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 남자주인공은 왜 재벌2세가 대세일까?

 

한국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은 왜 다 재벌2세가 대세일까요? 물론 남주가 재벌2세가 아닌 드라마도 일부 있을 수 있지만 한해에 어림짐작만 해보아도 90%이상이 재벌2세라는 것 쯤은 한국 드라마 시청자들에게는 상식이 되어 버린지 오래 되었습니다.

 

드라마 속의 판타지를 재벌2세라는 설정으로 극대화한다.

 

많고 많은 드라마를 일일이 다 거론하기는 어렵겠지만 재벌2세가 등장하지 않는 경우는 선덕여왕과 같은 사극, 그리고 최고의사랑에서의 독고진이 맡은 한류스타 정도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실은 어느정도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재벌2세와 크게 다를바는 없습니다. 최고의 사랑에서만 보아도 국보소녀 출신의 구애정을 감싸주고 보호해주기 위해 독고진의 스타로서의 영향력은 발휘되고 있으니까요. 국보소녀의 매니저가 독고진에게 맞아놓고도 함부로 터트리지 못한다는 설정도 있을 정도입니다.


 

재벌2세 설정을 베이스로 깔면 스토리의 창조가 편리하다?

재벌2세에 남자주인공에 대한 불쾌감을 표하는 대중의 목소리는 적지 않음에도 왜 드라마는 이런 설정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일까요? 먼저 재벌2세에 대한 부정적 입장 몇가지를 정리해보면...

- 한국의 대기업은 온통 재벌총수일가가 오너로 지배하고 있다는 점
- 존경받는 재벌이 거의 없다는 점
- 물질만능주의를 부추킨다는 지적

이렇게 몇가지로 부정적 입장을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재벌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거나 부정적 이슈를 가리는 좋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음도 일부 인정해야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재벌2세라는 설정이 한두편도 아니고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창의력이 부족한 한국인의 특성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창의력이라는게 굳이 한국인에게만 부족한 것일까라고 생각해본다면 꼭 그렇지만도 않지만 이미 어느정도 사회적 경제적 기득권층의 성향이 바뀌지 않는 탓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공정에서 앞서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있는게 대표적이라 할 수 있겠조. 근면성실한 한국인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게 반도체산업과 조선산업이라고 하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국드라마 역시 재벌2세 등장으로 풀어 낼 수 있는 갈등구조가 기본베이스가 되어 주면 다른 부분에서 조금더 고민하고 스토리를 짜내면 되기 때문에 재벌2세는 기본적으로 깔고 들어 가는게 편리하다고 보는 경향이 짙습니다. 스토리의 창조라는 부분에서 기본베이스 단계에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고 다음단계만 생각하면 되니 효율적이라 생각하는듯 합니다.

 

 

재벌2세, 악역과 선역의 판타지

예컨데 악역으로 나오는 재벌의 횡포는 말이 좋아 재벌이지 깡패를 수하로 부리고 온갖 불법적인 악행을 서슴치 않는 존재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실재 하는지는 짐작만 가능하지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막연히 짐작만 할 뿐이조. 그런데 수년전에 모 기업 회장이 폭행사건에 연루되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던 사건을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알겠지만 대중들은 의례 그런일은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반응합니다.

돈으로 무엇이든 가능케 할 것처럼 보이는 악한 재벌가는 무한대의 힘을 가지고 주인공을 괴롭힙니다. 대개 그냥 악역보다는 재벌이 보다 치밀하고 전방위적인 압박을 줄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졌다고 설정하기 좋으니까 악역 역시 재벌이 많습니다.

선역으로서의 재벌2세 역시 남자주인공은 현실세계에서의 남자들이 고민하는 취직이나 학업 진로 같은 류의 걱정은 할 필요도 없고 하지도 않습니다. 다 잘생기고 다 능력있고 배경까지 재벌2세니까요.

필자는 1999년 경부터 미국드라마와 일본드라마를 다수 보았지만 재벌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특히 큰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들일 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짙습니다. 일본의 "춤추는대수사선" "롱베이케이션" "히어로" "1리터의눈물" "서머스노우" "뷰티플라이프" "GTO" "노다메칸타빌레" 와 같은 큰 히트를 기록한 드라마 어디서도 재벌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재벌이 등장하는 드라마도 일부 있긴 하지만 아주 현실적인 케릭터가 아닌 순정만화를 보는 듯한 설정의 하이틴류와 같은 특수한 경우에 국한됩니다.

미국드라마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한국에 미드 열풍이 분 이후로 많이 보신바 있는 "어글리베티"에서는 주인공이 패션잡지 회사를 운영하고, "더티섹시머니"에서는 주인공이 재벌가의 변호사로 나와 그들의 더티한 일상을 비웃는듯한 내용이 나옵니다. "가쉽걸"이나 "비버리힐즈의아이들" "O.C"와 같은 하이틴류의 드라마도 상류층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 배경으로 나오기도 하지만 이런 드라마는 세계 문화의 중심인 미국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수의 드라마중에 한켠을 차지하고 있을 뿐 대세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비중으로만 보아도 채 10%나 될지 의문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일드나 미드는 그 나름대로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판타지를 풀어나가는 방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사회의 부조리와 맞서는 영웅과 가족애를 담은 드라마가 인기가 높은데 최근 가장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NCIS"만 보아도 수사팀의 동료들은 가족애와 같은 끈끈한 정이 있고 치밀한 수사과정을 통해 부조리 통쾌하게 부셔버리고 악인을 벌하는 주인공을 다룸으로서 일종의 영웅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NCIS를 보다보면 정보조직의 규율이 상당히 엄격하고 치밀하다는 느낌을 받는데, 실질적 주인공이라할 수 있는 '리로이 제스로 깁스'는 때때로 사건 사이사이 들키지 않게 다소 에메한 행동을 하여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 분명한 범죄자고 용서할 수 없는 악인이 있는데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악인을 법으로 구속하지 못하고 풀려나 버리는 현실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서 시청자를 안타깝게 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주인공이 실수한척 총으로 쏴버리거나,  억울한 피해자가 있을 경우에는 법에 저촉되지 않게(때로는 들키지만 않게 불법을 동원하기도...) 교묘하게 피해자를 도와줌으로서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대신 행해 줍니다. 이렇게 미드는 판타지를 풀어 나가는 방법이 한국드라마와 다른 성향을 보일 뿐 기본적으로 대중이 바라는 판타지를 보여준다는 기본적 방향은 다를바가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드라마는 그 쏠림현상이 너무나 심각하여 다양성이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좁은 소재안에서 나름 많은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온 측면은 인정할만 하지만 반면에 소재를 너무 한정되어 보다보니 시청자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춰 나기가 어려워지는 측면도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재벌2세를 계속해서 TV에서 보게 될 테지만, 그렇게 편하고 쉬운길만 선택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은 키워나가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글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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