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영광은 아래로, 모든 잘못은 위로

MBC스페셜 '안철수와 박경철' 편을 보다 마지막에 박경철원장이 한말이다.

"모든잘못은 그 어떤분야의 지도자든 리더쉽을 가진 사람들은 모든 영광은 아래로 모든 잘못은 위로. 그런데 우리는 모든 영광은 위로, 모든 잘못은 아래로 갑니다. 요것만 뒤집으면 우리가 고민하는 정의문제, 공정문제, 대립과 분열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사고방식인데, 그럼 쉽잖아요"

방송을 보는 내내 와닿았던 그 무엇보다 가장 절실히 와닿은 말이다. 많은 것을 경험하고 사고하며 얻은 이러한 짧지만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정리된 말을 누군가에게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게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많은 분란이 되는 사건 사고들은 대개 각자의 입장이 있기 때문에 위의 박원장의 말과 같은 큰 틀을 가르는 견해의 뿌리와 줄기가 잡혀 있다면 나머지 작은 부분은 알아서 제자리를 찾아 정리가 될 수 있는데, 우리는 곁가지를 보고 뿌리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건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하지 않을까.

김우중, 대우그룹 해체

과거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중 하나였던 대우는 여러 이유로 분해되고 말았다. 그러나 이러한 분해 과정에 익숙치 않고 좋지 않은 여건과 급속한 분해과정속에서 치루지 않아도 되는 불필요한 손해를 많이 입게 되었다. 대우그룹 속에는 문어발 처럼 뻗친 부실 기업도 많았지만 알짜배기 기업들도 상당히 많이 있었고, 알짜기업들은 지금도 이름만 바뀌어 크게 성장해 나가고 있다. 필자는 김우중 전회장에게는 억울한 부분도 있고 공로도 적지 않지만 그에 비해 잘못은 더 크다고 보고 있다. 대개 많은 기업인들, 특히 재벌들은 기업의 성장과정에서 노력한 모두에게 영광을 돌리려 하지 않고 위로만 집중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가수와 소속사간의 문제

필자는 시사, 정치, IT, 재무설계 등 다양한 분야를 블로그에서 다루며 블로그 이름도 '사자비의 세상모든리뷰'로 정하고 활동중이지만 그중 비중이 높은건 연예관련 이슈를 많이 다루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근래 가수와 소속사간의 분쟁을 보며 느끼는 것 역시 '달콤한 결과물을 나누는데 인색하고, 잘 보이지 않는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입은 손실들은 소속연예인들과 함께 나누는 구조'가 기본 문제가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특히 SM과 같이 소속연예인들을 해마다 차근차근 준비해서 매해 새로운 그룹을 선보이면서 연령대와 성격의 구분이 보이는 그룹이 적절히 포트폴리오가 구성되면서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이 제대로 이뤄지는 단계에 온 연예기업이라면 이제는 '열매를 나누는 단계'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SM과 처음부터 다른 길을 걸어온 YG는 발전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며 잡음도 적은데, 각각 장단점은 있을 것이다.

동방신기의 예를 들어 보자. YG에서 동방신기와 같은 그룹이 나왔을리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가정하에 생각해보면 애초에 해체될 가능성도 낮았을 것이다. 그리고 동방신기는 SM이 다양한 소속 연예인들을 배출하며 만들어가던 위험분산의 포트폴리오 구성 기간을 참지 못하고 해체를 하게 된 경우로 보이는데, 어찌보면 억울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금만 더 참았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결국 SM이 '위험은 분산하고, 결과를 나누는' 전제 중 앞부분을 완성해 놓고 뒷 부분을 이행하지 않으면 다 소용 없는 생각이겠지만 말이다.

전시행정, 결과만 챙긴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무상급식에 대해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강하게 비판한적이 있는데, 그가 필요이상으로 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은 첫째로 대권주자로서의 인지도 쌓기와 둘째로는 이슈화 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풀이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예산을 삭감하여 작게 나누어진 수십 수백가지의 삭감내용속에 고통받는 시민들 보다는 한데 뭉쳐 크게 보이는 전시행정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작은 분야 하나하나 언론이 다루기 어렵고, 작은 데서 고통받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하소연하기도 힘드니....

비단 오세훈 뿐 아니라 2011년 예산중 다수가 이러한 면이 지나치게 과도하여 많은 시민들이 격앙된 목소리를 높이자 그제서야 언론이 반응하고 나섰던게 불과 얼마전일이라는 것을 기억하실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면 왜 정치인들은 전시행정을 할까. 이것 역시 '영광은 위로, 잘못은 아래로' 의 잘못된 사고방식 때문이다. 4대강 역시 후세대가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보완하여 잘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과정속에 사라지고 없어지고 망가지며 불필요한 비용지출이 계속되는 것은 어찌할 것인가.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기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한국인의 저력으로 차후 4대강이 보다 나은 형태로 가꿔지게 된다면 영광은 모두 이명박정부의 공으로 돌려질 것이다.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고 걱정하는데로 잘못되고 만다면 그 뒷감당은 후세대가 해야 하기 때문에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두려움이 없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과도한 전시행정은 대개 거의 비슷한 맥락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임기내에 치적을 쌓아 그것이 나중에 잘되든 못되던 상관 없이 자신의 커리어에 '영광'의 꼬리표 하나를 더 다는 것만 생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로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호화청사'를 짓는 일 같은 저급하고 비열한 행위도 결국 이러한 발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위 그림은 박원장고 함께 출연한 안철수씨의 주장속 내용을 MBC스페셜이 정리한 도표인다. 즉 대기업이 좋은 결과물을 독점하며 중견기업은 씨가 마르고 오로지 대기업과 중소하청업체만 존재하는 기형적인 기업생태계를 꼬집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래 그림에 나오는 불과 2~3년내에 1.5조(한화)에서 35조에 이르는 자산가치를 가진 세계적인 벤쳐기업이 한국에서는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한국 최대 기업이자 세계적 기업인 삼성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늘상 말하는 있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않고, 뒤따라 걸으며 결국 앞서려 하는 기업'도 이와 비슷한 주장으로 보인다. 즉, 애플과 같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혁신을 주도 하는 기업과 그것을 뒤따르는 삼성같은 기업이 비슷한 이익을 내려면 중간에 이익을 나눠주기보다 독식해가는 기형적 구조가 있어야만 가능하지 싶은 것이다.

이상으로 시골의사 박경철원장이 정의 및 사회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한마디'를 바탕으로 한 필자의 주장을 마치며, 각 분야의 사회지도층은 2011년을 변화의 해로 삼아 '영광을 나누는 행동'을 실천하길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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