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관련 글을 쓸 때마다 마음을 다스리는 심정으로 임하게 됩니다.

특경비 논란을 접하면서 몇일전 TV에서 폐지를 모아 좋은 일에 기부하는 얼굴없는 천사 이야기가 문득 생각났습니다. 새벽4시에 일어나 밤12시까지 쉬지 않고 일해도 하루에 많아야 만원정도 번다는 그 분의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과 행동에 힐링 받은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굉장히 불쾌한 소식을 접하니 더욱 언잖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경비를 권력기관이 마음대로 갖다 쓰고 있다는 뉴스보도는 사실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다시 불거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런 불쾌한 뉴스를 접하는 국민들의 반응 중 두드러지는 게 있습니다. 바로 피로감입니다. 이곳저곳에서 불거지는 비리의혹과 상식을 벗어난 일들을 자주 접하다 보니 분노하는 마음이 없는건 아니지만 나이질 것이란 기대를 갖기보다는 그저 그러려니 하는 자포자기 하는 심리에 빠진 것이죠.

근래에는 '정치혐오증'이라는 말 자체도 잘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 단계를 이미 넘어선 탓인거 같습니다. 2011년 6300억원에 이르는 특경비를 영수증이나 지출 내용을 제대로 기록도 하지 않고, 실비 지급이 아닌 정액으로 지급했다는 부분도 사실 그리 놀랍진 않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뉴스와 담쌓고 지내온 분이 아니라면 익숙하니 알고 있는 내용일 뿐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어떤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선물도 사보내고 접대도 하고 하는건 솔직한 말로 대놓고 공론화 하는 상황이 잦지 않을 뿐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문제이다보니 오히려 더욱 당연시 하고 있는 일이죠. 남들 다 하는 행동을 왜 나만 못하게 하느냐는 하소연도 들립니다. 필자는 특경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였는지 일일이 알진 못합니다. 대략 짐작만 할 뿐입니다. 하지만 쉬쉬하려 하고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것만 봐도 그리 떳떳하게 쓴거 같진 않습니다.

한국의 정치인, 기업인, 고위공직자 등 권력을 누리거나 혹은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 중 다수는 존경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출세하고 능력있는 분들이 존경 받는게 마땅할거 같은데 외려 비난받고 뒤로 손가락질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 많이 버는 고소득자가 오히려 더 세금 탈루를 잘 하는 세상이다보니, 눈먼돈이 있을 때 그걸 투명하고 떴떳하게 쓰거나 아낄 생각보다는 어떻게든 쓰긴 쓰면서도, 정당한 사용은 고려하지 않는 것일까요. 너무나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일생을 살며 이왕이면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살고 싶은게 사람으로 태어난 모든 이들의 공통된 심리일거 같은데, 출세한 분들은 겉으로 떠받들어 주는 권력이 그리도 좋은 것인지 존경받을 일 보다는 비난받을 일을 하면서도 부끄러운지 모르는가 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요. 얼마전 구글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분이 특강에 나와서 근래 근래 한국에서 유행처럼 이야기되고 있는 힐링 보다는 진취적으로 인생의 큰 계획을 세워 실천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걸 보았습니다. 틀린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세상에는 그런 입장만 있는건 아니라는걸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 사람은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게 맞겠으나 초고령화 시대를 이미 맞이한 한국사회에서 단순히 진취적인 도전정신을 말하기엔 어려운 그런 분들의 수가 정말 많습니다. 전일 PD수첩에선 '벼랑에 선 사람들, 주거취약자'를 방송했습니다. 주거환경이 극히 취약한 사람들, 취업할 수 있는 직종에 제한이 있는 연령대 분들, 한순간의 실수로 빚의 악순환에 빠진 경우 등 정말 세상에는 단순히 노력과 의지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참 많은 문제들이 있습니다.

세금을 내는 사람들은 나라에서 그 세금으로 정말 유용한 곳에 쓰길 바랍니다. 단 한푼이라도 생산적인 복지에 쓰이길 바라고, 생산적인 미래를 위해 쓰이길 바랍니다. 한 두사람의 힘으로 해결 할 수 없는 일이 적지 않으니 그런 문제만큼은 나라에서 잘 처리해주길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가 낸 세금을 자기돈인양 쓰는 고위공직자나 국가기관이 있다는건 정말 너무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말 단 한푼이라도 헛된 곳에 쓰여선 안되고 그걸 국민들이 용납해선 안되는데, 선거 때만 되면 이것저것 해준다는 말에 덥썩 그런 사람들을 뽑아주니 악순환은 반복될 수 밖에 없는것 아닐까요.

폐지모은 돈으로 9년간 30명이나 후원한 얼굴없는 천사와 어짜피 눈 먼돈이나 쓰고 보자식의 특경비 논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느때인가부터 위장전입 등과 같은 일들은 사소한 문제쯤으로 취급되며, 능력이 중요하지 작은 흠으로 그런 능력을 사장시켜서야 되겠느냐는 주장이 많이 들려 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록 권력을 갖고 돈을 많이 가진 사람들이 살기 좋아지고 가진 것 없고 희망 없는 사람들은 더 살기 어려워지는 세상이 됩니다. 능력은 바른방향으로 쓰여야 하는게 중요하지 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쓰이는건 차라리 능력이 없는것보다 못합니다.

비록 필자의 글이 허공이 메아리로 극히 일부의 네티즌만 보고 말게 된다 하더라도 이런 작은 목소리가 모여 더 큰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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