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대선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잃었다. 가장 치명적인 건 바로 '민주당으론 안된다'라는 인식의 확산이다. 패배한 이상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며 다음을 기약하자는 응원의 목소리도 나올 법 한데 '절망의 끝에서 희망은 찾아온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오히려 적극 지지층마저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왜 그럴까? 이글에선 민주당이 대선과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잃어 버린 것들을 이야기 하며 민심이반의 이유를 분석해 보겠다.

큰 줄기를 꿰 뚫는 전략의 부재
필자가 근래 가장 크게 실감하고 있고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큰 줄기의 전략 부재라는 측면이다.

"이런 문제가 있고 저런 문제가 있어도 민주당을 지지해 주어야할 근본적인 이유를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목표지점을 향해 달려 가는 무리가 있는데, A길로 가자는 주장이 있고 B길로 가자는 주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큰 줄기가 아닌 지엽적인 부분에서 의견이 갈라질 때마다 이탈자들이 생기고 만다면 목표지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그 무리는 모두 흩어지고 말 것이다.

대선에서의 문제점을 되짚고 더 나은 방향으로 민주당을 이끌 비대위원장 선출과정에서의 여론은 민주당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두가지로, 첫째는 비전을 제시할 리더의 부재이며 두번째는 진정한 반성을 하지 않는데서 비롯된 혼란을 언론이 고르란히 반복해서 알리며 부추켰기 때문이다.

비대위원장으로 문희상이 추대되자 민주당의 능력부족을 성토하면서도 내심 재기를 바라던 많은 사람들의 기대심리마저 무너뜨리고 말았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하는데, 그런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탈자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목표지점을 상기시키고 비전을 제시할 리더가 반드시 필요하다. 함께 했을 때 분명히 더 나은 미래가 있을 것임을 주지시켜줄 수 있어야 작은 의견차이에 매몰되지 않을 수 있다"


정치인은 말을 잘 해야 한다. 말의 핵심은 반복이다.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말이나 사건이 반복되면 그것을 기정사실화 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므로 같은 실수는 절대로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민주당내의 특별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보수언론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가장 잘 써먹는 방법을 역으로 생각하면 쉽다. 어떤 의혹을 건드리면 다른 측면의 의혹을 미리 준비 했다가 여러곳에서 연이어 터지면 사람들은 그게 진실인 것처럼 느끼게 된다. 과거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의혹이 대표적이다. 무죄판결난 이 사건은 뇌물 수수에 대한 의혹이 신빙성 있는 것처럼 제기되고, 연이어 관련 의혹이 터지면서 사람들의 뇌리에 비리의혹을 각인시켰다.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던 층에게 현재 가장 바라는 변화와 혁신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어 보면 그 대답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 무작정 탈태환골해야 한다는 주장에,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 가면 인적쇄신에 대한 지적이 많은 정도. 민주당이 아무리 쇄신을 외쳐봐야 이미 추락할대로 추락한 신뢰는 쉽게 회복될 수 없다.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다름 아닌 앞서 말한 일관되이 반복되는 쇄신이다. 다시 말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변화 하는 부분을 한번 두번 세번 계속해서 반복하다 보면 차츰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비대위원장 선출과정 및 그 전후에 일어난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출국 등의 이슈등은 부정적 인식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을 반복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다.

작고 큰 어떤 일이든 관계 없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과 행동을 연이어 보여주어야 신뢰는 회복되고 지지층은 돌아 올 수 있는데 그 반대 현상이 되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 국민들은 민주당을 두고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처했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민주당의 의원들은 심각성을 말로만 말하고 실제는 제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새술은 새부대에 담아야 하며, 새로운 지도자가 큰 비전을 제시하여 함께 하며 국민들의 민주당에 대한 신뢰를 회복했을 때 당장은 손해 보는것처럼 보이는 일도 결국에는 모두의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차곡차곡 심어주어야 한다. 이런 믿음이 부족했을 때 구성원들은 자기의 몫을 한치도 내어주려 하지 않게 된다.

