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안철수의 박정희 묘역 참배 논란은 우리나라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 볼수 있는 아주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 같다.

필자는 이런 행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를 지금부터 이야기 해보겠다.

합리적 진보나 합리적 보수를 이야기 할 때 극단주의적인 생각에 치우치지 않는 정치인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요즘 극장에서 인기 많은 '변호인'의 주인공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살아온 삶의 과정을 아는 지지자들은 일부의 정책적 방향이 다르다해서 지지를 철회해선 안되었는데, 작은 부분의 다름으로 큰 틀을 깨버려선 안되기 때문이지만 이런 기대와는 달리 돌아선 분들이 많았고, 참여정부 말기는 참으로 힘겨운 나날이었다.

내편이 무언가 잘못하는것 같다면 날카롭게 비판할 수도 있는 문제이긴 한데, 그게 지지의 철회로 이어지거나 하면서 포괄적인 정책에 힘을 잃게 하는 원인이 된다면 다른 더 큰 많은 것들을 잃어 버리게 된다는 걸 노무현 전대통령의 경험으로도 깨닫지 못한 걸까 싶은 생각도 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동의 유연성에 대한 정책적 방향에 대해 후회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몇몇 결과론적으로 진보의 가치에 맞지 않는 몇몇가지가 있었다고 해도 참여정부 내내 펼친 정책의 다수를 인정하지 않거나 외면해서는 어찌 진보의 집결이 유지되고 지탱될 수 있을까.

새누리당의 지지자들에게 배울점은 배워야 한다. 때로 맘에 안드는 구석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틀에서 달라지지 않고 내편이라는 인식이 있다면 돌아서서 적이 되진 않는 뚝심이 있어야 하는데 진보진영에는 이점이 매우 부족하다.

얼마전 독일에서 메르켈이 재집권하면서 대연정 소식이 들여왔을 때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왜 우리는 이런 큰 정치가 안될까. 왜 같은 편안에서 이렇게 다투고 헐뜯고 할까 하는 생각 말이다.

안의원이 국립묘지에 가서 김대중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한 것을 두고 비판적 목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그것을 두고 괜히 지지했다거나 하면서 선동하는 목소리가 곁들여 나오는걸 보면서 안타까울 뿐만 아니라 많은 실망을 하게 된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 그리고 살아온 삶이 중요한 이유는 그 무엇으로도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진정성에 대한 그나마의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보여준게 그다지 많지 않은 상황이기에 이번 참배는 진정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고 볼 수도 있으나 우리는 지나치게 이념이나 가치적인 문제에만 관심을 두고 실제 정치인이 하는 행동 중 우리의 삶과 관련이 깊은 정책적인 문제에는 아예 관심을 두지 않거나 이슈가 되는 문제에만 잠시 관심을 가지다 마는 경우가 많다.

필자는 정치인의 정책적 방향이 5개가 나와 맞다면 2개가 다를 경우 아쉽기는 해도 지지를 철회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두가지가 더 큰 가치를 가지고 도저히 물러설 수 없는 일이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사실 그런 일은 거의 없다.

100%나의 뜻과 맞는 정치인을 어디서 찾아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적어도 나와 같은 성향의 정치인이라면 비록 조금 부족한 일이 있더라도 더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게 하는 정책을 펴진 않거나 혹은 그런 일이 있더라도 바로 잡을 기회가 주어지기 마련이다.

정치에서 명분을 빼고 어찌 정치를 말할 수 있을까 싶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명분과 실리를 균형있게 가져갈 수 있는 정치는 생각지 않고 내편 들어주고 달래주기만 바란다면 그건 이기주의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다.

참여정부 말기는 지금 생각해도 대단히 아쉬움이 많이남는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과 대놓고 거리를 두었다. 안타까움을 넘어 아주 치가 떨릴 지경이라 말하는 분들이 많다. 결국 그렇게 이탈한 민주당 지지표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적하고 악수 한번 하는게 무에 그리 대수인가. 물론 필자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정작 중요한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대안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보다 잘하라고 채찍질을 할 수 있지만 돌아서며 비웃으며 다 같이 비웃자고 떠들어서는 곤란하다. 그렇게 다수가 돌아서며 참여정부가 동력을 잃고 끝이 좋지 못했던것 아닌가.

박정희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필자로서도 이번 일은 그다지 체감적으로 와닿지 않는데, 지엽적인 문제로 보기 때문이다.

만일 안의원이 박정희를 미화 하는 여러 비상식적인 움직임에 찬성하는 목소리를 내거나 4대강이 잘 한 사업이라 평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말에 이어 관련 법안을 만들고 제출해서 힘을 실어 주는 행동을 한다면 지지를 철회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단편적인 행동하나에 일희일비 해서야 그게 무슨 지지자라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

이쪽 말을 들어 보면 그런것도 같고 저쪽 말을 들어 보면 또 그런것도 같은게 사람이다. 참여정부 당시 가장 큰 이슈중에 하나였던 사학법 관련해서도 논란은 계속되고 의회는 공전하며 장기간 지리하게 끌어가자 결국 누더기 법안 처리가 되고 말았다. 개혁을 반대 하는 쪽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는데 지지는 줄어가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일이었다. 단지 열린우리당의 무능으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새정치를 말하는 안의원에 대해 아직 불안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필자는 적어도 그가 상식의 틀안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지지를 철회할 생각은 없다. 우리나라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정치가 바로 잡혀야 한다. 그래야 선진적인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안철수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가장 먼저 참배했다고 하는데, 그저 심정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져본다. 사실 아닐 수도 있지만 역대 대통령의 묘역 참배 정도 가지고 비판적인 이야기를 할 꺼리도 못느끼고 있다.

필자는 안의원에게 국민을 위한 합리적인 그리고 진보와 중도의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법안을 기대하고 있다. 만일 나와 다른 생각의 정치활동을 하는데 거기에 실질적인 의도를 숨길 수 없는 법안마저도 합리적 선에서 벗어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지만 지금껏 아리송하다는 일부의 의견과는 달리 지지를 철회할 만한 어떤 행보도 없었다.

자꾸만 지지세를 폄하하거나 낮게 깔아 뭉개려는 식의 언사를 벌이는 자들을 조심해야 한다. 과거 문재인과 안철수의 단일화 이슈 때도 필자는 보다 많은 지지자들이 손을 들어준 한 사람에 단 한표라지만 힘을 실어줄 생각을 갖고 있었다. 당시 서로를 비방하는 거짓 지지자들에게 크게 실망했기도 하고. 앞으로 또 다시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마찬가지인데 안철수에 한표를 던질 생각이지만 단일화 과정을 거치며 문재인이 다시 한번 후보가 되는 일이 일어난다면 큰 틀의 지지라는 측면에서 문재인을 지지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때엔 서로의 거짓지지자들이 비방하고 험담하는 모습이 없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정리해보자. 큰틀은 아랑곳하지 않고 건건마다 자기 주장에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하는건 지극히 이기적이란 주장을 다시 한번 하며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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