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인지도는 쌓았는데, 음원 및 방송차트에서 수년째 1위한번 못하면서 주춤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이 한둘이 아닙니다. 제국의 아이들의 경우 광희가 이곳저곳에서 종횡무진 맹활약을 하고 있지만 그룹 자체의 인지도가 올라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광희에겐 조금 미안한 말일 수 있으나 그룹의 인지도를 높이는데는 요즘처럼 메인보컬인 '박형식'의 이름이 알려지는게 훨씬 효과적이라 할 수 있으며, 역대 인기 그룹들 또한 그러하였습니다.

에이핑크의 메인보컬 정은지가 "응답하라1997"에서 초대박을 터트리고 난 후 그룹 자체의 인지도가 대폭 상승하였고, 안그래도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 세대에의 높은 인기는 폭발 직전에 이르러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임계점을 넘을 것 같으면서 못 넘기길 반복하다 보니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고 그저 그런 그룹으로 머물고 마는 것 아니냐는 자조어린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문득 정은지가 드라마를 통해 큰 인기를 얻게 되자 그녀가 에이핑크의 메인보컬이란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시너지 효과가 생겼습니다. 즉, 좋은 곡 하나만 뽑아 내면 정상권으로 도약하는건 어려운 일이 아닌듯 보였던 것입니다.

뭐니뭐니해도 곡 자체가 좋아야 하지만 그룹에 맞는 컬러인 것 역시 중요합니다.
2012년을 빛낸 씨스타의 경우 타 정상권 그룹들이 주춤하거나 혹은 해외 콘서트 등에 열중하는 동안 급성장하여 이젠 수위권을 다투고 있는데, 특히 2012년은 아이돌의 해가 아니었기에 더욱 관심이 집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2013년도 가요계의 흐름은 대개 지난 몇해 가운데 가장 부진한 한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2NE1 비스트 씨스타 등 기존의 강자들을 비롯해 헨리와 같은 실력파 신인들이 쏟아지며 화제가 되는등 여러 인기곡의 탄생에도 불구하고 한해를 빛냈다고 할 만한 임펙트 강한 그런 곡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에이핑크는 기존의 강자들이 도전이 아닌 안정권의 곡으로 활동하면서 차트1위쯤은 가볍게 거뭐지는 기염을 토하고 있을 때 홀로 초심으로 돌아간 곡을 선보였습니다. 바로 얼마전 에이핑크에게 최초의 1위를 안겨준 "NONONO" 라는 곡입니다.

정상의 문턱에서 넘어진 많은 그룹들은 바로 이 "좋은노래" 하나에 그렇게 힘들어 했습니다. 씨스타나 비스트에겐 수 많은 좋은 곡들이 가는데, 왜 정상권을 코 앞에 둔 그룹들은 대부분 그 자리에 멈춰있다 사라지고 마는 것일까요?

에이핑의가 초심으로 돌아가 그녀들이 직접 말하는 "힐링"의 의미를 담은 "NONONO"란 곡은 초반 반짝 하고 마는 곡이 될 뻔 하였으나 앞서 말한 기존의 강자들이 새로움을 덧입히지 못하고 비교적 무난한 곡으로 활동하게 됨으로서 상대적으로 부각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그것은 곧 음원차트의 성적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위 차트는 2013년 7월23일 실시간 음원 차트입니다.

이 중에서 다비치의 노래 "오늘따라보고싶어"와 다이나믹듀오의 "BAAAM" 그리고 씨스타의 "Give it to me" 이승철의 "My Love"는 이미 상당기간 차트에 머물러 있는 중입니다. 이들의 이름은 이미 음원강자로서 수 차례 입증되었기에 특별한 상황은 아닙니다.

다비치는 음원강자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한지 오래 되었고, 한해에만도 여러곡을 선보이는 전략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음에도 실패 한번 없이 늘 승승장구 하고 있습니다. 다비치에게 음원차트 상위권에 초장기로 버티는 것 쯤은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죠.

다듀와 이승철 씨스타 역시 음원강자로 자리 잡은지 오래 된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뺀 조금은 나온기간이 짧은 노래로는 에일리, 에이핑크, 강승윤, 비스트, 인피니트가 있는데 이들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말씀드려 보자면 우선 강승윤은 오랜 기다림에 비해 조금 짧은 반응이었다는게 살짝 아쉬웠으나, 생각보다 차트안에 잘 버티고 있고, 이승철은 명불허전임을 증명하고 있으며, 비스트와 인피니트는 씨스타와 마찬가지로 개척보단 안정된 선택의 곡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중에서 유일하게 에이핑크만이 자식의 색깔을 확고히 하게 되는 곡으로 활동하며 가요계도 예상하지 못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사의 센스가 돋보이고 포인트 안무는 포미닛과 더불어 올해 최고라 할만 하며, 각 멤버들의 매력 역시 여러 예능에 출연하게 되면서 포텐이 터지는 중입니다.

"NONONO"는 발매되고 얼마 못가 순위가 조금씩 내려가고 있었는데, 대개 이런 경우 10위권 밖으로 떨어지는건 시간 문제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오히려 다시 재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에일리와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매우 보기드믄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에이핑크가 이번 곡을 바탕으로 정상권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합니다.

음원차트의 순위는 사실 반짝1위가 중요한게 아니라 숨은 의미를 살펴봐야 합니다. 바로 얼마나 장기간 상위권에 머무느냐 입니다. 에이핑크가 상당기간 상위권에 머물면서 방송차트에서까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그룹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줍니다. 대개 톱랭크라 하면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되어 있습니다.

상반기에 젠틀맨, 왓츠유어네임, 미스코리아 정도가 키워드였다면 에이핑크를 추가해도 되겠단 생각이 듭니다. 요즘 제아의 박형식이 정은지처럼 예능에서 좋은반응을 얻으며 차기 대박의 준비가 되어가는 모습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런 준비는 다 되어 있는데 좋은 곡 하나가 없어서 주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제아에게 또다시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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