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요대전은 한계가 극명히 드러난 알맹이 없는 그들만의 축제였다.
필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말가요축제는 인기를 고르게 반영하고 콜라보와 같은 이벤트를 풍성하게 꾸미는 거였는데, 선배가수와 후배가수가 꾸미는 콜라보 무대는 다양해서 좋았지만 그중 일부만이 만족할 수 있는 내용을 갖고 있어서 아쉬움이 많았다.

예를 들어 네임밸류는 충분하지만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몇몇 팀들은 무대에 세웠으면서 정작 대중으로부터 가장 큰 반응을 일으킨 가수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부가적 설명을 더하자면 음원 다운 및 스트리밍 부분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끈 노래는 으르렁, 마이러브, Give it to me, 있다 없으니까, 빠빠빠, 내일은없어,눈물샤워, 착해빠졌어, 터치러브, 니가뭔데, 이름이뭐에요, 모노드라마, 젠틀맨, 거북이, 바운스, 눈물, 뱀, 분홍신, 아는사람얘기, 기대해 등이었는데 이중 리쌍이나 다비치는 얼굴 한번 내비치지 않았고 배치기와 다이나믹듀오는 힙합 콜라보 모두에서 히트곡을 부르지 못했다. 방송사의 입맛에 맞춘 흥만 돋구는 역할에 불과했던 것이다.

물론 음원성적만으로 연말결산 무대에 서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음반과 팬덤의 인기 역시 무시할 수 없고 한류스타들의 해외반응역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심할 정도로 외면해 버리는건 지나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왜냐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이후로 불어닥친 한국의 음악시장의 변화는 매우 컸고, 그 가운데 매우 드물게 엑소가 부상하고 씨스타가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는 등 선전을 했지만 분명한건 대중의 관심사에서 아이돌 그룹의 비중은 전체적으로 살짝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음악시장의 변화를 조금이라도 반영해야 하는게 마땅한데 아예 배제해 버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예를 들어 유닛의 강세는 작은 흐름이 아니라 대세에 가까울 정도의 반응을 얻고 있는데도 그런 무대를 볼 수 없다는건 이상하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구체적으로는 트러블메이커의 내일은 없어, 소유와 매드클라운의 착해빠졌어를 말한다. 또한  t윤미래의 터치러브, 배치기의 눈물샤워 등을 더한 네곡은 잠깐이 아니라 음원에서 장기간 차트를 점령하다 시피 할 정도르 큰 인기를 얻은 곡들이었는데 그에 준한 반영이 없었다. 윤미래의 Touch Love는 드라마OST이긴 하지만 그 반응에서 굉장했기 때문에 가요대전을 시청하는동안 라이브를 기대 했고(매우 귀한기회이고 SBS드라마OST였기때문) 길거리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었던 곡 중 올해 가장 오래 뜨겁게 사랑 받은 곡으로는 '착해빠졌어'를 들 수 있는데, 이 무대를 볼 수 없다는건 정말 지나치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아쉬움으로는 힙합의 강세를 너무 가볍게 취급했다는 점이다. 범키의 노래는 임펙트는 강하지 못했지만 여러곡이 상위권에 자주 올랐고, 산이의 곡 역시 상당기간 1위 및 상위권에 머물렀으며, 여러 힙합퍼들의 노래가 한두곡도 아니고 꽤나 많은 곡이 지속적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작은 이벤트 격으로 콜라보 무대에서 본인의 노래조차 제대로 못부르는 신세라는건 정말 대중의 인기보다는 팬덤에 지나치게 기울어져 무대가 꾸며졌다는걸 반증한다. 그러니까 범 대중적인 인기는 아랑곳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앨범성적으로치면 샤이니와 엑소 소녀시대 등이 강세였지만 그들은 이미 여러 연말축제에 얼굴을 보이고 있으니 따로 말할 꺼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 탐탁치 않은 기분에 구체적인 이야기를 더해보자. 달라진 음악시장의 트랜드를 쫒아가지 못한 일부 대형아이돌의 경우 상당히 성적이 좋지 못했다. 예를 들어 씨앤블루, 2PM, 씨크릿 등은 확연한 하락세를 보였다. 물론 가수에 대한 인기 자체가 줄어들었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어서 좋은곡으로 돌아오면 뜨거운 반응을 얻을 수 있을 테지만 그해의 결산무대에서 훨씬 나은 성적을 낸 가수들을 밀어내고 설 정도는 되지 못한 성적이었다.

