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연예계에는 뚜렷히 나타나는 현상 한가지가 있다. 바로 20대 젊은 남자배우들의 활약이다. 물론 드라마에 영화에 여러 장르에 모두 대응할 정도의 많은 수는 아니고, 전에도 재능있는 배우가 없던 것도 아니지만 유독 요즘들어 더욱 두드러진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바로 이 글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케릭터 싱크로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케릭터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극중 배역에 몰입해서 자신만의 색깔을 담아내는 것은 연기자의 재능과 노력이 합해져야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나, 이게 말처럼 쉽다면 주연급 배우가 넘쳐나야 할 것인데, 꼭 그렇지 만도 않다는 것은 분명 타고난 부분도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특히 재능을 가꾸고 꽃 피우게 하는 노력은 세월 따라 연기의 깊이를 더해가게 하는데, 중년의 나이에 연기 잘하는 배우가 더 많다는 사실은 따로 부연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런데 그 연기 잘하는 중견 배우 중에서도 주연급을 맡는 배우는 많지 않다. 연기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손현주, 김명민, 최수종 등이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젊은 배우는 아무리 재능이 출중해도 오랜 연기관록을 뛰어 넘를 수가 없다. 그럼에도 한가지 나이와 관록과는 연관성이 크지 않는 부분이 케릭터라는 것이다.

김수현, 이종석, 주원 등이 바로 주어진 케릭터 이상을 만들어 낼 줄 알고, 배역을 체화하여 극 중 케릭터 그 자체가 되어 버리는 젊은 배우들이다.

특히 이 세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특정 장르와 케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케릭터에 적응할 줄 아는 범용적인 면모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어떤 배역을 맡아도 대사 한마디 한마디를 집중해서 보게 만든다. 개인적 매력에 더해 자신이 스스로 그 케릭터가 되어 연기하니 집중해서 아니볼 수가 없게 만드는 것이다.

향을 매개체로 시간여행을 하며 과거의 잘못된 점을 바로 잡으려 하는 내용을 담은 타임리프 드라마 '나인'의 주인공 박선우 역을 맡은 이진욱은 뛰어난 외모 만큼이나 이미 주어진 케릭터가 강하다. 이는 장점이면서 단점이며 맡게 되는 배역에 따른 변화를 주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세상에는 많은 미남 미녀가 있어도 그들이 모두 배우로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케릭터에 녹아 들 수 있는 타고난 재능에서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또한 대개 뛰어난 외모는 오히려 케릭터와의 동화를 막아 서는 장애물이 되기 쉽상이다.

 어떤 여배우는 예쁘면서도 가난한 신데렐라 역할도 어울리는데 반해 어떤 여배우는 예쁘기는 하지만 특정 스타일의 연기에만 적합할 뿐 신데렐라 같은 고생하는 연기를 하면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어색하다. 응답하라 1994의 여주인공 고아라 역시 그런 케이스였다. 너무 예쁜 외모가 여러차례 연기변신을 위한 도전을 소용없게 했다. 응사의 성공에 한몫한 고아라에 높은 평가를 해줄 수 있고 그녀의 앞날이 밝을 것임을 전망케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지 좋은 작품을 만나 운좋게 성공한게 아니라 스스로 변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실체화 되었으니 그런 측면에서만큼은 인정해 줄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나인'의 남주 이진욱은 다른 어떤 배우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박선우역과 상성은 뛰어났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늘 장점이기만 한 것이 아닌게 함정. 영화 '해적'에서 김남길이 어떤 연기변신을 할지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며, 그의 연기 인생에 시험대가 될 작품이기도 하다.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

 

아무튼 다시 '노다메 칸타빌레'로 이야기를 돌려 보면, 주원은 케릭터 동화율이란 측면에서 동년배 중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것이 바로 주원의 최대 강점 중 첫번째고, 또 한가지는  믿고 보는 배우로서의 숨겨진 신뢰도가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점이다.

'각시탈'을 비롯한 몇몇 드라마를 거치며 주원은 어느새 믿고 보는 배우가 되버렸다. 한두편이 아니라 여러 작품에서 증명하고 또 증명했다. 주원이 노다메칸타빌레의 남자주인공 치아키 역을 맡았다는 것은 두가지 측면의 의미를 갖는다.

 

주원이 치아키 역을 맡은 의미

첫번째는 이미 믿고 보는 배우가 된 주원이 어떻게 치아키 역을 해석하였는가를 보는 재미다. 이것이 바로 시청률을 끌어 올 수 있는 핵심요소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여주인공은 의심할 여지 없이 엘사임은 분명하다. 작품속의 메시지가 곧 엘사의 운명과 직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중 비중은 '안나'에 더 있고, 이야기 구조 역시도 안나가 끌어가고 있다.

마찬가지로 '노다메칸타빌레'는 제목 대로 노다메(노다 메구미)가 주인공이기에 원작의 팬들은 과연 어떤 여배우가 노다메 역을 소화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실은 치아키 역이 노다메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다소 유치한 일본식 개그코드가 노다메역을 맡은 우에노주리로부터 시작되지만, 치아키는 그것을 받아들여 승화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스토리의 실질적인 중심 역시 노다메가 아닌 차이키가 맡고 있다. 치아키가 겨울왕국의 안나역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치아키역을 맡은 타마키히로시의 배역 소화 능력이 출중했고, 우에노주리와의 상성이 좋았다. 앞서 말한 케릭터 동화율이란 측면에서 주원은 분명 뛰어난 배우인데, 거기에 그치지 않고 상대 배우의 매력까지 끌어 내는 능력또한 출중하다. 따라서 필자는 한국판 '노다메칸타빌레'의 성공 가능성을 비교적 나쁘지 않게 보고 있다.

 즉, 주원의 상대 여배우가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노다메칸타빌레'라는 작품을 끌고 가는 실질적인 역할을 맡는 치아키 역을 주원이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작품의 재미에 어느정도 신뢰를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주원이 치아키 역을 맡은 두번째 의미이다.

 

윤진이개인적으로는 윤진이도 노다메역으로 괜찮은 선택이지 않을까 싶다

 

거론되는 노다메 역의 후보들

이하나, 심은경, 하연수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전혀 새로운 얼굴을 기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윤진이도 괜찮은 선택으로 생각된다. 아직 많은 작품에서 여주인공으로 노출된 바 없기 때문이고, 꼭 원작의 노다메와 같은 스타일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식 개그가 한국에서 통할리도 없거니와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게 맞다. 그럼 작품을 끌어 가는 다른 매력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각색을 맡을 작가가 배우의 매력을 극대화 하는데 신경을 써주면 될 일이다. '꽃보다남자'에서 이민호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원작의 남자주인공은 이민호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다.

주원이 남자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는 것은 원작과 다른 길을 걷겠다는 선언과 같다. 극을 이끌어 가는 진짜 핵심이 달라졌는데, 여주인공이 달라지는게 무에 그리 대수일까.

제작진이 주원을 선택했다는것만으로 다른 길을 갈 것이라 이야기를 대놓고 하고 있는 셈인데도, 아직 우에노 주리를 대신할 비슷한 이미지의 여주인공을 찾고 있는것은 핀트가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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