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 발언 관련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기독교 목사들의 정치관련 발언에 대해 먼저 짚어보자.

종교인들에게 정치발언 관련을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그렇고, 목회자의 신분으로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강대상 앞에 섰을 때 자신은 어떤 개인의 자격이 아닌 목회자의 신분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과도한 개인적 의견을 신도들에게 강요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기독교 어느교파에도 이념을 가르치라거나 강요하라거나 과도한 정치적 발언으로 갈등을 부추키라는 교리는 존재하지 않는데, 목회자의 신분을 악용하는 이들로 인해 기독교는 교세를 위협받고 신도의 수는 줄어드고 있으며, 이번 전광훈 목사의 발언 역시 거대한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전광훈 목사의 발언 내용을 살펴보자.

"노무현 김대중 때 다 진행된 일"

이토록 심각한 역사적 왜곡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했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우선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재난대책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당시 준비된 재난 메뉴얼을 이명박정권 때 이유없이 사장시켜 버렸다. 또한 선박연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최종적으로 올리게 된 것도 이명박 정부들어서였다. 아니 이런 저런 이유를 다 떠나서 세월호 참사를 불러온 구체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찾는다는건 정말 해괴망칙한 발상이 아닐 수 없는데, 왜 가까이 책임질 정권이 있음에도 굳이 상당한 시간적 거리가 있는 정권을 들먹여야 하는건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보수진영에서 의도적으로 자신들과 반대 진영이거나 유사한 주장을 하는 이들을 한데 묶어 종북으로 몰아 붙이는 이유는 그들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익을 얻는 부류도 아니면서 정부를 비판하면 너도나도 나서서 종북을 언급하는 시대라는건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이들의 공통된 모습중에 하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해 한가지라도 문제제기를 하면 똑같이 전광훈 목사와 비슷하게 김대중-노무현 정부탓을 한다는 점이다. 분명 전 정권은 이명박 정권임에도.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굳이 언급하여 문제제기를 하려면 당시 입안된 어떤 정책의 파급효과가 너무나 지대하여 다음, 그리고 그 다다음 정부까지 만회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가능할지 모르나,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참여정부 때의 돌이킬 수 없는 정책이라는건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전광훈 목사의 발언은 박근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에 나란히 전전 정권을 거론하여 맞불을 놓는 보수적 인사의 기계적 발언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구체적인 증거도 없고, 논리도 없는 주장을 하진 않았을 테니까.

"대통령 연설을 듣고 울 때 안 우는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전광훈 목사는 아무래도 유교적 사상에 심취해 있는듯 싶다. 본인은 아니라 생각할지 몰라도 서양의 기독교 지도자들과 달리 대통령을 국부, 국모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보이는 발언이다.

필자가 근래 들어 자주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이번일에도 여전히 꺼낼 수 밖에 없는 주장이 있는데,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로서의 위치 그 자체로 존중 받음이 마땅하지만, 개인적인 호불호를 강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여 행하는 모든 일에 이유 없이 딴지를 건다는건 바르지 못한 행위임이 분명하나 잘하는 일에 박수플 치듯이 못하는 일에 대해 비판할 권리 또한 당연히 존재하며, 특히 개인적으로서의 박근혜를 좋아 하는 부류라면 못한 일에 지나치게 나무라지만 말고 격려하는게 좋겠다는 시각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개인적인 호감이 없고 오로지 대통령의 이름으로만 대통령을 생각하고 있는 부류에게까지 비판을 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만일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 아닐 정도로 심각한 권리 침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운다고 해서 따라 울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는 발상는 참으로 민주주의의 민 이란 단어의 뜻이라도 알고 있는지 묻고 싶게 만든다.

"추도식은 집구석에 슬픔으로 돌아가신 고인들에게 해야지, 광화문 네거리에서 광란 피우라고 그랬어?"

국가에 대한 충성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시스템에서 비롯된 측면이 가장 크기 때문에 국가 재난에 대한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 당연히 있을 수 있고, 그 목적은 재난시스템 개선에 있다.

