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들의 화합을 위한 큰 뜻이 담긴 대회는 당연 스포츠인, 그리고 스포츠를 사랑하는 팬들이 주인이 되고 연예인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그리고 흥을 돋구기 위한 객의 되어야 함이 마땅할진데, 어찌 된 일인지 스포치인들은 들러리가 되고 한류스타가 주인이 되어 버린 역사상 전례가 없는 경악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임권택감독과 장진감독이 맡은 개막식 연출

예산은 한정되어 있는데 멋진 연출을 해야 한다는건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아이디어만 좋다고 되는게 아니라 개막식은 그 지역에서 그 시기에만 볼 수 있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면 그 자체로도 역사적 가치가 생기기 때문에 제대로 준비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갈 수 밖에 없지만 현실이 뒤따라 주지 못하니 어쩌련가. 

우리는 저예산 영화중 일부가 블록버스터 급의 흥행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그것은 단지 아이디어 뿐 아니라 배우와 연출자가 한마음 한뜻으로 시너지를 냈기 때문이며, 이러한 점을 영화를 보고 있는 와중에 느끼게 되면, 그러한 감흥을 다시 주변의 입소문이 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된다. 입소문을 탄 영화는 다시 흥하게 되니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

반면에 겉으로는 화려하고 볼거리가 많은것 같으면서도 허술한 점이 지나치게 드러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나아가 스토리마저 부실하면 초반 잠깐 흥행하는듯 하다가도 금새 열기는 흩어지고, 관객들의 발걸음은 금새 줄어들게 된다. 그럼에도 블록버스터가 흥행할 확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개의 흥행작들은 들인 비용만큼 철저히 점검하고 또 점검하여 완성도를 끌어 올리기 마련인 것이다. 

그런데 2014 인천아시안게임은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 장면을 한류스타 이영애에게 맡겼다. 유례가 없는 일이다. 드라마로 한류를 알린 역할로서의 그녀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나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주인이 객을 위한 보조인이 되어 버리는 현상은 미리 유출된 정보 대로 이영애가 마지막 성화봉송주자로 나서 성화를 밝히자 극에 이르렀다. 

감동은 커녕 화가 치밀었다. 연예인도 사람이고 국민인데 스포츠정신을 기리지 못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보다 훨신 더 적합한 스포츠영웅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이영애를 택한 조직위나 임감독은 너무나 큰 실수를 했다.

세상 그 어떤 욕심 없는 사람도 최소한 내가 거할 곳에서는 무시당하지 않길 바란다. 나와 관계된 장소, 인맥 안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지난 오랜 세월 스포츠인들은 인류화합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올림픽을 개최하거나 참가해 왔다. 다시 말하면 그들이야 말로 대회의 진정한 주인이다. 같이 땀한번 흘려 본적 없는 자들이 개막식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는 건 정말 최악 중에 최악이다.


출처:MBC방송캡쳐


왜 스포츠인이어야 하는가

개막식에서 한류스타의 퍼포먼스는 중요한가 여부를 볼게 아니라 어울리는가를 살피는게 우선이다. 역대 16회 아시안게임에서 비스포츠인이 성화 최종점화자로 선정된 사례가 없다. 하계올림픽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왜 그런가?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지구인의 축제이자 아시아의 축제에 연예인이 출연해 축하 공연을 하는건 문제거리가 아니라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러나 모두의 축제이기는 해도 주체는 스포츠인이어야 맞기 때문에 여배우가 최종 성화봉송을 한다는건 이치에도 맞지 않고 대회의 본질을 흐리는 심각한 잘못어서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 인천 아시안게임은 두고두고 비웃음을 살만한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다. 

 대개의 경우 최종 성화 봉송을 하는 사람은 스포츠로 국민을 감동시키며 스포츠정신을 온몸으로 실천하여 보여준 사람 중에서 고르고 골라 선정하게 된다. 그 만큼 영광된 자리다. 배우가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면 누가 스포츠정신을 지키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을 치루려 하겠는가. 



 마치 IOC위원에 헐리우드 배우가 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다. 배우들이 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한다면 누가 그 자리를 스포츠인의 영광된 자리로 여기겠는가 말이다.

이런 경우는 있을 수 있다. 원래 배우였지만 스포츠도 좋아해서 일정 수준의 성과를 낸 선수가 있다면 어느정도 융통성을 발휘 할 수 있다. 아니면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물론 대단한 인지도를 가져야 할 정도는 되어야겠지만. 이영애가 국내 테니스 대회에서 메달권안에는 드는 정도라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아무런 연관성도 찾아 볼 수 없는데도 한류스타라는 점을 의식해서 무리해도 지나치게 무리했다.

인천아이게임 개막식은 공중파를 통해 보기 어려운 JYJ의 무대와 조연에 그치고 말았지만 그간 쉽게 보기 어려웠던 스포츠영웅들의 모습을 잠시라도 볼 수 있었다는데서 그나마 의의를 찾아 볼 수 있다.

우리는 가수의 노래를 듣고 영화관에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지만 정해진 룰 안에서 그 룰을 지키며 페어플레이를 하는 스포츠에서도 깊은 감동과 환희를 느낀다. 그럼에도 보여주기식으로 노래와 박자가 나와야만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아주 큰 착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대중문화를 위해서 순위제 가요프로그램이 존재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말하지만 시청률은 애국가만큼도 안나오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과 같다.

 국민들에게 환희의 순간을 선사했던 스포츠영웅들은 살아가는내내 우리 가슴속에 살아 있다. 그들의 주인공이 되어야 마땅하다. 한류스타는 객이 주인노릇하는 형국에 쓰임당해버렸다. 영광된 자리라고 해서 자발적으로 놓치려 하진 않을 것이지만 그렇게 해야만 영광의 자리가 영광스러운 것이라는 점을 이해햐야 할 것이다.

마치 연말시상식에서 하나의 상을 세팀에게 공동수여 하는 것과 다름 없다. 상을 나눌수록 권위는 손상되고 영광의 의미는 퇴색하건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좋지 못한 관례를 깨지 못하고 있다.

인천아시아게임 개막식은 스포츠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국민을 무시하고 말았으니 두고두고 좋지 못한 선례로 거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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