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해온 심형래.
어린시절 영구로 브라운관과 영화관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신 분이다.

나는 티비에서 하는 코미디 프로도 좋아 했지만, 영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우뢰매 시리즈를 특히 좋아 했었다. 당시 동시상영으로 만화영화 두개를 묶어 보여주는 티켓 할인권을 학교앞에서 나눠주기도 했는데, 우뢰매는 돈없는 초등(당시 국민)학생이 보고 싶어 하는 인기영화였다.

이후 여러 영화를 제작했지만 어려움을 딛고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큰 성공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무래도 자금난은 계속되었던것 같다. 더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필자가 지금 이해하고 있기로는 그렇다.

어느정도 규모에 이르른 사업장은 일이 없으면 한달만 해도 손해가 막심하다. 그게 몇해에 걸쳐서 누적이 되면 일반적인 직장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많은 빚으로 돌아 올 수 있다.

가만히 앉아 하는 일이 없으면 직원3~4명만 되도 사업장을 유지하는데 수천은 그냥 깨지는 것이다. 영구아트무비는 어찌 되었든 결과론적으로는 직원들 월급이 밀린 상황에 심형래는 개인파산신청으로 면책을 받아 구제되었다.

그런데 그가 디워2를 제작하고자 하고, 감독료를 받으면 밀린 월급을 먼저 주겠다라고 이야기했다.

혹자는 사업하는 분들의 마인드는 다 이런 것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전부 그렇진 않아도 직장인들과는 많이 다른 것도 사실이다.

돈을 받아 빚을 갚겠다. 일거양득 처럼 보여도 심형래는 크게 놓치고 있는게 있다.

바로 디워 와 그가 제작한 여러 영화에는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금전적 이익으로 나타났었다는 점이다. 덜 재미 있어도 나름 의미를 부여해줘가면서 영화관 좌석에 앉아 심형래의 작품을 감상했다. 물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디워 와 같은 작품이 좋아서 보신 분들도 있겠지만 사실 심형래가 말한 독자기술의 발전과 제작노하우를 쌓아가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에 지지해주는 측면이 더 강했던 게 사실이었다.

사업은 이렇게 힘든 일이다. 내가 주체가 되어 일을 잘 성공시키면 정해진 봉급을 받는 직원과 달리 비교할 수도 없이 큰 돈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그 반대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으며 사업이 부진하다면 감당해야 하는 것들이 눈덩이처럼 달려드는 괴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서야 책임있는 자세가 되어 있는지 여부가 드러나게 되는데, 심형래는 그중 직원들의 월급도 다 못주고 마는 가장 좋지 않은 유형의 사업주였다는게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버렸다.

직원들의 봉급이 밀린 것은 너무나 큰 중죄다. 심형래는 자신만을 위한다면 방송도 더 많이 하고, 밤무대도 뛰면서 하면 편하게 살 수 있겠지만 한국영화계를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다시 영화를 만들겠다는 입장인데, 이는 순서를 매우 크게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고스트메신져작화만 보아도 이 영화의 퀄리티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퀄리티가 엿보인다. 내용은 물론 꽤 오래전부터 주간 만화잡지에 실려 독자들과 만났던 작품이다.

 

국민들이 지지하며 얻어낸 그 기술들이 과연 무엇인지부터 공개하는게 좋다. 감독의 머리속에 다 있다고 말할게 아니라면 말이다.

 얼마전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은 호평을 얻으며 성공한 바 있고, 다음달 5월이면 개봉할 '고스트메신'도 애니팬들의 기대를 잔뜩 얻고 있다. 심형래가 아니어도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장을 공략해 깃발을 세우고 인지도를 넓혀가며 색다른 아이디어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심형래가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술과 노하우가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어느 한 개인에 의해 노하우가 독점되는 그런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만일 천재프로그래머 1인이 만든 게임이 500명이 만든 게임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면 그 배경은 단지 그래픽 기술이 좋아서라고 말할 수 없는 것 아닐까. 미국HBO의 드라마 '왕좌의게임'에 나오는 그 웅장한 성들이 대부분 CG라는 사실은 그 자체로도 놀랍지만, 드라마에 그런 기술을 선보일 수 있을 정도로 투자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다. 그만큼 작품의 완성도아 재미가 탁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요는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어느 한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고, 다시 그런 기술적 한계를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획기적 아이디어가 종종 판도를 뒤집어 엎고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심형래의 작품이 작품성과 대중성에서 과연 충분한 경쟁력이 있을까? 

국민들은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해 가며 여러차레 도전하는 심형래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하지만 그는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음에도 직원들 월급을 갚아 주기만 하면 재기가 가능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다. 만일 정말이라면 심형래는 아주 큰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마음에 진 빚은 아직 살아 있다. 디워 때 많은 국민들이 성원하고 지지해주며 관람해 주었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그 빚을 갚는 방법은 영화제작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미 수많은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이뤄내지 못한 것은 다른 유능한 제작자와 감독에게 물려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심형래는 보다 더 진정성 있는 자세로 그리고 확실한 방법으로 먼저 직원들 빚과 국민들에 진 마음의 빚을 갚는게 먼저라는 인식을 갖는게 순서다.

영화만 잘되면 다 어떻게 되겠지 라는 심리는, 로또나 주식이 잘되면 빚을 갚겠다라는 심리와 하등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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