은 매체들이 나꼼수 멤버중 정봉주 전의원을 주 타겟 삼아 이야기 하고 있다. 정봉주 전의원이 나꼼수에서 가장 많은 말을 하고 전체 진행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은 김어준 총수를 비롯한 네명의 멤버가 나꼼수인것이지 나꼼수가 정의원은 아닌 것이다. 필자는 이 네명을 따로 떼어놓고는 나꼼수열풍이 일어날 수 없었으리라 본다. 그런데 기성 언론들은 유독 정의원에 초점을 맞춰 비난여론을 형성시키려 한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은 영향력이 커져가는 나꼼수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정치에 직접 몸담은 바 있는 대상을 타겟으로 삼아 제기하고자 하는 문제점들을 공론화 하기 좋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나꼼수는 저널리즘인가에 대해

인터넷은 세상 사람들의 삶에 깊숙히 침투해 가더니 이제는 기본 틀 부터 바꾸어 나가는 대격변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 중 한가지가 바로 세상의 소통에 관한 것인데 아마도 한국 뿐 아니라 인터넷의 영향을 받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조금 빠르고 조금 늦고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다 같이 겪어나가고 있으며 특히 팟캐스트의 형식을 빌려 세상과 소통하는 나꼼수는 그중에서도 남다른 존재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꼼수의 등장시기는 절묘하다. 수년전부터 준비해 왔다고 하는데 진보성향의 매체들도 외면해서 설 곳이 없었던 정 전의원이 끝내 나꼼수를 만들어 낸 2011은 현정부의 실정에 분노하는 민심이 극에 이르러 있고, 대선마저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김호기 교수와 김진 위원은 토론에서 서로 각기 다른 이유로 패러디와 풍자를 곁들인 일종의 토크쇼라 볼 수 있지만 나꼼수를 언론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필자가 보기에도 시사토크쇼로 부르기에 적당하지 언론이라 하기는 많은 부분 성격이 다르긴 하다. 패널중 한사람의 말처럼 나꼼수는 국민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안 중 몇가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치며 그들이 제시하는 프레임속에서 4명의 멤버 각각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들려주는 형식으로 2시간가까이 웃고 떠들며 녹화한 후 그것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해당 녹화파일을 다운 받아 청취하게 된다. 이런 나꼼수를 기존의 언론의 틀에서 재단하려 하며, 영향력이 커진 만큼 바뀌어져야 한다고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나꼼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의견이다. 나꼼수가 그간의 형식에서 바뀌어 진다면 이미 나꼼수는 나꼼수가 아니게 되어 버린다. 말투를 조심하느라 깔대기라는 표현도 못쓰고 조현오 성대모사도 못한다면 그게 무슨 나꼼수겠는가.

100분토론을 보면서 느끼고 배운점은 나꼼수를 시사토크쇼에 가장 가깝게 보면 되겠구나라는 정도였으나 실망한 점은 많았다. 특히 김진위원처럼 남의말을 듣지 않고 자기말만 하려해서 사회자로부터 '원망스럽다' '부끄럽다'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의 꽉막힌 스타일의 언론인을 보게되니 나꼼수가 등장하고 인기를 끌게 된 이유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주류언론의 논설위원쯤 되시는 분이 사회적으로 흔히 쓰이는 '4대강악법' '미디어법날치기'라는 표현조차 대놓고 잘못되었다고 하면서 실은 그것이 조중동의 주특기임을 모르고 있으니 당최 대책이 서지 않는 모습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남의 허물을 탓하기 전에 자기자신을 먼저 돌아보라는 말을 출연했던 패널들에게 하고 싶었다. 지성인인척 점잖은 다 빼더니 막상 토론 상대측의 말을 듣기도 전에 자르고 자기말만 하려고 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으니 추태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성언론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렇게 자신을 절대선인양 생각하고 남의 의견을 외면하는 행위부터 시작된다. 그들은 왜 나꼼수가 나와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것을 이해해야만이 신 미디어 시대에 뒤쳐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억누르고 폄하하며 그렇게 세월만 보내다가는 언젠가는 더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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