앞서 말했듯이 힙합의 경우 YG패밀리 외에 지나치게 찬밥신세이고, 허각의 경우 여러 히트곡이 있었으며, 앞서 잠시 거론한 다비치의 경우 '거북이' '녹는중' 등 노래를 내놓을 때마다 큰 반응을 얻었음에도 대중의 공감을 얻은 많은 곡 들 중 대형기획사와 관계 있는 가수들 일부에 어느정도 괜찮은 반응을 얻은 아이돌 그룹들로 무대를 꾸민건 상당한 실수로 보인다.

왜냐면 앞으로 아이돌 그룹의 시대가 지금 이상으로 줄어들진 않을 테지만(이미형성된 수요가 지금 이하로 줄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2013년 보인 정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작년부터 강조하지만 대중의 입맛에 맞춰 변신 할 줄 아는 경쟁력 있는 아이들의 인기는 여전할 것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 도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심지어 필자가 선호하는 그룹인 2NE1 역시도 여러곡을 선보였지만 대부분 네임벨류에 못미친 성적에 그치다 '그리워해요'에서 면피했다)

 SM은 에프엑스의 노래 '첫 사랑니'에서 가사에 의미 부여를 조금더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고, 엑소는 '으르렁'에서 세련됨과 대중성을 더해 SM고유의 독특한 느낌에 트랜드를 적극 반영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좋은 성적을 냈는데 이는 SM이 트랜드를 현명하게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아이돌그룹들은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다시 말래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현상이라는 의미다.

앞으로도 2013년의 현상이 한동안 재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SBS가 한국음악시장의 트랜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고 이미 바뀐 음악시장의 지도가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될까? 절대 그럴리는 없다고 본다.

필자가 거론하는 곡들이 왜 인기를 얻었는지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올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명곡 '터치러브'는 인기드라마의 OST이긴 했지만 윤미래의 노래가 대중의 가슴에 스며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인기였다. 발라드곡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다비치와 허각의 지속적인 호응으로 이어졌고, 색다르고 신선한 조합에 대한 기대는 트러블메이커의 '내일은 없어'와 매드클라운과 소유의 '착해빠졌어'의 인기로 나타났다.

필자가 블로그를 통해 가장 완성형에 가까운 아이돌 그룹으로 여러차례 이야기한 씨스타와 비스트의 경쟁력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조금씩이나마 전진하고 있는 포미닛 역시 아직 건재하다. 물론 대표 걸그룹인 소녀시대와 2NE1은 경쟁력을 따로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돌그룹 중에선 어떤 곡이 인기를 얻었는지 살펴보자. 쉽게 파악되는 공통점이 있다. '으르렁' '빠빠빠' '이름이뭐에요' 를 살펴보면 흔히 들어 볼 수 없는 독특한 곡에 독특하면서 완성도 있는 안무가 더해져 있다. 씨스타와 비스트의 지난 히트곡의 면면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다.

아이돌의 노래는 보고 듣는데 있어 모두 만족하는 완성도가 있어야 하고, 듣는 음악도 색다른 시도가 트랜드를 이루고 있는 이 와중에 변신하지 못하고 큰 반응을 얻지 못한 아이돌에만 치중한 무대를 꾸민 SBS가요대전은 알맹이 없는 축제라고 말할 수 있다.

대중이 원하는건 콜라보의 남발이 아니라 정말 보고 싶은 가수들을 보여주는게 아닐까 싶다. 대중은 상당한 수의 힙합곡을 사랑해 주었고, 그중 콜라보를 해도 배치기의 눈물샤워에 걸그룹 멤버가 참여하는 식의 비중을 실어주어야 인기에 대한 정확한 반영일 것이다. 아무리 아이돌이 중요해도 음원성적 최상위권의 다수가 빠진 연말 축제는 뭔가 이상하단 생각을 지울 수없게 만든다. 이는 마치 성적보다는 방송사에 대한 기여도를 우선시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그대로 확인시켜준 것 처럼 보이며, 심해도 너무 심했단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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