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김범수의 인생역전이 남일 같지 않은 이유

방송 : 2011년 6월 28일 KBS 승승장구
출연 : 김범수

화요일밤에 방송하는 승승장구에 김범수가 출연했길래 보게되었고, 방송 중 김범수가 한 한마디 말에 확 올라오는게 있어서 오랜만에 예능리뷰를 써봅니다.

"제 삶 자체가 억울한 삶입니다."

앞뒤자르고 보면 푸념으로 들릴 수 있지만 김범수의 살아온 과정을 들어 보면 보통사람보다 더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삶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데뷔 13년만에 제대로 이름을 알리고 대세가 되어 예능프로 주인공으로 나오기까지 하는 것을 보며 함께 기뻐하는 마음이 들었고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방황하던 어린시절

김범수가 말하는 어린시절은 비오면 반지하 집에 물이고여 퍼내야 하고 연탄가스를 맡으며 자랐다고 합니다. 김범수보다 나이가 조금은 더 위인 필자의 어린시절을 돌이켜보면 서울은 당시 경제발전의 혜택이 집중되어 그가 초-중학생 즈음이면 이미 어느정도 생활환경이 좋아지고 있었습니다. 물론 필자도 김범수처럼 쌀밥보다는 수제비가 주식이었다고 할 정도였긴 했지만 그 시절에는 다들 그렇게 사는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김범수는 필자가 보낸 어린시절보다 더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는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가고 그의 성공이 남일 같지 않고 기쁘고 좋습니다.

당시 서울에서 필자가 살던 동네 역시 김범수가 말하는 "지질"한 그런 동네였고, 거칠고 난폭한 아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은 다 가난이 불러온 소년들의 반항기였을 것인데, 김범수는 그 중에서도 유독 심한 방황기를 거쳤습니다. 싸움을 그렇게 많이 하고 다니고 거친 어린시절을 보내다 교회에서 듣게된 성가대의 찬송이 천사의 소리와 같아 끌리게 되고 마침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술담배가 심하면 걸린다는 늑막염으로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은 그가 음악에 반해 새 삶을 살게 된 것은 아마도 우리에게 김범수라는 너무나 멋진 노래를 부를 줄 아는 가수를 보내주기 위한 운명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뒤늦게나마 김범수의 진가를 "나가수"를 통해 알게된 많은 분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믿습니다.

 

삶 자체가 억울 했다던 김범수

외모...이것 정말 한국사회의 고질병입니다. 가수가 노래가 아닌 외모로 평가 받아 "얼굴없는 가수"가 되어야 했던 그 아픔. 김범수가 빌보드차트에 올랐던 시절 많은 음악팬들은 그의 이름을 알게 되었지만 그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알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요즘 시대의 가수들은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마케팅도 병행하여 보다 가수에 대한 호감을 끌어 올려 음반판매 및 인기를 지속하는 기반이 되어 주고 있지만 김범수는 애초에 팬층을 형성하는데 너무나 불리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2003년경 윤도현이 진행했던 "윤도현의 러브레터"는 참 고마운 존재인거 같습니다. 전 아이돌그룹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나치게 기울어진 시기가 너무나 길었다는 생각은 갖고 있으며, 김범수와 같은 음악인들이 그나마 방송에 얼굴을 알리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던 그 프로그램에 다시 한번 고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소속사에서 제작비는 대줄테니 방송출연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오든 김범수 본인이 책임지라는 말과 함께 출연하여 비로소 노래 잘하는 가수로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는 김범수. 군대 가서는 씻고 나왔는데 "너좀 씻고와"라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는 김범수.

어떻게 보면 김범수가 억울했다는 삶이라는게 지질하게 가난했던 어린시절, 가수로서의 꿈을 막아온 외모, 그리고 군대와 같은 남자라면 누구나 다녀와야 하는 평범한 생활속에서도 겪어야 하는 외모적 비하 정도인데 그리 복잡하지 않은 듯 하면서도 실은 "나가수"로 전성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그의 평생을 붙잡고 있던 가슴아픈 한과 같은 일이었을 것입니다.

 [빌보드차트에 올랐음에도 방송인터뷰조차 옆모습으로 나왔던 김범수]

 

현실을 극복하고 비주얼가수 된 김범수

전 남들이 김범수를 더이상 외모로 비하하지 않는 것보다는 오히려 김범수 본인이 은근 "대세", "비주얼가수" 라며 떴떳히 말하는게 그렇게 보기가 좋았고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잘생긴 사람이 그러면 비호감이지만 김범수가 말하면 당당해 보입니다. 그가 방황기를 끝내고 노래라는 꿈을 쫒아 아무리 열심히 달려나가도 외모가 꿈마저 가로막아 버린 현실앞에서 좌절하고 물러설 법한데도 꿈을 놓지 않고 지금에까지 이른 것을 보면 행복한 생각마저 듭니다. 결국은 국보급 노래실력을 가진 그가 외부적 악조건을 이겨내고 인생역전을 이룬 셈이기 때문입니다.

전 여기서 김범수 뿐 아니라 그간 음악을 꿈꾸고 그 음악으로 평범한 소시민들을 울고 웃게 하는 가수들이 명맥을 이어오게 할 수 있었던 일부 심야 음악프로그램들에 다시한번 고맙다는 생각을 하고, 또한 그 바통을 이어 "나가수"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범수를 "비주얼가수"로 재탄생시켜주었다는 것만으로도 또 한번 고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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