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를 꿈꾸다 블로거가 되었습니다

 

80년대 초 학교도 가기전의 어린아이는 동네 만화방에서 '우주홍길동' 과 같은 만화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처럼 많은 관심을 받고 이것저것 다 챙겨받고 선행학습하고 그런거 일체 없이 그냥 하루 온종일이 자유시간이었으니 딱지치기를 하거나 동네 형들을 쫒아 다니는게 하는일의 전부였습니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에 가자 다양한 책이 있었습니다. 반 친구가 70명에 육박했는데 아무도 SF소설은 눈여겨 보지 않았고 다들 '보물섬' 과 같은 엄청나게 두터운 만화잡지에 관심이 쏠려 있었습니다. 덕분에 '투명인간'과 같은 작품들을 혼자 섭렵할 수 있었조. 필자가 살아온 내내 외국 SF소설을 그렇게 다양하게 많이 읽은건 그 때 뿐인거 같습니다.

초2 때는 형님이 건담대백과를 사주었고 하루종일 건담을 그리고 제원을 외우고 스토리를 열심히 탐구했습니다.  Z건담이 나오고 ZZ건담이 나오고...이어지는 시리즈는 제가 직접 대박과를 사야 했습니다. 장갑공장 하시던 아버지를 도와드리면 받게 되는 용돈 100원을 모아 모아 1500원이 되어야 살 수 있었으니 상당히 좋아 했던거 같습니다. 이웃집은 유선방송으로 그랜다이저를 볼 수 있었지만 언감생심 그런건 생각조차 못했기에 식당을 하던 이웃집 근처에서 멀리서나마 언뜻언뜻 보이는 장면을 몰래 보고는 했습니다.


 

무협과 판타지

초등학교 5학년 때 였습니다. 형님이 무협지를 만화가게에서 빌려왔습니다. 야설록의 '초혼무'라는 작품입니다. 혹시라도 제가 볼까봐 손이 닿지 않는 장롱맨위에 올려놓더군요. 그래도 그런거 상관 없이 어떻게든 몰래봤습니다.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 한 이후 중국무협의 대가 김용의 '신조협려'를 보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양과와 소용녀의 애절한 사랑에 가슴이 저몄으며, 사람크기만한 신조와 함께 중원을 누비는 외팔이검객 양과의 멋진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학교선생님이 특별활동을 뭘 할거냐는 말에 책을 보고 독후감을 쓰는 특별반에 들어갔고 활동일 당일날 미처 책을 준비못한 전 학교를 몰래 빠져나와 만화방에서 '영웅문2부' 신조협려를 빌렸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게 계기가되어 김용, 양우생, 고룡, 와룡생, 소슬 등 중국무협작가의 거의 모든 작품을 섭렵했습니다. 아주 오래된 만화방을 찾아가 시중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작품들까지 어떻게든 찾아내 보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재간이 되긴했지만 가장 어렵게 찾아 본게 국내작가의 작품이었던 '천마서생' 그리고 '팔만사천검법'이었습니다. 요절한 천재작가 서효원의 '대설'도 있군요.

어느날, 형님이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하게 되면서 컴퓨터에 관심이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는 286XT라는 기종이 쓰이던 시기였습니다. 5.25 플로피디스크로 일본 KOEI사의 삼국지1편 , 2편을 하는걸 좋아하던 제 관심이 이어진건 하이텔의 시리얼란이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소설 자유연재란이라 보면 됩니다. 그곳이 바로 '퇴마록'으로 유명해진 이우혁님과 한국 판타지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드래곤라자'의 이영도님이 탄생한 곳이조.

또, 무림동이란 곳도 있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용대운님과 같은 유명한 분들이 직접 연재를 하던 곳입니다. 지금으로치면 문피아(www.munpia.com와 같은 역할을 했지만 조금 다른 것은 완결까지 다 했다는 점입니다. 이 당시 주옥같은 작품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풍종호님의 걸작 경혼기 '지존록'도 이 당시 연재가 되었고 십여년전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비뢰도'도 이곳에서 연재되었습니다.

 

오래전 필자가 습작했던 일부를 더보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지금 보면 조금 낯뜨꺼운 판타지소설이지만 세계관을 짜느라 수년이 걸렸습니다. 지금도 완결을 보진 못했네요.


 

만화가를 꿈꾸다.

만화가를 꿈꾸고 당시 모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개설한 만화과에 입했습니다. 학창시절에도 혼자 그림도 그리고 시나리오도 쓰고 했지만 대학 진학을 앞두고 미술학과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부모님께 강하게 요구하지 못했습니다.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그만큼 나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비싼 화실 등록비를 요구해도 부끄럽지 않으리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시기에 친하게 지낸 친구의 형님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어서 서로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 하며 소통하기는 했습니다.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는 집안에서 PC방을 운영하게 되면서 게임시나리오에 관심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무엇하나 확실히 하는 것 없이 정말 다양한 분야의 소설책과 만화책을 탐독해나가던 시기였습니다. 시, 수필 등 안가리고 보았고, 무협소설의 경우는 아마 수만권이라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루에 4~5권씩 독파하던 시기였습니다. 남들 5~6시간 걸릴 분량을 1시간이면 주파했고 버스나 길을 걷는 와중에도 절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런 시기는 2~3년이면 끝을 내고 마는게 보통인데 제 경우는 중학생 시절부터 20년이 넘게 이어졌습니다.

 

블로거가 되다.

처음에는 프로블로거가 되려고 했지만 어쩌다보니 방송연예분야와 드라마리뷰를 주력소재로 삼는 블로거가 되었습니다. 블로거가 되기전에는 옥션과 지마켓 등에서 파워딜러로 스포츠용품과 등산용품을 판매하기도 했고 연예기획사에서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필명 '사자비'는 초등학교 때 보기 시작했던 '기동전사 건담'의 시리즈 중 실질적 주인공안 아무로레이와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샤아 아즈나블'의 전용기 이름입니다. 어린시절 엄청난 카리스마를 느꼈던 '샤아'의 강렬함이 필명으로까지 이어진 셈입니다.

지금까지 만화가-소설가를 꿈꾸던 '사자비'의 블로거가 된 긴 사연을 보셨습니다.^^; 막상 쓰고보니 왜 이글을 썼을까 생각해보니 아마도 글쟁이가 제게 어떤 의미인가 되짚어 보고 싶었기 때문인거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이유로 블로거가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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