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미녀, 서른넷에 고졸인 이소영이 죄인입니까?

동안미녀의 주인공 이소영은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고졸에 서른넷인 이소영은 원단회사에서 근무하며 마땅히 내세울만한 경력도 없었고, 어릴적부터 꿈꿔온 디자이너의 꿈을 안고 있지만 현실은 너무나 팍팍하고 꿈을 이뤄볼 기회조차 쉽게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이소영은 동생인 이소진의 이름과 나이로 거짓으로 더스타일사에 입사하게 되어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누군가에게는 질시를 받고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격려를 받으며 생활하게 됩니다.

 

더스타일 디자인1팀 막내 이소영

 

전 이소영의 재능과 노력을 질시하는 그리고 함부로 폄하하고 내치는 몇몇 사람들의 오만함이 참 무섭고 혐오스럽습니다. 

이소영은 정식사원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디자인1팀의 사람들은 그녀를 막내라고 부르며 핀잔도 주고 구실을 만들어 혼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다들 평범한 한 사람 한사람일 뿐입니다. 문제는 디자인팀장을 비롯해 일부 엘리트의 편견과 오만한 시선입니다. 어찌 그렇게 사람을 무시하고 차별되이 생각하는지 참 화가 나기도 합니다.

아무튼 이소영은 동료 MD인 최진욱과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좋은 감정을 키워가고 이소영에 대한 편견과 견제가 있을 때 마다 최진욱이 알게 모르게 진심을 담아 도움을 주게 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은 깊어만 갑니다. 하지만 나이와 이름을 속인건 살아온 인생자체를 바꾸는 것과 같아서 조금이라도 이소영의 행동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이상한점을 찾아 볼 수 있게 됩니다.

이 드라마의 가장 재밌던 부분이 바로 신분이 들통날까봐 좌충우돌 벌어지는 사건들이라 할 수 있지만 언젠가 사실이 밝혀질 경우 받는 상처는 이소영 뿐 아니라 그녀를 아꼈던 주변 사람들에게 배신의 아픔으로 돌아 올 것이었기 때문에 조마조마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소영은 더스타일 창립기념행사에서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맙니다.

 

거짓보다 배신이 더 크게 와닿는 사람들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가장 큰 부분 중 하나가 신뢰입니다. 이 신뢰라는 것은 쌓기도 어렵지만 지켜내기도 어렵습니다. 이소영은 더스타일에서 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워낙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때문인지 그녀를 아끼는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일찌감치 생겼지만 실은 그 때문에 이소영의 고민은 깊어만 갔습니다.

그리고 결국 밝혀진 이소영의 정체에 그녀를 내심 마음에 두고 있던 사장과 최진욱, 그리고 여러 주변사람들은 배신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소영이 짐을 싸고 회사를 나서게 되었을 때 마주친 지승일사장(류진분)이 자신을 속인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음을 이야기 하자 이소영은 묻습니다. 자신이 서른넷에 고졸이었다면 입사 자체가 되었겠느냐고...

 


"만약 제가 처음부터 서른 넷이라고 밝혔다면 사장님이 저를 받아주셨을까요. 서른넷, 고절에 신용불량자라고 해도 채용하셨겠느냐구요"

"이소영씨 말이 맞아요. 서른네살, 고졸이라면 받아주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소영씨 사람됨을 의심하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전 드라마에서 이소영의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들은 이소영의 입장 자체를 심각하게 생각해본적이 없기에 이소영을 아끼는 마음이 있으면서도 쉽게 용서를 해줄 수 없었습니다. 얼마나 일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꿈꿔온 디자이너의 길을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지,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서른넷의 인생이 어떤 것인지 당사자가 아니면 모르는 일일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한국사회에는 이소영과 비슷한 처지의 젊은이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학벌과 나이, 씁쓸한 현실

한국은 참 많은 사립대학들이 있습니다. 참 특별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조금은 비정상적인 구조는 그만큼 학구열이 높은 사회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 20대 중반만 되도 취업을 하려 할때 나이제한이 있다는 것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크게 실감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데 필자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시장에 문을 두드려야 했던 시기에는 2년제 졸업인 경우 28~29세전후의 나이제한이 있었고 그것은 재수와 3수 정도까지를 반영한 것이고 마찬가지로 4년제 역시 졸업 후 3~4년 안에 취업하지 않으면 좋은 기업에는 아예 지원 자격자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동안미녀라는 드라마가 나온 것 자체가 요즘 세태를 아주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과 십여년전만 해도 노랑머리를 하고 배꼽티를 입는게 엄청난 화제거리가 되었던 시절이 있었으나 요즘은 취업에 대한 연령 제한도 많이 없어졌으며 결혼적령기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도 상당히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게다가 드라마 동안미녀에는 서른넷의 고졸 여주인공이 한참 어린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연상연하 커플의 코드까지 있으니 요즘 세대의 인식변화에 대한 참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은 여러 사회현상속에서 보여지고 있는 과거의 좋지 않은 구습을 두고 "다들 그러니까"라는 변명과 자기 위안을 하며 그렇게 하는 것을 두고 현실에 적당히 타협하며 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전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적당히 타협해야 할 줄아는 융통성은 어찌 보면 인간냄새 나는 선택이라 하겠지만 어떤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한 이익의 상대점에 서는 것은 지양해야할 일이며 타협이라 부를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학력과 나이로 누군가가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면 아직은 우리사회가 공정함과 공평함 모두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동안미녀를 시청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사회현상들을 아주 무겁게 다루지도 않으면서도 이소영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케릭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애써 이해하려 하거나 애써 부정하거나 하지 않고 그냥 누구나 했을만한 반응을 자연스럽게 잘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전 말하고 싶습니다.

"고졸이 죄입니까. 그리고 누구나 세월이 흐르면 그냥 먹게 되는 육체적 나이가 청춘의 열정을 가려버리고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불공평한 일인지 모두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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