실수의 반복은 치명적이라는 것을 모두가 주지시킬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정동영은 젊은세대의 투표를 독려한다면서 노인층에 빗댄 주장을 반복함으로서 노인층의 집단적인 반발을 불러 일으키는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 그의 실수는 그가 언론인 출신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고, 부정적 인식의 반복 확산이라는 너무나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졌다.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민주당은 지도부 차원에서 마련하고 입단속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해본다. 필자가 만약에 민주당 당원으로서 책임있는 자리에 있다면 반드시 해야할 일 중에 하나로 이런 부정적 인식의 확산을 낳을 수 있는 입조심 해야할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다. 같은 실수가 되풀이 되고 있음에도 그저 보수언론이 악의적으로 앞뒤자르고 곡해해서 퍼트렸다고만 말할게 아니라는 말이다.

필자와 같은 일반인도 언론의 속성을 아는데 민주당은 그것을 모르는 것일까 라는 의문이 든다. 언론은 기존의 어떤 사실에 비해 뚜렷하게 새로운 사건에 민감하고, 그에 못지 않게 반복되는 패턴에 민감하다. 물론 이 두가지가 결합하면 가장 큰 폭발력을 갖게 되고.

최근 출소한 정봉주가 보이는 행보가 긍정적인 이유는 달라졌다는 인상을 주는 말과 행동을 몇차례 이미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당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반드시 당의 중요 전략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개별적 사안에 대한 다른 주장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존중받아야 하겠지만 당의 전략마저 흔들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문재인 전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준 전략의 부재는 민주당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대선과정에서 민주당은 안철수와 문재인 어느쪽으로 단일화가 되어도 전적으로 지지하고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이미지를 반복해서 국민에게 심어주었어야 했다. 근래 세대갈등 및 지역이슈 등 대선패배에 대한 여러 분석이 나오고, 필자도 그런 분석을 글로 옮긴 바 있지만 사실 지지층 결집이라는 측면에서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비해 크게 부족한 부분을 드러냈고, 그것은 앞서 지적한 전략의 부재와 맞닿아 있다.

두 전 후보의 단일화 과정에서 민주당 지지층은 과거의 민주당 지지층이었다가 부동층으로 전환한 사람들과 기존의 부동층이 적극 지지하고 있는 안철수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그들은 오히려 새누리당 당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다. 답답하다고 하고, 깡통이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분열을 조장하는 말이 무성한데도 문재인으로 단일화 하길 바라는 민주당은 이에 대해 모른척 했다. 정권교체에 대한 바람이 크니 박근혜 당선인에 비해 부족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지만 단일화만 되면 급격히 상승하며 결국 승리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가 말한 과정의 중요성을 민주당과 그 지지층은 알지 못했다.

민주당은 절대로 하지 말아야할 행동을 한 셈이다. 원내대표를 포함해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쪽으로 단일화가 되던 전적으로 승복하고 그 과정의 잡음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현재의 지지층과 부동층에게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국민에게 어필해야 했다. 상대방에게 왜 적극적이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전략의 부재가 확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이런말이 한번 두번 나오다 결국 너도나도 참여하게 되면 부정적 이슈로 번지게 됨을 알지 못한 것이다. 안철수가 요구 하는 쇄신을 두고 지나친 간섭이라 말할게 아니라 그걸 계기로 앞으로 더욱 많은 쇄신을 이어갈 것이란 의지를 반복해서 전달해야 했다. 지금하는 쇄신이 끝이 아니라 얼마든지 더 많은 쇄신으로 이어질 것이란 메시지를 안철수와 부동층에게 전달해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 TV를 틀어 나오는 뉴스, 출퇴근 하며 스마트폰으로 보는 인터넷뉴스,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듣는 뉴스를 들으며 민주당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부동층에게 단일화가 가져다 주는 긍정적 효과에 관심을 집중시켰더라면 부정적 이슈는 자리를 찾지 못하고 흩어저 버렸을 것이다.

이글에서 필자는 민주당의 뼈아픈 현실을 직접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18대 대선 결과에 실망한 48%의 한 사람으로서 다음을 기약하고픈 작은 소망마저 무너지고 마는걸 참을 수 없기에 이 글을 썼다. 아무쪼록 민주당은 대선과 비대위원장 선출과정에서 나온 여러 잡음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알려지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깨닫고 민주당의 비전제시에 보다 관심이 집중되도록 하는 전략을 잘 마련하여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길 바라며 글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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