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대선패배 이후 다음을 기약하기 위한 쇄신안 마련에 머리를 맞대고 논의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움직임에 지지층은 그리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필자는 이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이글에서 피력하고자 한다.

한계를 넘어선 피로감
새누리당에 전통적 지지층이 있듯이 민주당에도 두터운 지지층이 존재해 왔다. 과거 박정희가 유신헌법을 제정하며 영구집권을 노리던 시절에도 젊은 김대중을 지지하는 지지층은 더 많은 수를 가지고 있었다. 백세를 바라보는 필자의 할머니가 말씀해 주신 바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에 투표하려고 하면 투표소 한쪽에 잠복해 있던 누군가가 손을 끌어 박정희에 투표하도록 강제했다고 하셨다. 그런 와중에도 근소한 차이로 박정희가 집권을 이어갈 정도로 민주당의 지지층은 강력한 결집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은 분열되고 있다. 그 이유를 말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테지만 결론적으로는 정치적 패배라고 봐야할 것이다. 18대 총선에서 서울은 그 어떤 정치적 사회적 이슈도 전부 소용 없고, 오로지 뉴타운 이슈로 새누리당 소속 의원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거 당선되었는데 당시 접전지역에 포진한 민주당의 경쟁력 있는 후보들 조차도 맥을 못출 정도였다. 이렇게 이런 이슈 저런 이슈 등이 모여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냈고, 참여 정부 시절에는 부동산 폭등과 대북퍼주기 논란 이라는 두가지 대형악재로 인해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분열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런 일련의 과정을 단순히 불운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이런 과정의 어느 한순간이라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내는 강력한 쇄신안을 민주당이 내세우며 지지층의 결집을 다시 도모했다면 이야기는 달랐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야 친노를 비토대상으로 삼지만 오히려 참여정부 말기 노전 대통령을 내치지만 않았어도 지지층이 흔들리는 일만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뒤늦게 친노세력의 부활 후 민주당 내에서 어떤 개혁의 성과를 내었다면 다행이었을 것이나 그러지 못함으로서 오히려 친노세력은 부활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민주당에 안기고 말았다. 그러니까 노무현 대통령과 거리를 두지 않았어야 할 때는 오히려 팽을 했다가 나중에 죽도 밥도 안될 때가 되서야 친노가 부활한 것인데, 어짜피 세상일이 다 그러하듯 정치도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때를 얻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물러서야 하는것이 옳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이정희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연이어 패배하자 안그래도 줄어든 지지층은 더욱 분열되고 있다. 중도층으로 돌아선 비율이 상당하다는 것을 인정치 못하고 안철수로 대변되는 새로운 흐름을 지나치게 간과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런데 아직도 이 새정치에 대한 열망을 단순 치기나 일부로 국한하여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한마디로 제정신 못차리고 있다는 뜻이다. 새정치를 바라던 열망마저 무너지고 한계를 넘어선 피로감이 야권 지지층을 엄습하고 있다. 이제 민주당의 쇄신은 절박한 생존이 걸린 일인데도 현역 의원들은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하는것 같다. 극약처방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극도의 피로감이 야권 지지층에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아직도 제대로 모르고 있다. 그러니 문희상 의원을 원내대표로 삼는 결정을 한 것 아니겠는가.

