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잡이는 조선제일검의 아들인 박윤강(이준기분)이 칼을 버리고 총을 잡아 역사의 파도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시험해가며 개화기의 격변을 맞이해 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어찌 보면 개화기의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심장한 내용들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 오히려 코믹한 느낌을 섞어 분위기를 무겁게 흘러가지 않게 하는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준기는 이런 드라마에 특화된 주인공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잘 어울리고 있죠. 그러나 본 블로그에서는 아쉬운 점 두가지를 이야기 함으로서 조금 더 완성도 높은 드라마로 거듭나길 바라봅니다.

 

첫째, 조선총잡이 총기 고증

박윤강이 총으로 암살하러 다니는 범인을 쫒는 장면을 드라마를 시청하신 분들은 기억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런데 사용된 총은 볼트액션식 소총입니다. 볼트액션식이란 노리쇠(볼트)를 젖혀 당기면 탄피가 배출되고 장전이 되며, 바로바로 사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막강한 위력을 가집니다. 물론 현대식 자동소총에 비할 수는 없지만 장점 역시 적지 않아 일본군이 애용하던 소총은 대개 이 볼트액션식이었습니다.

볼트액션식 소총은 후일 제1차 세계대전 보병의 주력소총이었고, 재장전 속도가 빠른 장점이 있습니다. 심지에 불을 붙여 쏴야 하는 화승총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 하는 엄청난 격차가 있어서 아예 게임이 되질 않습니다. 조선총잡이라는 드라마가 개연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당시 세계적으로는 최첨단이랄 수 있는 이 소총을 구하게 되는 경로가 이치에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드라마에선 이부분을 신미양요에서 찾습니다.

그런데 이 신미양요에서 미국군인들이 사용한 총기는 레밍턴 롤링블럭입니다. 구한말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었죠. 별기군에서는 영국의 스나이더 소총과 미국의 레밍턴 롤링블럭을 제식소총으로 정하여 사용하였습니다. 우리가 한국 근대사를 배울 때 보았떤 그 신식무기라는게 바로 이것입니다.

그런데 이 레밍턴롤링블럭은 생김새부터가 조선총잡이에 나온 총과는 많이 다릅니다. 레버액션소총이기 때문이죠. 방아쇠쪽 손잡이를 레버로 만들어서 앞으로 젖혔다가 당기면 바로 탄피가 배출되고 재장전이 되는 총기 구조를 갖기 때문에 매우 빠른 연사가 가능한 장점이 있는대신 같은 이유로 포복하여 쏘기 어렵고, 장전시마다 총기 움직임이 크기 때문에 재조준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이 신미양요때 미군이 사용한 레밍턴 롤링블럭입니다.

 

신미양요때 미군이 사용한 총은 드라마에 나오는 총과 완전히 다르다

사진에 보시면 손가락을 넣어 격발하는 부위가 보이죠. 그곳을 앞으로 젖히고 다시 본래대로 돌리는 과정에 재장전이되며, 서부영화에서 흔히 보던 그런 방식입니다. 한마디로 신미양요에서 노획했다고 하면 레밍턴 롤링블럭일 것인데, 총기가 생김새 부터 작동방식까지 다르다 이말입니다.

KBS 조선총잡이 캡쳐화면, 화면에 보이는 총은 볼트액션식인 아리시카소총의 외관을 갖는다.

 드라마에 나오는 총의 생김새도 같이 살펴 보시겠습니다. 이총과 유사한 생김새를 가진 총은 이렇습니다. 바로 일본의 아리사카 소총이죠.

아래 소총이 마로 아리사카소총입니다. 그런데 연대가 달라도 너무 많이 다릅니다. 처음에는 볼트액션 즉 노리쇠를 당겼다가 놓는 것만으로 장전이 되는 방식 때문에 스나이더나 마르티니헨리 소총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생김새가 많이 달라서 찾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왜냐면 시대적 배경이 너무나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선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스프링필드가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개머리판의 휘어진 부분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유사하지만 다른 총이라는 것이죠.

20세기 초 일본군 제식소총인 아리시카 소총입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총과 동일한 외관과 제원을 갖습니다.

 

저 손이 잡고 있는게 노리쇠로 당기면 됩니다. 생긴게 완전히 동일하죠.

 

튀어나온 부분이 노리쇠로 당기면 탄피가 배출되고 재장전 됩니다.

총기의 앞부분까지 동일합니다. 달리 말해 의심할 여지 없이 바로 아리사카 총이라는 이야깁니다.

 

 조선군의 제식소총은 아직도 화승총에 머물러 있습니다. 당시 역사 기록에 보면 외국의 침략으로부터 결사 항전을 했다고 하는데, 이는 지리적인 이해나 군사운용능력이 탁월한 지휘관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었을 뿐 실제 정면으로 부딪힐 경우 아예 게임이 되질 않는다고 보면 됩니다.  .

