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공천폐지의 가치에 대해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의 지난 행적에 대해 문제 삼는 분들이 예전부터 적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만, 필자는 그의 인품과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으며, 당연히 우유부단 하다는 지적도 온전히 받아 들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못한 부분이 섞여 있을 때는 말없이 지켜보고, 그래도 나은 부분이 더 많다고 여겨지면 지지를 철회하거나 하지 않는다.

민주당 지지자들의 가장 큰 단점이 바로 이것으로, 내 이익과 내 생각에 맞지 않으면 섵불리 지지철회를 외치니 한가지 노선만을 선택할 수 없는 당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드는건 지지하는 자들 스스로인 것이다.

 

안철수후보학창시절
안철수후보학창시절 by 안철수의 진심캠프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깨끗한 물과 혼탁한 물

세상에는 아무 의미 없이 존재 하는 것들이 없다.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 단지 그것을 아느냐 모르느냐, 혹은 조금더 가치가 있거나 없거나 일 뿐, 아무런 의미 없는 존재는 성립되지 않는다.

기초공천제를 페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가치가 선거패배를 넘어서는 것 이상으로 있어야 한다.

- 기초공천폐지의 가치
- 논란의 불씨를 당기고 그 불시를 잠재울 정치력이 있는가
- 기초선거에서 전멸 우려를 딛고 성공할 수 있는가

우선 이 세가지만 생각해보자.
당이 아닌 정치인 본인의 경쟁력으로 당선이 되는 극히 일부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예외에 속하며, 대부분은 소속한 당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보다 선진화된 사회라 해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상향식 정당공천을 보다 발전적으로 구현할 생각을 하거나 하는게 차라리 낫다. 기초공천폐지를 통해 얻을게 과연 무엇일까. 있다고 해도 그것이 논란을 넘어서 전멸수준의 패배를 당해도 좋을 정도의 가치일까?

무조건 깨끗한 곳만 바라보면 세상의 명암을 바로 볼 수 없는 법이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이 모두 함게 같은 룰에서 기초공천을 폐지하도록 정치력을 발휘 해서 성사시키고 그 가운데 다른 작은 양보를 해서 딜을 잘 성사시켰다면 그것은 국회의원들고 정당의 지도부 그리고 정장 지지자들 모두의 승리겠지만, 넌 약속 안지켰고, 난 지켰다 라는 식의 일방적인 선언을 사람들이 과연 알아줄지 여부는 미지수다. 특히 기초공천페지는 사실상의 완전한 기초선거패배를 의미 하기 때문에 안철수 공동대표는 그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디딤돌 역할을 해줄 것으로 오인한것 아닐까"

좋게 한번 생각해보자. 큰 무언가를 위한 얻어내기 위해 다이렉트로 접근하면 반발이 심할 수도 있고, 혼란이 올 수도 있으므로 그 주변의 작은 것을 얻어내고, 분위기가 좋아지면 그 다음 본래의 목표를 쟁취하는 방법이 있다.

그럼 기초공천폐지는 이런 의미라도 있는 것일까? 있다고 해도 성사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기초선거를 적당히 지는게 아니라 크게 질 것이기 때문에 책임소재 논란이 잠시에 그치지 않고, 게속해서 불거져 나올 만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이미지 개선효과 라도 있을까?

필자는 안철수공동대표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구별은 할 줄 알아서 추진하거나 주장하는 모든 일을 무조건적으로 공감하고 떠받들지는 않는다. 큰 틀에서 내 지지를 철회할 꺼리가 없다면 지지는 게속되는 것이고 사안별로 조금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번 기초공천페지로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잃는것에 비해 클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방으로 내려가 지역주의 타파를 외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원아웃 원스트라이크 원볼

필자에게 있어서 안철수를 보는 중요한 잣대는 두가지다.

첬째는 그가 살아온 삶과 원칙을 알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훼손할 부분이 없다면 개인적인 지지는 게속될 것이란 점이고,

둘째는 정치인으로서의 역량과 정책인데,

안철수의원의 그간의 행적 중 세간에서 아무리 시끌 벅적 해도 한치의 흔들림을 갖을 필요가 없었다. 

"의견 조금 다른 정도로는 원아웃을 주진 않는다."

누군가는 비아냥 대고 누군가는 옹호하며 희망찬 응원을 보내기도 하지만, 필자에게 중요한 것은 정책이었고,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핵심 방향성을 짚어 이끌어 가는 화두를 만들어 내고 쟁취할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었다.

나에게 안철수의원은 이번 기초공천페지로 원아웃이 되었다. 그간 아무리 이런 저런 일이 많이 있어도 원볼 원스트라이크 정도였는데, 이번일로 원아웃이 되었다.

중요한 이슈를 선점하는 전략적인 모습은 현재 (전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었고, 새정치연합이 되었다면 이런 부분을 서로 메꿀 수 있는 자신감의 발로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글 갖고 있었는데, 국민의 마음을 이끌만한 핵심 이슈의 선정에서 원아웃을 당한 것이다.

물론 이런 일 정도로 개인적인 호감이 없어지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는 참 좋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정치인 안철수의원을 다른일로는 몰라도 책임있는 자리에서 결정하 정책적 방향에 대해서는 그를 정치인으로 놓고 봐야 하기 때문에 정치인 안철수에 한정하여 원아웃을 준 것이다.

필자는 기초공천폐지가 전혀 가치 없는 일이라 주장하는건 아니다. 다만, 확실한 선거퍠배를 넘어설 정도의 가치인지는 지금도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으며, 설혹 있다고 해도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잃어야할 희생이 너무 크고 후유증이 너무 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다 더 중요한 의제를 선정하거나 아니면 승리할 수 있는 정치력을 발휘 했거나 해야 하는데, 지금 상태는 기초공천폐지를 철회 하는 수 밖에는 없는 진퇴양난이 되어 버렸으니, 원아웃이 되었고, 아쉽지만 조금 기대가 꺽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더 지켜볼 일이다. 적어도 공동대표를 하는 동안 정도까지는...

책임있는 자리는 어렵고 어렵다. 안철수공동대표가 차기에는 보다 나은 정치적 의제를 선점하고, 나아가 전략적인 승리를 쟁취하는 정치인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보면서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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