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팝의 꾸리스마스가 패착인 이유

Posted at 2013. 12. 3. 07:00// Posted in K-POP 리포트

크레용팝의 빠빠빠는 데뷔곡이 아니다. 이제 팬이 된 분들은 많이들 아실 테지만 아직도 크레용팝 하면 빠빠빠 외엔 모르는 분들이 더 많다.

물론 올해 가장 핫한 걸그룹이 되면서부터 여러 행사를 다니며 '새러데이나잇'과 '댄싱퀸' '빙빙'을 '빠빠빠'와 같이 부르며 인지도를 높여가긴 했지만 그렇다고 인지도라는게 하루아침에 쌓이는게 아니어서 당연히 물리적 시간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크게 앞당기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연이은 히트다.

그래서 대형기획사일 수록 한번의 실수라도 줄이기 위해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인피니트가 여러 좋은곡을 발표 했음에도 한참 뒤에서야 뜰 수 있었다지만 뜨고 나서 보니 데뷔곡부터 발표된 여러곡들이 하나같이 괜찮았던 것은 결코 우연이라 할 수 없고, SM이나 YG같은 경우는 더 말할 나위도 없을 정도로 허투루 신곡 발표를 하지 않는다.

필자가 간혹 SM의 신곡에 쓴소리를 할때가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은 곡 자체로 마음에 안들었을 뿐이지 팬들을 위한곡이 될 수도 있고 여러 레파토리를 완성시키는 과정중에 나온 곡일 수도 있다. 여러 경우의 수를 만족시키려다가 이도저도 아니게 될 수도 있다지만 일단 눈으로 보이는 부분에 대해 골수팬이 아닌 입장에서 진단하다 보니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던 것이다.

크레용팝의 빠빠빠 이전 노래들

댄싱퀸에 이르러 드디어 골수팬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전 곡들을 부르며 길거리 게릴라 공연을 하는 영상이 뒤늦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모두 빠빠빠의 성공 이후 폭발적인 관심이 이어지면서 지난 영상에도 관심이 이어졌던 것이다. 크롬엔터에서는 아예 대놓고 크레용팝TV를 시즌2 8화까지 자체 제작해서 내보내고 있을 정도로 유튜브를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빠빠빠는 그 자체로 중독성 있고 직렬5기통 춤 역시 매우 독특하지만, 필자가 단언컨데 크레용팝의 인기 중 최소 30%이상은 이런 영상에 기대어 생겼다고 할 수 있으며, 영상에 힘을 실어 주는 부분은 바로 노래 그 자체였다. 빙빙과 세러데이나잇 그리고 댄싱퀸은 왜 뜨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단지 신인그룹 이어서? 아니면 신생기획사여서? 아니 그 모두에 해당하면서 한가지 더 추가 하자면 크레용팝이 색다른 컨셉을 하려 했던 이유와 맞닿아 있다. 즉, 너무 많은 걸그룹 사이에서 차별화는 정말 어렵고 안그래도 힘든 시기가 2012년 3월경 버스커버스커가 데뷔하며 가요계 판도를 뒤바꾼 이후 지금까지 거의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택한 생존의 전략이었고 성공할 수 있었다.

요약하자면 댄싱퀸이라는 잘 만들어진 음악은 초기 팬덤이 형성하는데 큰 몫을 했을 뿐 아니라 빠빠빠 이후 온라인을 통한 팬층의 유입을 더욱 가속화 되는 빝거름이 되어 주었다.

 

크레용팝크레용팝의 꾸리스마스

 

크레용팝,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깔을 갖춰라

꾸리스마스 뮤직비디오를 보고 느낌점이 있다. 바로 적지 않은 부담감이 서두르게 한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 신생 걸그룹들이 방송한번 타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그 한번도 어려운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면, 이미 크레용팝은 누구나가 주목하는 이미 떠오른 그룹이라 할 수 있으므로 서두르지 말고 자신들의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컨셉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크레용팝의 캐롤송을 신곡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나름 기대를 했다. 왜냐면 왠만해서 뜨고 있는 자신들의 위상을 모를리가 없을 텐데 쉽게 곡을 내어놓진 않을 테고, 아무래도 기회를 놓치면 아깝다고 할 정도로 잘 나온 곡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선것 아니냐는 기대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빠빠빠'와 같이 독특하면서도 뜯어볼 수록 잘 짜여진 안무와 같은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곡 자체가 임펙트가 아주 강하고 들을 수록 좋은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그저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벤트성 노래를 내놓은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필자는 크레용팝이 다시 라디오를 비롯해 가리지 말고 다니면서 미발표된 (지난 콘서트때부른) 발라드 곡이나 웨이가 인디밴드 엔돌핀 시절 작곡하여 불렀다는 '택시안에서', 또는 일본발표곡인 '1234'를 한국어 버전으로 내어놓는등 크레용팝의 캐치프라이즈로 삼은 무지개처럼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이는데 주력하는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