그리고 저렇게 싸울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됩니다. 총검으로 백병전을 할 때가 아니라면 전열을 갖추고 총격을 가하는게 맞겠죠. 사실 화승총(조총)을 상대로 돌격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거리 자체가 아예 달라 상대군은 접근도 하기 전에 몰살당하고 말테니까요

 

사진은 희미하게 보이지만 레밍턴롤링블럭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냥 일본군 제식소총이었던 아리사카로 보입니다. 쉽게 말해 신미양요때 미군들이 자기들 소총이 아닌 일본군 소총을 썼다고 하는것과 다름없는 그런 장면입니다.

http://www.imfdb.org/images/c/cc/EmpSun_19.jpg

 

참 시대가 많이 다르죠. 아리사카 소총은 1차대전, 2차 세계대전에서도 사용되었습니다.http://www.imfdb.org/images/1/1d/City_Japanese_Arisaka_6.jpg

 

아리사카 소총은 20세기 들어 러일전쟁에서 데뷔한 총입니다. 무려 삼십년 가량의 차이가 발생하죠. 당시에는 총기의 발달이 하루가 다르던 시절이라 삼십년이면 굉장히 큰 차이입니다.

총기의 성능면에서도 그렇죠. 그냥 다 소총일 뿐이지 뭐가 다른가 싶을지 모르지만 아리사카소총과 레밍턴롤링블럭은 애초에 게임이 되질 않는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조선총잡이의 배경은 고종 집권후 몇해 지나지 않았을 때 입니다. 당시 최고의 기술역량을 가지고 있던 영국의 소총이 바로 스나이더였는데, 이 소총을 일본군이 개량하여 무라타소총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무라타 소총 이후로 한참 지난 후에 아리사카가 등장하게 되는 것이죠.

 

여주인공인 정수인(남상미)가 들고 있던 총을 보실까요.
바로 생김새가 델린저 권총과 아주 똑같습니다.

여성호신용으로 쓰이기 좋게 작죠. 작은건 곧 암살용으로 쓰일 수 있는 이유가되기도 하겠죠.

 

이 딜린저는 생산시기에 따라 버전이 다르지만, 일단 생김새로 보면 시대적으로 아주 큰 차이를 보이게 됩니다.

이는 마치 미드 바이킹스에 일본도 들고 나타나는 것과 다름 없는 이야깁니다. 아무리 퓨전사극이라 해도 정도가 있는 것이죠.

이런건 제작비 문제라고 볼 수도 없는 그냥 고증부족일 뿐입니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레밍턴 롤링블럭 팝니다. 제식소총으로 쓰이던 소총은 생산량이 아주 많아서 아직도 남아 있는 총기가 많다는 이야깁니다.

둘째, 액션의 문제

리얼액션까지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적당한 타협이 있어야 하는데, 심하게 타협해서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탄생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검객이 총잡이와 싸우는 장면입니다. 암살자로 나오는 총잡이가 미숙한건지 아니면 이준기가 검객이면서 총잡이에 대해 연구한 것인지 담벼락 위를 수없이 오가며 사격을 피하려고 하지만 이런 장면은 조금 어색한 면이 있습니다. 총격에 대비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면 엄폐 은폐를 중점으로 했을 것이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 아예 그렇게 피할 생각도 못했을 테니 말입니다. 드라마를 보면 박윤강은 총으로 암살하러 다니는 인물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고, 대비하고 있었습니다.

총과 칼이 부딪혀 힘겨루기 하는 장면은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홍콩 무협영화식 보여주기 액션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밀리터리 마니아를 시청자 층으로 끌어 드리기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액션 마니아라면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을 하게 마련입니다.

셋째, 해외 수출의 문제

한류스타 이준기의 작품이 해외에 수출되지 않을리가 없을 텐데요. 총기 관련한 문제가 이렇게 드러나 버릴 정도라면 다른나라에서 모를리가 없을 것입니다. 중국에서도 알아볼 것이고, 일본이라면 모르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일 것입니다. "어 저거 1차세계대전에 쓰인 총 아냐" 라는 식이겠죠.

 

이 드라마 첫회를 본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조선시대에 저런 총이 있었고 사용가능했는가를 우선 뇌리에 떠올릴 것이고, 이어 신미양요 때 노획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화면에 납득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준기와 맞대결 하는 장면에서 갑자기 노리쇠를 당겨 장전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오면서 다시 한번 의아한 생각이 들 것입니다. 정확히 알 순 없어도 시대적으로 뭔가 맞지 않는다는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죠. 정말로 저정도로 뛰어난 총기가 조선 아니 세계적으로도 존재했을까 하는 막연한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성능이니까요.

부가적인 소재라면 말도 꺼내지 않았을 것인데요. 주제와 매치 되는 가장 중요한 총기가 시대적 배경이 맞지 않으니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역사적 고증이 모든면에서 완벽히 준비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차라리 레밍턴롤링블럭이나 스나이더 소총을 가지고 드라마를 제작하였더라면 어땠을 까 하는 생각입니다. 아리사카 소총은 해도 너무한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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