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 중에는 눈가리고 아웅하는일이 생각보다 많다. 왜 그러는가 하면 어떤 사안에 정치적 이유가 개입되고 나면 취할 수 있는 전략이 협소해 져서 왠만해서는 뾰족한 대안이 나오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한국 사회는 꽤나 장기간 6자회담과 같은 별 소득도 없는 빙빙 돌고 도는 단어를 지겹게 듣고 있는 것.

MB식 외교는 평할 수 있는 꺼리가 한줄도 되지 않는 아마추어리즘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게 사실상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돌발적 행동이 있었을 때 그 대응마저 시원찮았고, 어린아이 달래듯 쓰는 가장 쉽고 편한 당근과 채찍 전략을 쓰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하다. 안보장사로 정치적 이득을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일에는 KBS1 TV에서 2013년 신년특집으로 "동아시아 평화 프로젝트"를 방영했다. 외화벌이를 위해 북의 여공들은 중국으로 몰려가고, 남북경협에 나섰던 한국의 기업가들의 한숨은 늘어만가며, 북의 풍부한 지하자원은 말도 안되는 헐값에 중국에 넘어가고 있다.

우리가 실익은 없고 안보장사를 하는 정치세력만 배부르게 해주는 이념분쟁에 휩싸여 뜨거운 격론을 벌이고 있는 사이 중국은 어부지리를 취하고 있었던 셈이다. 오늘날에야 국민들의 통일의식 수준이 낮아지고 있기에 햇볕정책의 정당성을 말하는게 조금 어려워 지긴 했지만 참여정부 시절만 해도 정책의 수혜를 제대로 보면서 IMF 후유증을 온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보수측의 북한 퍼주기란 주장을 받아 들이더라도 그 이상의 훨씬 더 큰 것을 얻어내었다.

MB식 아마추어리즘은 별 선택할 길도 없는 북을 더욱 외통수로 몰아 붙였다. 그리고 나몰라라 했다. 불과 5년동안 중국은 남북이 등을 돌리고 있는 사이 무산철광의 개발권을 헐값이 아닌 공짜 수준에 가깝게 획득했고, 나진항 활용 구상으로 앞으로 수십년간의 막대한 이득을 얻을 예정이다.(심지어 개발권이 아닌 통째로 사고 싶어 한다) 

한국은 나라의 안보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익을 위해 외교를 해야 했으나, MB식은 그런 의지가 없었기에 한쪽을 포기하고 안보를 내세워 이념갈등을 부추키고 정치적 이익을 얻는데만 급급했던 것이다.

필자는 글의 소재와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 서치를 하며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이념논쟁으로 댓글을 쓰고 있는 그 시간에 생산적인 일을 했다면 하는 생각. 댓글 공방을 벌인다 해서 밥이 나올까 떡이 나올까. 생산적 토론이 아닌 소모적 토론은 지양해야 함에도 한국사회에선 늘 그런 쓸데 없는 논쟁이 많이 벌어진다. 정치권이 하고 있는 모습을 국민들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년간 잃어버린 것들이 많지만 돌이키기는 이제 어렵게 되었다. 중국이 따낸 각종 이권을 돌려 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국민들의 통일의식은 후퇴한 상황에서 박근혜가 아니라 문재인 전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해도 풀기 쉽지 않은 문제가 되었다. 외길을 걷고 있다고 해서 풀기 쉬운 문제는 아니지만 그런 문제를 잘 해결하라고 정치인에 투표해야 하는 것인데, 당장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중국이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속수무책인 정당이 다시 집권하게 되었으니 답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박 당선인은 이명박과 달리 평화정책을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때는 이미 크게 늦었다. 이제와 평화정책을 취한다해도 얻는게 그리 크지 않다. 중국의 쐐기는 이미 박혀 있어서 뺄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후회해도 이미 늦었다. 더 악화되지만 않으면 다행이겠고 필자가 지나치게 경제적 실익에 집중해 보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효율이 좋은게 좋은거 아니겠는가. 박 당선인이 MB식 대결정책에서 돌아선다고 하니 아예 기대를 저버릴 순 없겠지만 그로 인해 남북모두 얻을게 그리 많을것 같지 않다. 아마추어리즘에서 벗어나려 해도 벗어날 이유 자체가 희미해졌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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