따라서 세월호 관련 시위는 다른 여러가지 이유가 덧붙여져 전광훈 목사와 같은 부류에게 좌파 종북의 선동으로 보이는 모양이지만, 곁가지로 근본을 훼손하려 하는 시도는 바람직 하지 못하다.

촛불시위의 주된 목적은 <재난 시스템 개선>이다. 너무나 광범위 문제점이 산적해 있기에 채찍질을 해서라도 제대로 하라는 국민의 뜻을 담고 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주장 또한 잘 못되었다. 

부족하거나 잘못되어 있는 재난대책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있어서도 여야의 대책이 다른데, 국민들에게 가만히 손 놓고 지켜 보라는 말은 마치 선장이 침몰하는 배를 두고 대기 하라고 안내방송을 하는 것과 다름 없는 일이다.

왕에게 충성을 바치는 전제국가가 아닌 이상 촛불집회를 광란이라 표현하는 것은 무척이나 무책임한 언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세월호 사고가 난 건 좌파,종북자들만 좋아 하더라. 추도식 한다고 나와서 막 기뻐 뛰고 난리야" 라는 식의 발언은 기본적으로 인간 존중의 생각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 만하며, 목회자로 보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참고포스팅
오주르디님의 <'노무현 메뉴얼', 2800권 폐기, 세월호 참사 키웠다>
소옥 <"노무현 메뉴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되살릴 필요 있다">


세계적 석한 기 소르망의 원인분석

기 소르망이 참사의 원인으로 꼽은 이유 중 중앙집권화된 정부 체계라는 것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정확히 꼬집고 있다. 삼권분립의 원칙은 정확히 지켜지기 어려운게 현실이라지만 과도해서는 역시 좋은 현상이라 볼 수 없는데, 한국의 행정은 삼권 중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다. 미영박 정부가 참여정부가 마련한 메뉴얼을 폐기해 버린다고 해도 각 지방정부가 개별적으로 받아들이고 아니고를 선택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또한 기소르망 교수는 유교적 전통의 폐해를 지적했다. 물론 유교의 장점을 현대적으로 승화하여 전통을 이어가는데도 의의가 있겠지만, 계층화된 의사결정을 유발한다거나 부정적 결과를 초래 하는 현실의 일들 또한 무시할 수 없므로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면 그것을 고치기 위해 나아가야 한다. 

정부는 시스템을 개선하여 세월호 참사와 같은 총체적 난국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일반 국민들도 기 소르망 교수의 말처럼 복종을 강조하는 유교적 전통교육의 폐해를 깨달아 또 다른 대형참사가 반복되는 일을 막도록 해야할 것이다. 

위험스러운 상황임을 인지하고나서도 한시간 넘게 구조가 제대로 되지 못한 일은 구조를 제대로 하지 못한 해경의 잘못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지만 위기상황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전교육의부재, 그리고 상명하달식 복종에도 그 원인이 일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 소르망 교수는 국민의 안전을 도외시한 정부의 무능력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기소르망과 전광훈목사의 국가와 국민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의 차이

국민의 입장에서 나라의 정책을 바라보는게 선진국 국민들의 기본적인 소양이요, 자세라 할 수 있다. 기 소르망은 이런 당연한 민주주의적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 볼 수 있다. 

반면에 전광훈 목사는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생각 보다는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호의를 우선하여 설교에 적용해 버리면서 다소 부적절한 언행을 한 경우에 해당하니 둘의 차이는 매우 극명하다고 말 할 수 있다.

국민과 함께 국민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 본래부터 당연함에도 요즘 여러 목사들의 일련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과거 왕조 시대처럼 '다스린다'돠 '다스리는자'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고 그런 생각을 믿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갖게 하고 있다. 

국민과 눈높이를 함께 하지 않고 권력자의 대변인이 된 듯한 발언을 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의미하니 이 어찌 참담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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