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는 왜 팽목항으로 갔을까

Posted at 2014. 4. 29. 11:14// Posted in 시사 따라잡기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재난방송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그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주목받는건 오히려 민간방송사인 JTBC와 SBS였다.

JTBC의 보도부 사장으로 손석희가 취임하게 된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손석희의 이력을 아는 사람이라면 왜 그가 굳이 JTBC로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손석희 앵커는 방송인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높은 사람이다. MBC에 있을 때도 그러했고, 나와서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그는 백분토론을 진행하던 당시 정치권으로의 진출을 바라는 시선과 반대로 제발 정치에는 뛰어들지 말라는 시선이 공존하는 인물이었고, 스스로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 그럼에도 한동안 계속 말이 나오기는 했지만 그가 JTBC로 적을 옮기게 되자 분명 어떤 뜻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손석희는 왜 팽목항으로 갔을까

지난 27일 JTBC 뉴스9에서는 진도 팽목항이 손석희 앵커의 뒷 배경으로 보이고 있었다. 일선 기자도 아닌 보도국의 수장이기도 한 손석희 앵커가 직접 그곳으로 내려갔다는 것은 잃어가는 언론의 신뢰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손석희앵커출처: JTBC 뉴스9 방송화면 캡쳐

 

걸러진 뉴스가 아닌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

손석희앵커는 서서 진행했다. 상반신만 보일 때는 몰랐는데, 28일 방송에서 일반인의 가족이 나와 인터뷰를 할 때 보니 서서 진행하는걸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바닷가의 찬바람이 그를 훑고 지나가고, 희미하게나마 잡음도 들리는 가운데 현장의 생생함이 TV에서 느껴지는 듯 했다.

현장에서의 뉴스진행은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진심과 의지의 발로였을 것이다. 아니 본인 뿐만 아니라 뉴스9의 뉴스제작을 하는 모든 방송팀의 뜻을 대변하고 있었을 것이다.

손석희의 뉴스진행은 참 배울점이 많다. 단지 적어놓은 뉴스를 읽기만 하는게 아니었고, 차분하고 신뢰있는 목소리톤은 본래 딱딱하게 들리는게 일반적인데 손석희의 어휘 활용도는 능숙함을 넘어 편안함까지 더하고 있었따. 앵커의 교과서적인 표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 싶다.

더군다나 막힘 없이 말하는 내용은 진심을 담고 있으면서도 방송의 가치에 전혀 어긋남이 없었다.

"하루종일 좋은 세상이란 단어가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마음속의 이야기를 전하는데도, 그것이 단지 대본을 읽는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으니 뉴스만 읽는 앵커가 아니라 시청자와 호흡하는 앵커라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스튜디오가 아닌 그곳에서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유가족이나 구조 관련자들의 생상한 인터뷰는 이런 의지가 닿고 이어진 행목항 행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장의 잇점 잘 챙겨

손석희는 단지 보여주기식으로 팽목항에 간 것이 아니었다. 스튜디오에 있을 때도 그의 믿음직한 면모에 다른 방송사에는 제보하지 않았던 귀중한 자료들을 학부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하나둘 제공하기 시작했다. 또한 민간 잠수 전문가나 재난 관련 전문가들 역시 손석희가 이끄는 보도부에 서슴 없이 제보를 하여, 귀중한 정보가 불의한 어떤 가공을 거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

어느 한 학부모는 단원고 2학년 8반의 전원이 사망하고, 그 사망자 가운데 한 학생의 부모로써 당시 상황을 찍은 영상을 JTBC에 제공했다. 너무나 생생한 장면들이어서 심사숙고 끝에 전체 영상을 방송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내용은 시청자들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이 때 손석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편집된 내용에 의혹을 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나, 손석희 앵커이기에 현장음이 담긴 몇몇 이미지컷에도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볼 수 있었다. 영상을 제공한 학부모의 마음 또한 흡족했으리라 여겨진다. 본래 뜻하는 바를 이루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 비판에 적극적이라는건 잘못된 기준에 의한 판단

심지어 JTBC 인터넷 뉴스에서도 현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서슴 없이 적극적으로 말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실은 그렇게 보는건 일반적인 정치적 사안을 다룰 때의 시건이다.

손석희 앵커가 다루는 비판적 내용의 일부에 정부비판이 포함되어 있을 뿐인 것이다. 전해야할 사실과 보도 내용에 정부의 잘못이 있다면 그것을 어떤 편견이나 개인적인 감정을 싣지 않고, 객관적 시선으로 보도 하는데 있어서 정부비판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떠한가. 정말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시선으로 같이 보아주는가가 아닐까.

이런 점을 반대로 이야기 하면, <그것이알고싶다> 취재기자가 유가족들과 인터뷰 하는 내용을 사복경찰이 몰래 녹취하다 걸려 "경찰이세요? 왜 녹음을 하세요?" 라고 묻자, "부정보도가 나올 것을 우려해 녹취를 했다. 이번에 모 방송 홍씨 때문에 많이 당한 거 아시죠? 조심하세요" 라고 말했다. 사복경찰의 행동과 말이 마치 국민의 입장이 아니라 정부관련자의 말처럼 들리는건 필자 뿐인 것일까.

진심을 담아 객관적 시선으로 어떠한 편견 없이 보도해야하고 비판해야 할게 있다면 주저 함이 없고, 많은 경험과 실력으로 어떤 이들이 불편해 할만한 내용에는 문제의 소지가 최대한 적을 수 있도록 하는 관록을 갖추었으며, 따라서 언론이 가능한 최대한의 융통성과 기지를 발휘 할 수 있는 그런 뉴스를 우리는 손석희를 통해 보고 있는 것이다.

어딘가에서 걸러지고 만 그런 뉴스가 아닌 믿을 수 있는 뉴스라는 이미지를 손석희 앵커가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이고, 그 결과는 JTBC 뉴스9에 돌아오고 있다. 이런 여러가지 노력의 한 방법으로 손석희 앵커는 팽목항으로 내려가 직접 수장의 의지가 이렇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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