정치적 능력 부재!
민주당 의원들의 새신을 논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 중 필자가 드물게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콘트롤 타원의 부재!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치는 아주 근본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한가지 잊지 말아야할 것은 국민 개개인이 인지하고 활용하는 생활의 범위라는 측면이다. 예를 들어 슈퍼맨이라 할지라도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고 사람을 만나러 다녀도 하루에 10만명을 혼자 일일이 얼굴을 맞대며 상대할 순 없을 것이다.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도,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나 재테크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도 모두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갖는다. 정치관련한 이슈도 나는 아는데 친구는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람의 관심사는 개인적인 상황에 여러 요건에 의해 정말 천차만별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그러니 정치 공약을 만들고 선거운동을 할 때도 이런 제한적으로 인지하게 되는 상황을 잘 이해하고 마스터플랜을 짜며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두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먼저 필자가 자주 언급하는 뉴타운 문제! 과거 종부세가 극히 제한적인 고소득층에만 적용될 뿐 서민들의 삶에는 하등의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세금폭탄이라는 말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오면서 서민들은 당장 자신이 피해를 보는 것인양 비난했다. 뉴타운 역시 남이 하는 말만 믿고(요즘도 신문기사 중에는 희망을 말하는 비 양심적인 경우가 없지 않다) 자신의 생활수준에 관계 없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던 분들이 있었지만, 최근들어 분위기는 급 반전되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건 바로 추가분담금의 실체였다. 찬성하는 쪽도 반대하는 쪽도 정확히 짚어서 말하지 못해왔던 분담금 문제였기에 자신들의 입장에 유리하게 해석하고 말해 왔지만 서울시로부터 얼마얼마 더 분담해야 되는지 통보받은 사람들은 모두 반대로 돌아섰고 현재 예외 없이 줄줄이 사업이 취소되고 있다. 서민들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분담금이 발생하는데 사업성마저 좋지 않으니 필연적인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 분담금의 정체가 모호 했을 때 그것을 이용하는 부류가 있었지만, 시민들에게 명확히 그 규모를 알려준 박원순 시장의 결단으로 인해 깊은 수렁에 빠질 듯 했던 뉴타운 문제가 서서히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뉴타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다른 어떤 정치적 현안보다 이 문제를 가장 중시하는 경향이 짙으며, 전국의 여러 이슈가 있는 지역들의 경우 대부분이 그러할 것으로 보인다. 민심을 파고드는 핵심을 간파하고 잡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가지는 지역속으로 파고들어야 하는 문제다. 나에게 중요한 일이 남에겐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하는데 매번 반복되는 실패와 패배에도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능력이 좋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일단 지역구에서 바쁘게 자신의 얼굴을 알려야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왠 아날로그식 발상이냐 하겠지만 세상에는 손한번 붙잡아 주는게 더 좋은 사람들이 많다. 지역속이 깊숙히 파고들어 해당 지역의 지역이슈에는 내가 적임자라는걸 인지시키는 과정이 중요하다.

지지층을 붙잡는 전략 필요
뉴스를 보니 계파정치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는데, 참 한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먼저든다. 민주당의 앞날을 예측해 보자면 앞서 말한 극도의 피로감을 현실로 맞딱뜨리는 상황에 처할 것이다. 정권교체의 열망이 이렇게 뜨거웠던 적은 과거 김대중-김영삼 두 김이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고 노태우에게 어부지리를 주었을 때와 다시 김대중 대통령이 이회창 전 후보와 맞붙었을 때 정도가 있는데 그때의 그 분위기는 바뀌어야 한다는 거센 바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성취되었던 당시와 달리 최근에는 거센 열망과 관계 없이 민주당은 연이어 패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건 앞서 말한 핵심 지지층의 축소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던 시절의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축소되었다는게 필자의 판단이다. 언론이 말하는 부동층의 비중보다 실제로는 민주당 지지층과 거의 맞먹거나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왜 그러냐면 민주당에 표를 준다고 하더라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민주당에서 희망을 거둔지 오래다. (지난총선때) 지금까지는 개인적인 정치성향과 정확히 일치하진 않아도 새누리당에 비해서는 보다 합리적이고 차악이라 생각했기에 민주당에 표룰 주어왔다. 이번 대선패배는 단순한 패배가 아니라 정권교체의 열망이 꺽임과 동시에 민주당의 지지층이 더욱 급속도로 이탈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민주당은 쇄신을 하는 시늉 정도로는 과거의 민주당이 될 수 없으며, 새로운 대안 정치 세력이 등장할 경우 정통성마저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민주당에 작은 희망이라도 걸어 보려면, 소속 의원들이 진정으로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그들의 행보는 아직도 위기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적어도 밥그릇만이라도 지키기는 바라겠지만 이제 그릇마저 금이 가 버렸다. 필자는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심각성을 깨닫기를 이제 기대하지 않는다. 차라리 또 다른 차선이 등장하길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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