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이 대선전 여론을 조작하는 댓글활동을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계속해 왔다는 내용의 이 사건은 이미 종결났어야 했을만한 사건이다. 그런데 얼마전 이 사건을 진두지휘 했던 수사팀장이 송파서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진실을 이야기한 일이 있었다. 그의 주장은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는 것이었는데 이런 상황과는 별개로 이제서야 검찰은 마치 무능한 경찰을 대신해 일사천리로 사건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양 행동하고 있다.

뉴스보도를 보니 국정원 직원들이 이용한 주민번호 89개와 이메일 654개를 검찰이 확보했으며, 진보와 보수 사이트를 가리지 않고 활동한 정황을 포착하여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상식과 부합하지 못한게 문제다. 그 첫번째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그러니까 상상하기도 힘든일을 그것도 국정원에서 자행되었다는 것이고, 이것만 해도 충분히 충격적인데, 그 사건 슈수사에 윗선 개입이 있었다니 경악스러울 따름이다. 본 사건이 제보가 된 이후 제대로 된 수사를 했다면 그리 오랜 시간이 걸일일이 아니며 훨씬 수월했을 것이란게 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국민들의 생각이다.

그럼 제대로 된 수사는 무엇을 말할까! 말하면 입만 아픈 '제대로 된 수사'는 초기에 증거자료를 일찌감치 수집하여 증거인멸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며, 국민을 기망한 행위를 처벌할 의지를 빠르고 정확한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와 압수수색한다고 하니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얼마나 많은 증거가 인멸되었는지 국민들은 알 수가 없으며, 믿기도 어렵다. 하루가 다르게 댓글 사건 속보가 들려와도 시큰둥할 뿐이다.

당시 인터넷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가. 그때 나온 국민들의 추론이 지금까지 대부분 맞아 떨어지는걸 보면 국정권직원이나 경찰이나 검찰보다 네티즌이 더 유능한건 아닌지 모르겠다.

다시 강조하지만 필자는 본 사건의 처리와 비슷한 양상의 전개를 하도 많이 보아와서 현재 수사하고 있는 내용을 기대하지 않고 있다. 아니 주변에 관심이나 제대로 갖는 이가 있는지도 의문일 정도로 국민의 마음에선 결정이 이미 나 있는 상황이며, 그저 검찰이 수사결과를 어떻게 발표할 것인지 정도에나 관심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는데 방송에선 뒤늦게 그것도 하루가 다르게 계속해서 수사 상황을 보도 하고 있으니...

초동수사에 문제가 있다면 그 과정에 어떤 인위적 개입이 가능하지 않도록 제도 및 운영관련한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항상 굵직한 정치적 사건에는 원활한 초기 수사가 이뤄지지 못하는게 일상처럼 되어 버렸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검찰이 대대적으로 나서며 수사하는 듯 하면서 몇달이 지나고선 증거부족등의 이유로 유야무야 되곤 했다.

진정한 수사의지가 있다면 초기수사를 제대로 해야 믿을을 얻을 수 있다. 뒤늦은 늑장 수사는 미덥지도 못할 뿐더러 관심도 받을 수 없다. 또한 적어도 검찰이 경찰 무능론을 꺼내들 입장은 아닌데 요즘 부쩍 그런 이야기가 나돈다. 웃기는 소리일뿐! 경찰 중에서도 유능한자와 무능한자가 병존하겠지만 적어도 수사에 어떤 개입이 없는 전제조건이 있다면 검찰에 비해 못할게 무엇인가.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다는게 필자의 판단이다.

 

경찰의 제대로 된 초기수사! VS 뒤늦은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

무엇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초기수사가 어떤 방해도 없이 이뤄지는게 훨씬 나을 것이나, 이 방해라는게 참 교묘해서 어떤 이는 필자의 이런 주장을 음모론으로 몰고 갈지도 모르겠다.

항상 보면 한참 지나서야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의사전달이 잘 못 되었던거 같다" 는 식의 참 에메모호한 이유가 붙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도 4개의 아이디만 조사하고 서둘러 종결지으려 한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는데, 댓글흔적이 없다는 중간수사 발표와는 전혀 다른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고, 이런 부분은 사실상 초기 수사만 제대로 이뤄졌어도 이렇게 오래 걸리지도 그리고 수사에 난항을 겪을리도 없었을 것이다.

당시 수사과장이었던 현 송파서 권은희 수사과장은 '윗선에서 축소 지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수사를 지휘 했던 사람의 주장이니 가장 믿음직 하다.

검경 수사권 대립따윈 중요치 않다. 경찰 혹은 검찰이 아무리 잘하려 해도 윗선 개입등이 있다면 가능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어제 모 토론을 보다 황당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모 검찰 출신 변호사가 하는 말이 경찰이 제대로 못하는걸 검사가 밝혀내고 있지 않느냐고...애초에 권 수사과장의 말처럼 외압이 없었다면 신속하게 수사가 가능했을 것이고 검찰이 나설일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윗선개입 등의 방해로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없는 와중에 상당히 긴 기간동안 사건 당사자들이 증거를 얼마나 없앴는지도 파악하기 어려운 이런 상황에서 검찰에게 공이 돌아 가는 이런 모양새는 참으로 우습지 않은가. 마치 그동안 하도 많이 봐와서 식상한 막장드라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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