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화해가고 아이돌문화도 다를바 없을 테지만, 전환점이 되는 계기는 분명 있을거라 짐작해왔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하나둘 공개연애를 하기 시작 한 후 팀 리더이자 팬덤의 중심인 태연 역시 그러할 것이란 짐작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드러난 양상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

윤아, 수영, 티파니 등 먼저 사랑을 시작한 멤버들의 소식이 들려왔을 때 를 상기해보자. 인기와 관심에 비례하여 대중에의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무대에서 센터를 차지해왔던 윤아가 먼저 입증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로 소식이 이어질 수록 관심이 지속되는 시간은 짧아져만 갔다. 아마 태연의 소식이 가장 처음 알려졌다면 아마 훨신 더 큰 파장이 일었을 것임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잠잠해 보이는듯 해도 실제로는 아주 큰 혼란이 아직도 수면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다. 아마 적극적으로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하고 있다면 알게 모르게 느끼고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에프엑스 멤버인 설리와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의 최자 관련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단순루머라는 주장과 재확인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지만 팬덤밖의 팬덤이라는 함수갤에서의 반응은 '도저히 믿기 어렵다' 라는 식이 아니라 '왜 하필 함수 컴백을 앞두고' 라는 반응이 훨씬 더 많았다. 이런 반응의 이면에는 이미 작년에 불거진 1차 루머 당시 소위 '탈덕'이 대부분 이뤄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일 뿐이지만 이미 기정사실화 하여 실망한 팬들은 떠나고, 루머가 사실일지라도 연연해 하지 않을 팬들만 남아 있기에 충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아이돌문화에 대한 이해

팬덤에 속해 있지 않은 경우 아이돌문화를 이해하는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직접 가슴앓이를 하는 것과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비교할 수 없는 벽이 가로 막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아이돌이 네 연애대상이 아니고, 사귀던 사이도 아니야 착각하지마' 라고 지적해 주는 사람의 말은 허공의 메아리나 다름 없다. 애초부터 핀트가 맞지 않는 지적이고, 고려의 대상조차 되지 못할 것이다. 아이돌 팬덤은 오래전부터 스타를 사랑하던 팬문화의 연장선에 있으며, 조금더 그들만의 문화로 발전했을 뿐이니 스타를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이야 예나 지금이나 드러나는 방식으로서는 다를 수 있지만 근본적인 부분은 대동소이하다는 이야기다. 

그럼 구체적으로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일본의 모닝구무스메는 5인조로 출발해서 새 멤버를 영입하며 수를 늘리다가, 일부 멤버가 졸업하는 형식으로 지금까지도 십여년에 걸쳐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전에도 분명 일본의 아이돌은 있어 왔지만 모무스와 AKB48에 이르러 점점더 그들만의 문화를 본격적으로 만들어 나갔기 때문에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녀시대가 데뷔했을 때 모닝구 무스메가 연상된다는 지적이 잠시 있었지만, 소시는 한국적인 형태로 발전해 나가 결국 응원하는 팬의 구성과 추구하는 음악 등에서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가장 단적인 예로는 모무스는 거의 대부분의 팬이 어린학생부터 중장년까지의 남성층인 반면, 소녀시대는 성별을 굳이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에 사랑 받고 있으며 심지어 10대와 20대 여성들이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태연의 이런 차별화의 중심이었다. 21세기 초 보아가 격렬한 춤을 추는 와중에도 파워보컬을 선보이자 일본과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았고, 그런 가운데 은연중 일반화 되어 있었던 립싱크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되었다. 걸그룹이라 할지라도 라이브가 가능한 보컬실력이 요구 받게 된 것이다.

그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주로 등장하는 논리는 '일본의 아이돌은 보컬 실력이 어떠하든 라이브가 기본' 이라며, 잘하든 못하든 라이브가 아니면 인정받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보아가 등장하기 전 SES나 핑클, 그리고 이후의 여러 아이돌 그룹의 대부분이 립싱크를 기본으로 해왔지만 보아 이후 등장한 소녀시대는 라이브까지 소화 가능한 걸그룹으로 미모와 실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런 평판은 국내 팬들의 확보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즉, 단순히 춤과 노래만 잘 하는게 아니라, 라이브를 소화해 낼정도로 전 멤버가 노력하고 있고, 아티스트로서 대우해 줄만하다는 인식을 심어 주게 된 것이었다. 물론 태연의 몫이 컸고.


백현엑소 백현



백현과 태연의 연애를 배신감이라는 단어로 인식하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내가 준 사랑만큼 아이돌멤버도 그에 준하는 보답을 바라는 방식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연애는 사실상의 팬덤의 마지노선이었다. 연예인이 행복해지길 바라며 예쁜 사랑하길 바란다는 댓글이 달리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며, 진심이라기 보다는 분위기를 따라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즉, 아직도 내가 좋아 하는 아이돌 만큼은 다른 이성과 사귀는걸 보고 싶어하지 않는 분위기가 더욱 강하다 라는 이야기다. 물론 아이돌도 사람이고 나이들어 가며 이성과 사귀는 것을 억압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계속해서 나오지만 이런 문제가 곡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보니 아직까지도 국내 연예계에서는 공개연애는 뜨거운 핫 이슈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엑소는 발표하는 곡마다 타 남성아이돌과의 차별화가 확실히 느껴지는 퀄리티의 곡으로 돌아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 히트곡인 중독 만 해도 필자는 사실 처음 느낀점이 조금 특이하고 자기색은 강하지만 그리 크게 끌리진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듣다 보니 싫증 나지 않고 오히려 귀에 더 잘 들려 온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엑소의 백현은 태연이나 윤아 같은 멤버인데,, 태연과 백현의 만남은 서서히 무르익던 변화의 조짐을 제대로 촉발시킨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 아이돌문화가 가진 판타지는 대부분 깨어져 가고 있다. 애초부터 판타지는 판타지일뿐 그것이 아티스트의 개인적 삶에 지나친 억압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언젠가는 깨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돌의 연애 자체가 충격이던 시절이 불과 몇해 지나지도 않았는데 , 이제는 공개연애가 수시로 대중에 노출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고, 나아가 국내 대표걸그룹이라는 소녀시대의 멤버 다섯명이 연애를 하고 있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돌문화가 멤버 개인의 행복추구를 명분으로 전환점을 맞이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십대 팬들 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판타지를 추구해온 시절을 지나 아이돌 멤버의 개인적 행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의 양보와 타협의 시기도 지나가고 있다. 

어찌 보면 데뷔한지 꽤 오래 지나 정점에 있는 소녀시대의 중심멤버와 이제 새로이 대세로 자리 잡은 엑소의 중심멤버의 열애는 마지막 벽을 허문 셈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인 것이다.

 변화의 흐름은 시작이 어렵지 않번 분위기가 만들어 지면 스타든 팬이든 그 흐름을 따라 같이 변화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 버리는 힘이 있다. 앞으로 아이돌의 팬덤은 이런변화를 쉽지는 않아도 순리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며 태연과 백현의 열애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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