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커뮤니티 초기를 휘어잡은것은 아이러브스쿨이었다. 적수를 찾아 볼 수 없는 가장 막강한 커뮤니티였으며 오프라인과의 연계 그리고 동창찾기라는 사회적 반향까지 일으키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게시판 중심의 문화가 발달하면서 디씨가 본격 커뮤니티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디씨인사이드에서 각 주제별 게시판을 만들고 이용자들끼리 상요의견을 나누며,'짤방'이라 하여 게시글에 반드시 주제에 맞는 사진하나를 같이 올려야 하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를 포함하여 여러 상황별 축약어가 과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이런 디씨씨로부터 유래된 인터넷 신조어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짤방의 경우 '짤림방지'란 뜻이었으나 이후 본뜻을 알고 사용하는 이보다 그저 남이 쓰니 쓰는 말이 점점 더 많아져 갔다. 근래 가장 많이 쓰는 말로는 문제가 된 바로 그 '민주화' 와 '운지'가 있다.  썩 좋은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는건 뉴스를 접하신 분들은 다들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디씨가 활황기였을 때는 대체할 곳이 마땅치 않은데다가 개성 넘치는 유저들이 많아 일부 욕설과 잘못된 인식을 가진 이들이 있어도 자체적으로 정화가 되었다. 당시엔 정화가 되지 않는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며 커뮤니티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 와 보면 그것 자체도 정화의 일종이었다. 몇해가 흐르면서 디씨는 중고등학생때 만난 친구들이 욕하며 말장난을 하다가 사회인이 되어서도 사석에서 어릴 때 하던 그 습관대로 이야기 하는 그런 분위기가 되었다. 그런데 분명 달라진게 있었다.

점점 일부 게시판쪽에서 이상징후가 나타나더니 '00갤'에선 단순한 말장난 정도의 언어유희가 아니라 심각한 언어폭력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그런 갤러리는 디씨 이용자들 조차도 거리감을 두려 할 정도였으며 '쓰레기 집합소'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런데 일베는 이런 디씨에서 비롯된 디씨가 다 채워주지 못하는 무언가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성장했다. 바로 일체화된 느낌을 제공했다. 그래서 그들이 사용하는 '비추천' '반대'의 뜻으로 '민주화'를 사용하며 동질감을 갖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디씨의 일부 갤러들도 이 민주화란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물론 디씨와 디씨로부터 파생된 커뮤니티 외엔 사용하는 곳은 사실상 거의 없다. 그러므로 그들은 그 안에서 자기들만의 문화랍시고 일체화된 느낌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전효성의 발언이 문제가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사용법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투는 일베에서의 그 사용방법과 정확히 일치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런 의심을 해볼 수 밖에 없다.

1. 본인이 일베이용자거나
2. 주변에 일베이용자가 있는데 매우 친하고 자주접하거나

둘 모두 가벼이 지나가며 들었을리는 없다는게 이런 생각의 핵심이다. '민주화'란 단어를 누군가가 주변에서 일베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는 경우가 아니라면 용법 자체를 '민주화시킨다' 라고 말할 사람은 세상천지에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조금 과하게 말하자면 '네 의견은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겠으니 걍 찌그러져 있어라', '짓누르다', '밀어버리다' 라는 정도의 뜻을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확장된 개념으로도 사용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특정사이트나 인물에 대해 '민주화시켜버리자' 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가장 과격한 해석으로는 '집단폭행' 정도의 느낌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런데 실제 그런 느낌은 디씨에서부터 있어왔다.

특정 주제에 대해 논의가 오가던 중 A와 B가 논쟁이 붙었는데,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이들이라면 우세한 논리를 가진이가 논쟁에서의 우세를 바탕으로 여유롭게 이끌어 가는 정도에 멈출 것이나, 디씨에서는 그런 경향 보다는 바로 일베에서 말하는 '민주화'식 집단언어폭력이 들어가기 일쑤였다. 먹이감을 발견한 하이에나 처럼 몇몇 악질적인 공격패턴을 가진 이들은 신입이 들어와 말실수라도 하면 집단으로 달려들어 견디지 못할 정도의 언어폭력을 일삼기도 했던 것이다.

전효성의 말실수 논란은 본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 누가 보듬어 주기도 어렵다. 타이밍은 최악이었다. 안그래도 젊은층 중에선 일베식 말투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은데, 문제는 이들이 걸그룹의 주요 소비층이라는 점이다.

잘 모르고 사용했다는 전효성의 말은 필자가 해석하기로는 이렇게 들린다. 즉, "난 일베 이용자가 아니며, 누군가 사용하는걸 보고 무심결에 따라 사용했을 뿐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어디선가 분명하게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것도 가까운 곳에서 매우 인상적으로 들었을 것이다. 물론 직접 사용자라면 알아서 쓴 것일 테니 할말 없을 뿐이고...

말한마디 실수로 너무 크게 다치는것 아니냐고 되묻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만큼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단어를 입에 담음으로서 두고두고 회자 될 수 밖에 없는 안 좋은 케이스가 되어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해당 발언에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의 크기가 너무 커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타깝다고 밖에 더이상 할말이 없고,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하겠다. 너무 어려운 문제를 건드리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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