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검으로 전쟁하던 시기엔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한다 라고 했지만, 요즘 세상엔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듯 하다. 그 한 좋은 예로 최근 정봉주의 안철수에 대한 말 한마디는 많은 파장을 일으켰고, 결과적으로 그가 걸어갈 가시밭길을 더욱 험하게 만든 꼴이 되어 버렸다.

과거 한때 나꼼수 열풍 당시 정봉주 책을 사서 정독한 적도 있을 정도로 나꼼수 팬이었던 필자 역시 이번 그의 발언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그가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출소한 이후 행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실망이 큰 탓도 있을 것이다.

달라져서 나왔다는 그는 과거보다 더욱 성숙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그는 보다 세련되고 멋진, 그리고 재미있게 국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합의 정치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고, 상대를 보듬을 수 있는 자세도 강조했다. 과거보다 더 큰 정치를 하겠다는 자세가 보였고, 실제 세상속에 파고 들어가 지역의 공익사업을 하며 민심을 얻겠다는 뉘앙스의 발언도 했다.

그런데 출소 이후 책도 쓰고 강연도 하러 다닐 정도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가 돌연 불미스러운 발언을 하며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게 아닌 천냥빚을 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필자는 정봉주 전 의원에게 두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 안철수 신드롬의 원인을 깊이 깨닫고 인정하라.

민주당에 적을 둔 정봉주에겐 가장 꺼림직한 일일 수는 있으나 꼭 필요해 보이는 부분이다.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에 대해 민주당은 명확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굳이 찾으려 애쓸 필요가 어디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어짜피 전통적 지지자들 중 다수를 잃었는데, 더 나빠질 걸 걱정하기 보다 안철수 현상의 근본적 원인부터 잘 찾아 대응하는게 우선이지 않을까?

둘째, 안철수 신드롬은 원인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지속된다.

과거 잠시 화제가 되었던 인물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 끝은 그리 좋지 못하였다. 그래서 박모씨를 거론하며 비유 했던 이들이 적지 않았던 것인데, 그런 평가와는 달리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안철수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가 주장하는 새정치와 연관이 있다. 그는 대선이후 미국에 머물다 최근 귀국하며 한 인터뷰에서도 이 새정치에 대해 몇가지 포인트를 짚었는데 사실 그 내용이란게 별다른게 있는게아니라 국민들이 정치에 가장 원하는 '문제해결의 정치' 같은 상식적인 정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아주 상식적인데 안되고 있으니 그 대안으로 생각했던 안철수 현상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무려 40%에 육박하는 국민들 중 상당수가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당 양쪽 모두에 만족하지 못하며 안철수를 대신할 다른 대안을 찾기 전까지 쉽게 마음을 돌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안철수에 대한 적극적 지지층도 상당할 것이나 조금더 넢은 관점에서 보면 정치에의 실망감이 두텁고 두터워 아무리 거친 바람이 수시로 안철수란 이름을 쓸고 지나가도 쉽게 지지율은 철회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율이 민주당과 맞먹거나 앞서는 것이다. 물론 그 뿌리는 굵고 두텁진 못하다. 앞서 말한 이유처럼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나 두텁게 쌓였기 때문에 그 실망감을 해소할 대상으로 안철수의 지지율이 높았던 것인데, 같은 이유로 지나가는 바람이라 말했던 전문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지적은 한가지 오류를 안고 있다.

바로 막연한 무엇이 아닌 새정치를 주장하는 국민적 열망의 구체적인 대상자가 과거에는 이 정도로 좁혀진 적이 없었다. 어찌 보면 막연하게 들릴 수 있는 새정치란 화두가 사실 안철수 현상의 핵심 포인트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우리가 상식이라 생각되는 정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를 대신할 다른 대안이 뚜렷히 보이지 않으니 어느 한 개인의 지지도가 지나가는 바람이라 생각했던 이들의 진단을 비웃듯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봉주의 말 한마디는 기존 정치에 실망으로 안철수를 지켜보고 있는 다수의 국민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말았다. 안철수의 정치 행보가 성공할지 안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그의 정치행보의 근원적인 힘이 되어 주고 있는 지지율을 감안하지 않은 발언은 정봉주가 최근에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얻어야 한다는 주장을 무색하게 한다.

개인적으로 정봉주가 앞으로 큰 정치를 하는 당사자가 되기 위해선 스스로를 지나치게 '규정하는 자'로 생각지 않길 바란다. 사실 이런 명확한 자기주관이 없는 것보다 있는게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과 말이라는 수단을 통해 어떻게 밖으로 표현되는지 여부는 사실 조금 다른 문제라 할 수 있으며, 한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이 생명을 갖고 세상을 돌아 다니게 된다는 점을 반드시 인지하고 강연이나 인터뷰를 통해 소신을 밝힐 때는 반드시 주의를 해야 한다.

 과거 나꼼수 당시에도 네사람 중 가벼운 욕 정도는 가장 자주 입에 담는듯 했던 김어준이 사실 전체 멤버의 발언의 수위를 조절하고, 주제의 쏠림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정봉주의 생각과 일부 충돌하는 부분이 있을 때는 친분에 관계 없이 정확히 지적하는 역할도 했다.

개인적으로 필자는 정봉주만큼 문제파악 능력이 뛰어난 정치인을 본적이 없다. 그리고 명확한 해법즐 제시한다. 일부에선 그가 그의 책이나 인터뷰를 통해 드러내는 생각들에 대해 무모해 보이는 주장이 아니냐 하는 분들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정봉주가 제시하는 해법들은 파격이 아닌 한국정치의 굵은 한 부류를 이미 차자히고 있었어야할 그런 정치의 모습이다. 그러나 이번 안철수에 대한 발언으로 참 많은 것을 잃게 되었다. 사과한다고 해서 생명을 얻고 세상속으로 들어간 말이 거두어지진 않는다.

앞으로 안철수의 행보는 본인 스스로의 정치행위가 지지하는 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저절로 식어갈 것이며,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무시하고 지나가는 바람이라고 자꾸 강조하면 할 수록 그런 주장을 한 당사자만 상처입게 될 뿐이며 있는 바람이 없는 바람이 되진 않는다.

사실 민주당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정치를 펴나간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저절로 안철수 현상은 잦아질 수 있지만, 안철수가 시작하는 정치가 국민의 마음을 더욱 얻을 수도 있는 문제이니만큼 섵불리 조급한 마음으로 안철수를 폄훼 하려 하지 않는게 좋다. 그런 시도를 하면 할 수록 손해라는 주장을 전하며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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