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구 스페셜, 수목극 향방 가를 자충수였다.

KBS2TV가 2010년 방송 3사를 통틀어 가장 큰 대형히트를 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인기가도에 심취한 탓일까요. '김탁구'의 주연들이 비교적 신인들 위주로 꾸려진 것과 달리 후속작 '도망자 Plan B'는 보이는 출연진 한명한명이 '스타'가 아닌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중무장한 상태인데 '스페셜' 방송으로 인해 도망자의 경쟁작이 될 '대물'의 전작인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급부상하게 되는데 일조한 경우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실 오래전부터 스페셜 방송은 이미 편성이 마쳐진 상태였다고 할 수 있으나, '여친구'가 방영초기에 너무 뻔한 스토리 아니겠느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달달한 러브스토리로 시청자들을 완전히 사로 잡아가며 점점 시청율을 끌어 올리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 편성의 조정을 했어야 했습니다. 10%초반대의 시청율에 머물며 '여친구'가 좌초하고 말았다면 대세에 영향을 줄 수 없었을 것이니 이전의 판단은 틀린게 아니겠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상태인데도 '김탁구 스페셜'이 방영되면서 '여친구'에 어부지리를 안겨준 셈이 되어 버린 것이조.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

제 주장은 이렇습니다. KBS는 수요일날 드라마 방영시간대에 특선영화를 배치하고 목요일날 '김탁구 스페셜'을 방영하였는데, 이렇게 하기보다는 수요일에 '김탁구 스페셜'을 방영하고 목요일에 '여친구' 2회연속 방송에 '도망자'로 맞불을 놓았어야 좋았을 것입니다.

목요일 방송된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그간 '김탁구'에 밀린 한을 풀 듯 무서운 시청율 상승 현상을 보이더니 급기야는 20% 의 벽을 뚫고 올라서고 말았습니다. KBS가 방심한 탓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문제이고, 앞으로 수목극의 판도를 바꾸어 놓을 깊은 의미가 담긴 일입니다.

도망자 VS 대물

이번 '여친구'의 시청율의 대폭 상승은 도망자와 불과 1주간의 차이로 방영을 시작하는 대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일이 아니었다면 시청율 10%초반대의 드라마의 바통을 잇는다는 부담을 안고 말았을 '대물' 이지만 20%대 초반이라면 후속작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수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너무 낮아도 시청율에 부담이 되고 너무 높아도 기대감을 조금이라도 충족 시키지 못하면 바로 비난이 이어진다는 것을 감안할때 20%대의 시청율은 괜찮아 보이는 것입니다.

드라마 '대물'은 원작이 있으므로 이미 스토리는 빤하조. 약간의 습호(스포일러)가 있으니 '습호'가 보기 싫으신분들은 이 문단만 피하시고, 바로 도망자 소제목으로 이동하시면 좋겠습니다.  대물은 본래 여성대통령을 메인으로 삼는 만화는 아닙니다. 원작만화의 작가 스타일은 아주 강한 남성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선굵은 만화를 주로 그리는 분이기 때문에 당연히 원작은 남자 원톱주인공의 스토리를 다루고 있조.

'대물' 원작은 업동이인줄 알고 자란 하류가 아버지의 원한을 갚기 위해 '대통령 메이커'로 활동하는동안 성장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현정이 연기하게 되는 여자대통령은 남자 주인공에 비해 입체적인 케릭터라기보다 단편적인 면만을 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스토리라인은 드라마로 방영하게 되면서 대대적으로 수정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사실 고현정이 '대물'에 캐스팅 된게 2008년 경이고 제작이 오랬동안 지체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많은 추가 작업을 통해 탄탄한 스토리 라인으로 가다듬어 졌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작과 너무도 큰 변화를 주게 되면 원작의 재미를 상당수 잃게 마련이고 이야기의 시점 자체를 바꾼다는 것은 골격부터 수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에 무리수가 있을 수 있으므로 원작의 스토리라인을 중심으로 하되 고현정의 역활을 보다 입체적으로 바꾸어 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쯤이면 드라마 대물의 대강의 분위기를 감지하셨을 듯 싶습니다. 대통령이 남자가 아닌 여자일뿐 기본은 선굵은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스타일이고 여기에 더해 고현정의 케릭터를 대폭 강화하였을 것을 짐작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도망자는 어떨까. 도망자라는 드라마는 어떤 성격을 가질까요? 이전에 도망자 프리뷰 두편을 통해 분석한 바와 같이 '도망자 Plan B'는 동양적 관점에서 바라본 '월드'상품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주 가까운 예를 들어 보면 지난번에도 다루었던 애니 '루팡3세'가 있을 수 있고, 영화로 치자면 성룡이 연기한 '폴리스 스토리'를 비롯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오픈된 스타일로 만들어진 영화들을 상상해 보면 이미지화 하기 좋을 듯 합니다.

이러한 작품들의 특징은 '만화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안그래도 근래 다수의 장르에서 케릭터가 중요시 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케릭터가 강조되는 스타일로는 '월드상품'의 성격을 띄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로 일본의 애니나 만화책에서 주로 발견되는 이러한 현상은 국적을 구별하기 힘든 동 서양의 남-여 주인공이 각각 적절한 능력과 위치를 점한채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도망자' 역시 이러한 월드상품과 같은 성격이 매우 짙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탐정이 등장하는것만 보아도 알 수 있조)

드라마는 '도망자 Plan B'는 한국전쟁당시 부터 이어온 미스테리한 일을 추적하는 과정속에 여러 이익단체를 대변하는 케릭터들이 서로 경쟁하고 도와주며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액션 미스테리 어드벤쳐' 장르 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극적 반전을 보여주고 있는 여친구, 대물에게 바통을 이어줄 마지막 방송도 기대된다. 


기대 했던 것 이상의 재미를 부여하며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는 여친구는 뒷심이 약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본래 드라마의 스케일이나 대중적인 재미라는 면에서 고현정-권상우의 '대물'보다는 '도망자 Plan B'에 더욱 큰 무게를 두고 있던 참인데 '김탁구 스페셜'이라는 자충수로 인해 '여친구-대물'로 이어지는 라인이 도망자를 위협할 확율이 매우 높아졌다고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KBS의 방심이 부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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