필자가 꾸준히 주장하는 바 오래 가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고 보여주는 부분에 대해 대중은 쉽게 배신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세를 본다는 이야기로, 짧게 한탕하고 나갈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 두터운 팬층을 만들어 내기 어렵다. 예컨데 제아무리 빠순이 빠돌이라도 3개월 반짝 활동하다 사라질 그룹에 평생 팬질할 수는 없는 노릇 이나던가.

그래서 길게 보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력 컨셉 외에도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출연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음악프로라면 케이블이건 라디오건 기회만 주어진다면 출연해 자신의 대표곡 뿐 아니라 가창력을 뽐낼 수 있는 다양한 곡을 부른다. 이런 과정은 그 가수를 좋아 하게 만드는 시간의 마법을 부린다.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라는 뜻이다.

꾸리스마스는 이벤트성에 그칠 곡으로 보인다. 썩 좋지 않은 느낌이다. 곡 자체가 나무랄데가 많은 건 아닌데 빠빠빠 나 댄싱퀸의 안무가 매우 특별하달 정도로 잘 짜여져 있다면, 오히려 이벤트성 곡에는 더욱 특별한 안무가 선보여질줄 알았던 기대가 무색하게 마치 총은 들고 나왔는데 총알이 없는 경우처럼 느껴진다.

크레용팝은 일본 발표곡인 1234 와 같은 곡부터 여러 장르에 실험적으로 부딪히는게 좋다. 설혹 깨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게 응원해 주는 팝저씨들이 즐비하다. 물론 시간은 불친절하게도 기다려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서두르느라 더큰 것을 놓칠 때 역시 아니다.

크레용팝은 스스로의 가치를 이용하고 소모하려고만 하지말고 채울 생각도 병행해야 한다. 어짜피 뜨고 난 이후 이미지를 소모해가면서도 수입적인 측면에서 워낙 차이가 크다보니 그쪽에 신경을 쓰느라 사소한 부분은 놓쳐 버리는 경우가 허다한데, 가치를 지키고 또한 키우는 일 역시 멈추어선 안된다. 그러므로 당장이 아닌 보다 뒤까니 내다본 활동곡의 선곡이 필요할 때라는 이야기다.

벚꽃엔딩처럼 시즌을 대표할 정도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인기가수들도 시즌송에 쉽게 도전하지 않는다. 그만큼 어렵다는걸 잘 아니까 제대로 된 노래가 나오지 않는다면 시도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그맨들이 종종 부른다)

특별했기에 기회가 아깝기에 내놓게 된 곡이 아니라 너무 흔해서 남들이 잘 뛰어들지 않는 쪽에 고개만 디민 경우에 가깝다.

굳이 코믹해야만 크레용팝에 어울린다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필자가 크레용팝이 반짝 가수라고 주장하는 분들의 말에 반박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 1년여간의 무명기에 찍었던 크레용팝TV 를 보고 멤버들이 크레용팝이란 이름을 지탱만 하는게 아니라 꾸밀 줄도 알며, 최소한 그런 자세는 갖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이런 기대에 못미치는 노래로 크리스마스 신곡을 내어놓았는지 조금은 아쉽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2013년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정상급 아이돌들의 노래가 어찌된게 짜고친 고스톱 마냥 대부분이 기대에 못미치는 노래를 들고 나왔다는 점인데, 그들이야 정상의 문턱을 수시로 넘나들었으니 한두곡 조금 방황을 해도 문제가 없지만 크레용팝에게 있어서는 한곡한곡이 소중한 시기다.

앞으로는 조금더 신중한 선곡이 있길 바란다. 필자는 어떤 장르라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자꾸만 헬멧안에 가두려 하는것 아니냔 의구섬도 든다. 그것은 크레용팝을 한낱 일회용으로 생각하는 부류들의 생각에 따라가는 것과 다름 없다. 개척해 나가는 모습을 보일 때 크레용팝의 진가는 드러날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응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는데 무엇이 두렵다고 기존것에 숨어 들려 하는지 모르겠다. 올해 나온 인기 정상의 걸그룹들의 실망스러운 행보에 동참이라고 하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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